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 여경에게 장미를 건네다

2011.04.13 | 행사/교육/공지

지난 금요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종교인들이 모두 모여 생명평화 기도회를 열었습니다. 환경단체나 정치인들을 배제한 채 종교인들이 마련하고 진행한 집회였습니다. 4대강을 주제로 한 집회 중에는 올해들어 거의 처음이었지요. 제가 존경하는 분들이 많이 참석한 덕에 저역시 참여했습니다. ‘참 종교인’들에게서는 ‘순수’가  뿜어져 나오거든요. 그런 사람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요즘 한기총과 관련한 종교인들을 봤을 때는 전혀 그런게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이 집회는 생명과 평화를 위한 기도회였습니다. 그런 탓에 4대강을 위한 기도회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속에서 죽어간 생명들이 무수히 많고, 지금도 진행중이며 반드시 멈추어야 하는 4대강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5대 종단이 모였습니다. 천주교, 불교, 기독교, 원불교, 천도교. 기존에는 4대종단이라 하여 ‘천불기원’종단이 모였지만 ‘하눌님’을 모시는 천도교도 함께 했습니다. 당연하게도 ‘하눌’은 곧 자연이라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죽어가는 강과 강을 둘러싼 수많은 생명들의 아픔을 기억하면서 참회하는 마음으로”
40배를 먼저 올리며 행사는 시작되었습니다.

이 절은 모든 종교인이 참여했습니다. 스님은 물론이고 수녀님도 교무님도. 기독교는 사순절이기 때문에 행진으로 대신했습니다. 수녀님들도 신부님들도 똑같이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릴 때 가슴이 찡했습니다. 사실 절이라는 것은 누군가를 숭배한다는 것이 아니라 존중한다는 의미, 자신의 낮춘다는 의미가 있거든요. 이 절은 자연 앞에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대로 가장 낮은 자세를 취하는 것입니다.


천도교 성직자도 정말 멋졌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종교인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만 자연을 위해 자신을 낮출 수 있는 종교인 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는 절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방식대로 자연에 경배를 올렸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모든 것의 평등을 강조했고 자연도 예외가 없기 때문입니다. 창조주 하느님도 모든 피조물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원했던 것이지, 파괴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 날 참여한 목사님은 자연의 파괴는 창조주에 대한 ‘반역’이라고 까지 말씀하셨습니다.

이 분은 성공회 박경조 주교입니다. 그는 ‘4대강 범종단 성직자 선언’을 했습니다. 4대강을 파괴한 자들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수많은 생명을 학살한 자들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각 종교별 예식을 가졌습니다. 신부님, 스님, 교무님, 목사님, 천도교 성직자.. 모두 바른말씀을 하셨습니다. 현장을 기록하다 말고 이 분들의 말씀에 집중됐습니다. 자동으로 말이죠. 중간중간에, 그리고 마지막까지 우리는 외쳤습니다.

“흘러라! 4대강! 멈춰라! 토건삽질!”
“4대강은 자유롭게! 온 생명은 평화롭게!”

모든 행사가 끝나고 ‘죽어간 생명들을 위해’ 행진을 했습니다. 서울 광장을 한바퀴 돌고 남대문 쪽으로 걸으려 했습니다. 그 전부터 경찰들이 서울광장을 한바퀴 감싸고 있어, 행진이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양심은 있었는지, 다른 집회와는 다르게 서울광장 안에서의 행진은 막지 않았습니다. 걸으며 계속 외쳤습니다.

‘4대강은 자유롭게! 온 생명은 평화롭게’

성직자 모두 함께 생명을 외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생각하지만, 추구하는 바는 완전 다르지 않습니다. ‘생명과 평화’ 그리고 ‘행복’입니다. 그러나 한 ‘장로’님은 생명을 파괴하고 평화를 깨트리며 행복을 송두리채 뺏아갑니다. 경쟁을 유발하고, 돈벌레가 되도록 유도하고, 그들만 ‘잘’ 살도록 유지합니다. ‘탐욕과 권력’은 모든 종교에서 버려야 할 것으로 취급합니다. 그러나 그는 정 반대로 행동합니다. 그런 그가 ‘종교인’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설득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진정한 종교인들이 나서 이렇게 외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프라자 호텔로 향하는 길에서 막혔습니다. 여경을 앞세우고 건너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생명과 평화’를 외치는 성직자들이 차마 이곳을 뚫고 가겠느냐 했던 것이죠. 사실 집회를 허가할 때도 ‘행진’은 허가하지 않고, 만약 하겠다면 우리는 여경을 세워둘 것이다.라고 했다 합니다. 멈춰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길을 건널 수 있게 길을 열어달라고 외쳤지만 허사였습니다. 이곳에는 대부분 성직자였는데도 말입니다. 길을 걸어가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길 건너편에서는 방송차를 동원하여 해산을 통보했습니다. 잘 들리지도 않았지요. 이렇게 걷는 것이 불법이라며 해산하지 않으면 잡아가겠다는 협박이었죠. 뒤따르던 수녀님들 일반 참가자들도 함께 외쳤습니다. 길을 건너가게 해달라! 하지만 책임자도 나타나지 않았고, 앞을 막고 있던 여경, 뒷줄의 의경들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이들에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명령에 절대 복종하도록 프로그램 되어있습니다. 앞서있던 스님이나 신부님은 뒤로 빠지고, 여성인 수녀님이나 교무님이 앞줄에 섰습니다. 그리고 열어달라며 외쳤습니다. 역시 묵묵부답.

그렇다고 이곳을 뚫고 지나갈 수는 없었습니다. 경찰들도 이렇게 막고 싶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표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들중에 종교를 가져보지 않은 이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들에게 평화를 전하기 위해 장미를 건넸습니다.

수녀님들은 ‘행복하세요~’ 라고 말하며 여경들에게 장미꽃을 건네주었습니다. 수녀님들의 아름다운 목소리에서는 그 자체로 평화가 흐르는 듯 했습니다. 누가 시켰는지, 이런 평화의 상징조차 받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들고 있는 폴리스라인만 그저 잡고 있을 뿐이었죠. 그리고 하나같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찡하더군요. 그렇게 집회는 평화롭게 끝났습니다.

성직자들은 이곳에서 큰 다짐을 했습니다. 4대강 삽질을 빨리 멈추지 않는다면 최선을 다해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한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교회나 절, 성당이나 교당 등 각자의 공간에서 이 사업이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되었고, 왜 하면 안되는지.. 신도들에게 매우 적극적으로 알리게 될 것입니다.

현재의 대통령도 당선되는 데 종교의 힘이 크게 작용헀다고 들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참 종교인’들은 그가 이토록 온 국토를 망치게 될 줄을 몰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젠 크게 깨닫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맘 먹은 것입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오래도록 머물며 단식기도 등을 이어온 것이지요.

대통령이 평화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국민들이라도 들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권력에 손을 댈 수도 없게 만들겠죠.

글 : 김성만 (녹색연합 4대강현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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