노 임팩트 맨(No Impact Man)을 꿈꾸며

2011.03.09 | 행사/교육/공지

안녕하세요! 녹색연합 회원 황윤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일을 하구요, 26개월 된 개구쟁이 아들의 엄마이기도 해요.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서울에서 살아왔지만 어렸을 때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어른이 되면 아픈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지,’ 하고 생각하곤 했었지요. 여러 길을 돌고 돌아 영화 만드는 일을 하게 되었고, 그러던 어느 봄날 동물원에 놀러갔다가 북극곰을 보게 되었어요. 삭막한 콘크리트 우리에 덩그러니 놓인 북극곰은 마치 시계추처럼 머리를 흔들고 있었는데,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곰이 춤춘다며 박수를 치고 즐거워했어요. 제가 느끼기에 북극곰은 정상이 아닌 것 같은데, 그의 고통이 다른 이들에게는 전혀 전해지지 않는 것 같았어요. 저는 그때 동물원에 갇힌 야생동물들의 슬픈 눈동자를, 그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되었어요. 그렇게 해서 <작별>이라는 영화를 만들었고, 이후 <침묵의 숲>, <어느 날 그 길에서>로 이어지는 영화를 연달아 만들게 되었지요.

미다쿠예 오야신
야생동물만을 생각하며 줄곧 달려오던 어느 날, 제 인생에 갑자기 나타난 ‘털 없는 유인원’은 오직 자신에게만 관심을 가지라며 저의 모든 것을 요구했어요. 육아는 정말 어떤 영화 제작보다 어려웠지만, 아기는 제가 지구를 보살펴야 하는 이유를 하나 더 추가해 주었어요. 미다쿠예 오야신, 어느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인사말처럼, 세상의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매일 느껴요. 아기가 먹는 쌀과 시금치와 사과, 그들을 쑥쑥 자라게 해 주는 햇님, 빗방울, 흐르는 강물, 바다에 사는 돌고래, 아기의 목마름을 없애주는 한 잔의 물, 내 컴퓨터가 쓰는 전기, 그 전기를 만들기 위해 지어지는 원자력 발전소, 핵폐기물이 버려지는 바다, 고통 받는 돌고래의 눈물, 나의 눈물, 아기의 눈물.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기에, 작은 행동 하나도 신중하게 됩니다.

우리가족은 친환경생활 마니아
우리 집 식구들은 중고 마니아입니다. 중고 물건에서는 환경 호르몬도 적게 나오기 때문에 건강에도 더 좋습니다. 장난감, 책, 옷 등 아기를 키우면서 필요한 많은 물건들을 중고로 사거나 물려받습니다. 그렇게 아낀 돈을 모아 러시아에 남은 호랑이와 표범을 살리는 사람들에게 보내거나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을 지키는 단체에 보낼 때 저희는 너무 행복합니다.
각종 세제, 샴푸 등은 천연 세제를 씁니다. 가스레인지나 싱크대, 욕실 등 찌든 때가 끼는 곳이면 어디든 베이킹소다가 출동합니다. 오염 부분에 소다 가루를 적당히 뿌려주고 식초를 뿌려주면 부글부글 거품이 생기면서 웬만한 때는 거뜬히 지워주는 것이 정말 신기하답니다. 식초는 다림질 할 때 쓰는 물뿌리개에 담아두면 쓰기에 편하죠.

먹을거리는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려 애씁니다. 나무와 땅에 뿌려지는 엄청난 양의 제초제와 농약, 그것으로 고통 받으며 죽어갈 곤충과 새와 물고기. 그들을 먹고 또 죽어갈 너구리와 삵과 수달을 생각하면 도저히 농약을 친 과일과 채소를 살 수 없더라고요.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유기농 먹을거리를 먹는 것은 단순한 건강 문제가 아니라 윤리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유기농이 비싸다는 생각도 많은 경우 편견입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한살림, 생협 같은 곳은 시가와 상관없이 연중 일정한 가격을 유지합니다.

얼마 전부터 저는 채식을 시작했습니다. <육식의 종말>을 비롯해서 육식의 폐해를 알리는 책을 읽고 채식을 생각하던 차에 구제역으로 “처분”되는 소와 돼지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350만의 소, 돼지, 조류독감으로 살처분된 닭까지 합하면 900만의 생명들이 산 채로 땅에 묻혔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서울 인구 모두를 산 채로 땅에 묻는 일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나요? 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이빨이 뽑히고 꼬리가 잘리며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학대를 받으며 사육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열대우림이 축산용 사료를 재배하기 위해 매년 남한 크기만큼 사라지고 있고요. 대륙이 축산업으로 사막화되면서 세계 곳곳의 원주민이 삶터를 잃고 난민이 되고 기아에 시달립니다. 가축의 방귀와 배설물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모든 교통수단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채식은 살육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저항이자 평화의 밥상, 살림의 밥상입니다.

완벽한 노 임팩트 맨은 될 수 없겠지만
영화 <노 임팩트 맨 (No Impact Man)>을 보셨는지요? 뉴욕 한복판에 사는 한 가족이 아무 것도 사지 않고 일회용품, 전기, 자동차, 고기 없이 1년을 보내는 친환경 생활 도전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책으로도 나왔지요. 이들은 전에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기쁨들을 발견해갑니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자 바람을 느낍니다. TV를 끄고 촛불을 켜자 대화가 시작됩니다. 욕조에 물을 담아 빨래를 발로 밟으며 어린 아기와 젊은 두 부부가 춤을 추고 입맞춤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시에 사는 한, 우리는 완벽한 “노 임팩트 맨”이 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기 전 좀 더 신중하고, 난방 버튼 누르는 대신 내복을 입고, 외출할 때 컵과 손수건을 챙기고, 싱그러운 채소로 식탁을 채우는 작은 행동으로도 많은 변화를 만들 수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물 부족, 석유 부족으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저는 바라지 않아요. 아이에게 읽어주는 그림책 속 여우, 곰, 산양이 더 이상 산에는 살지 않는다는 말을 아기에게 하고 싶지 않아요. 내년 봄에는 네 살이 된 아이의 손을 잡고 집 근처 숲으로 가서 토끼 발자국을 찾아 볼 겁니다.

글 : 황윤 (녹색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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