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모든 것이 ‘강. 화. 도’

2011.07.18 | 행사/교육/공지

강화 길상면 동검도. 마을 이름 한 번 차암 좋다. 4월의 끝자락에 착한여행의 자원활동가 모임 굿트레블러와 함께 다녀온 곳이다. 동검도를 목적지로 정하고, 우리는 그 섬에서 뭘 할지에 대해 한 달간 고민하고 야심차게 발걸음을 뗐다. 전날까지 천둥 번개가 몰아친 터라 걱정이 앞섰지만 크게 대수롭지 않았다.

 

우리는 시외 고속버스를 여행수단으로 삼았다. 여행경비를 줄이고 불필요한 탄소 배출도 덜고자 택한 방법인데, 강화까지는 배차간격도 10분밖에 되지 않아 이만저만 좋은 게 아니었다. 신촌 터미널을 출발한지 약 1시간 우리는 강화도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바람을 뚫고 도착한 그곳에는 미리 연락을 받고 나온 이장님이 계셨다. 그리고 갓 잡은 싱싱한 숭어로 숭어비빔밥을 내어주셨다. 곁들인 찬은 ‘나문재’라는 것인데 갯벌에서 자라는 나물. 벌에서 자란 덕에 간을 하지 않아도 짭짤한 것이 일품이었다. 나문재 한 그릇을 비우자 우리 모두 새삼 강화도에 와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비가 내려준 덕분에(이런 긍정적인 사람! 이것이 바로 녹색여행의 힘?) 잿빛의 하늘, 사시사철 자란다는 갈대밭을 배경삼아 2시간 거리의 해안도로를 걸으며 동검도의 갯벌을 실컷 구경했다. 우리는 갯벌에 들어가지 않은 채 지켜보는 것에 몰두했다. 살아있는 갯벌에서는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닿는 그대로 미생물이 나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직접 발을 담구고 손대지 않아도 바다냄새와 그 흐릿한 풍경이 우리를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죽은 벌만은 우리의 손을 허락했다. 육안으로 구분될 정도로 검은색과 같은 것이 못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가까이 갔을 때 고추장 맛보듯 새끼손가락으로 갯벌을 꾹 눌러보았는데, 생각보다 보드라운 감촉에 놀랐다. 문득 살아있는 갯벌의 촉감은 어떨까 궁금했다. 그 폭신한 갯벌에 어떤 미생물이 살고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에 끝에는 역시나 ‘없어지지 않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봤던 곳이 파괴되고 난개발된다는 것에 우리는 무척이나 민감해진다. 현재 계획대로 동검도에 조력발전이 이루어지면 썰물 때에도 일부 갯벌은 물에 잠겨 사라지게 되고 내부 유속이 느려져 남아있는 갯벌에 토사가 쌓이고 해수유통이 안되어 바닷물이 썩게 된다고 한다. 몇 년 후 우리는 나문재를 먹지 못할 수도, 갯벌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경험해본 사람의 아쉬움은 남다르다.

 

지역의 자연환경을 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녹색여행이 필요한 이유다. 굳이 착한여행의 여행상품일 필요는 없다. 우리가 환경을 존중하는 방법 안에서 여행을 하면 자연스레 많은 것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것처럼 한다면, 여행의 힘은 무궁무진 해진다.

이런 저런 묵직한 이야기도 많지만, 여행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누가 뭐래도 여행자의 즐거움이다. 그런 의미에서의 녹색여행은 새로운 생각할 거리이자 즐길 거리가 된다. 혼자만의 즐거움, 소비의 여행이 아닌 자연 속에서, 환경을 바라보는 책임 있는 실천으로 값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글 : 이정민(녹색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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