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녹색 인문학>이란

2011.08.03 | 행사/교육/공지

인문학 공부를 하고 싶었다. 혼자 책도 찾아보고 온라인 강좌도 들었지만 왠지 부족해 혼자 목말라 하고 있었던 차였다. 녹색연합 홈페이지에 녹색인문학강좌가 시작된다는 광고를 보았다. 매주 수요일마다 실시하는 8주과정의 강좌였고 강의 내용 또한 생태주의였기에 이것이라면 나의 인문학 갈증을 어느 정도 채워주지 않을까 싶어 얼른 신청해버렸다.

드디어 첫 강의 날! 박영신 전 녹색연합 대표님의 강의였는데 직장 사정으로 1시간 늦게 도착하였다.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살그머니 들어갔는데 빼곡히 앉아있는 수강생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의 인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강의실이 후끈 달아올라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남녀노소를 떠나 강의에 심취해있는 수강생들의 모습에 동질감을 느꼈고 8주간의 여정이 외롭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강의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 중 하나는 가족주의를 타파하자는 것이었다. 처음엔 우리의 고유한 문화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다가 가족주의, 유사가족주의가 우리의 사회에 병폐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나 또한 나와 나의 연이 닿아 있는 사람을 우선시 하고 우리만 잘 살면 되지 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고 살았구나, 라고 반성하게 되었다. 비단 첫 강의에서만 이런 감정이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모든 강의가 생각하게 하고 깨달음과 반성의 시간을 주었던 것 같다.

3강의 조홍범 교수님은 <생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강의에서 생태계가 그 동안 우리가 믿어왔던 적자생존과 경쟁의 법칙이 아닌 협동, 공생, 공존의 패러다임으로 그 질서를 유지 해왔음을 여러 가지 과학적 사실들로 증명해주셨다. 또한 그것을 통해 생태계의 일부인 인간들도 세계를 보는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개인적으로 녹색인문학 강좌 중 가장 재밌게 들었던 강의였다) 그동안 나 또한 무한경쟁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내가 살려면 남을 짓밟아야 한다고 살아왔던 것 같다. 그게 아니었다. 경쟁이 아니라 공존과 협동이다!  

그리고 6강의 이유진님의 <에너지 전환을 준비하자>. 내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상당부분이 원자력에너지였다는 사실과 그 에너지를 사용한 대가를 우리가 아닌 우리의 후손이 치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탈핵을 외쳐야 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현실을 과연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지 자문해보았다. 환한 대낮에 켜진 형광등, 사용하지도 않는데 켜 놓은 컴퓨터, 덥다고 홀로 방에 있을 때 틀어 놓은 에어컨. 부끄럽게도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강의를 기점으로 좀 더 불편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만의 다짐은 아닐 것이다.

마지막으로 8강!! <생태감수성, 녹색시민> 유종반 인천 녹색연합 대표의 야외 강의였다. 계양산 둘레길에서 시작된 강의는 소풍 온 것같이 오붓하고 즐거웠다. 특히 우리가 점심을 먹었던 장소는 깨끗한 물이 흐르고 숲이 우거진 곳으로 등산 온 인천 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자연을 즐기고 있었고 보기만 해도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 곳이 예전에 계양산 골프장 반대를 위해 나무위에서 인천 녹색연합이 시위했던 곳이었다는 얘기를 듣고 다른 생명을 인정하고 배려하려는 생태적 감수성을 지키기 위한 그 분들의 노력이 새삼 존경스러워졌다. 마지막 강의를 강의실이 아닌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진 최적의 장소에서 받게 되어 정말 뜻 깊었던 것 같다. 숲속에서 여러 회원님들의 박수를 받으며 재생용지로 만들어진 예쁜

수료증을 받고 인문학강좌의 끝을 맺었다. 이 얼마 만에 받아 보는 상장인지 감격스러워 여전히 책상 위에 놓고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자기만족을 뒤로하고 8주간의 강의 후에 나에게 변한 것이 있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크게 없다. 오히려 더 고민하고 생각하고 공부해야 할 일들이 늘었고 머리가 많이 아파졌다. 그렇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번 강의를 통해 함께 한 여러 수강생들을 보며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즉 생태주의의 주요 패러다임인 공존과 협동 공생의 씨앗을 이번 강좌에서 보았기 때문에 희망을 갖고 행동과 실천의 모습으로 내안의 씨앗을 잘 자라게 하고자 한다. 녹색인문학강좌를 마련해 주신 녹색연합 여러 관계자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강좌 자체도 만족스러웠을 뿐 아니라 세심하게 수강생들을 배려해주시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와 같이 희망의 씨앗을 품은 사람들이 더 많이 나타날 수 있게  녹색인문학 강의가 꾸준히 진행 되었으면 한다.

글 : 최혜윤(녹색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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