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장 한번 만나기 위해 시청앞 찬바닥에서 잠을자는 할머니,할아버지

2011.10.21 | 행사/교육/공지

한해를 마무리 짓는 농사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야 할 농민들이 논밭이 아닌 강릉시청 앞에 모였다. 강릉시가 인허가 절차를 추진하고 있는 강릉시 구정면 구정리 강릉CC 피해 주민들이 바로 그들이다. 고삐풀린 강원도 강릉시의 골프장 인허가 절차에 항의하기 위해 7,80 어르신들이 노숙도 불사하고 있다. 차디찬 시청 앞 대리석 바닥에서 노숙을 시작한지 벌써 삼일 째다.

24년의 나이를 잃어버린 강릉 구정리의 억울한 금강소나무

강릉 구정리의 숲의 소나무를 파내서 팔기만해도 엄청난 수익이 난다.


산림청은 나무의 나이를 기준으로 10년마다 한번 씩 임상도를 만든다. 나무의 나이를 10년 기준으로 산정해 등급을 매기는데, 이때 나무의 나이가 41~ 50년생 이상, 5영급 이상이 될 경우 골프장과 같은 개발 행위는 불가능 하게 된다. 개발보다는 보존이 필요한 오래된 숲을 지키기 위한 과정인데, 골프장의 개발을 위한 인허가 과정 중 토지적성평가 과정에서 이를 검토하게 되어 있다.

토지적성평가 과정에서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임상도를 사용하고 임상도는 10년마다 작성되므로 임상도 작성 이후 반영되지 못한 현재까지의 나무 나이를 합산해 토지적성평가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강릉CC 사업자는 1997년에 작성된 산림청 4차 임상도를 두고, 1986년에 작성된 3차 임상도를 이용했을 뿐만 아니라, 86년 이후 늘어난 소나무의 나이도 반영하지 않은 채 골프장 개발 대상지의 나무 나이를 산정해 인허가를 받고 있다.

1986년에 30년생의 소나무였다면 25년이 지난 지금, 소나무는 50년생 이상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토지적성평가 기준에 따라 50년생이 넘어가는 소나무로 가득 찬 구정리는 골프장 사업대상지에서 제외되어야 하고, 이를 검토하는 강릉시는 강릉CC의 토지적성평가서를 통과시키지 말았어야 했다. 그럼에도 강릉시는 사업자가 제출한 토지적성평가의 임상도가 1986년에 작성된 것이 아니라 2010년에 작성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장정 한사람이 안아도 한 아름에 품지 못하는 소나무는 구정리 뿐 아니라 강릉의 자랑인데, 골프장 사업자와 강릉시는 구정리의 금강소나무 나이를 속이고 있다.

소나무 만큼이나 억울한 구정리 지역주민들

밤에는 시청앞 찬바닥에서 주무시는 주민들


골프장 사업자의 토지적성평가서 임상도 반영의 적정성, 강릉시의 서류 조작 의혹 등을 4년여 간 끊임없이 제기해왔던 지역주민들은 최명희 강릉 시장을 단 한 번도 만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9월 9일 학수고대 했던 최명희 강릉시장과의 공개 면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강릉시와 강릉CC건설 중단을 위한 시민공대위(이하 ‘강릉CC 공대위’)는 강릉CC의 토지적성평가서 임상도 반영 과정의 문제 등에 대해 국토해양부와 LH공사에 질의하고 그 결과를 양측이 함께하는 실무회의를 통해 적정성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14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강릉시와 강릉CC 공대위의 실무회의에서 강릉시는 최명희 시장과의 면담에서 합의된 내용에 따른 LH 공사와 국토해양부에 대한 질의를 추진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심지어 강릉시는 국토해양부의 질의 답변서라며 강릉CC 사업자가 질의한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주민들이 항의하자 배석한 강릉시 공무원은 지역주민들에게 “토지적성평가의 임상도의 작성 기준 시점을 확인할 필요도 없고 이유도 없다”며 억지 주장을 늘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을 통해 질의 회신 받은 결과는 ‘강릉CC의 임상도 적용은 적법하지 않으며 그 책임은 강릉시장에게 있다.’ 는 것이였다.강릉시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 속에서 지난 18일 강릉시는 ‘강릉CC 골프장의 인허가 절차에는 문제가 없으므로 골프장을 추진하겠다.’며 일방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이후 주민들이 행정의 공정성과 주민과의 약속 마져 져버린 최명희 강릉시장을 찾아가 항의하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강릉시장은 인허가권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기만 하다 50여명 공무원의 호위를 받으며 자리를 피했다.

규정위반, 공문서 조작, 이에 항의하는 지역주민과의 약속 일방적 파기, 거기에다 의혹투성이 불법 인허가 골프장 강행. 억울한 지역주민들은 강릉 시청 앞에서 노숙항의를 시작했다. 여전히 강릉시장은 얼굴도 보이지 않고 인허가 담당 공무원들은 지역주민들에게 일언의 해명도 없다.

공정성, 규정준수 따위는 막가파식 개발논리에 밀린지 오래다. 시장과 주민과의 약속보다는 불․탈법 인허가를 추진한 골프장이 중요할 뿐이다. 지역주민의 억울함만 남고 생태계 훼손만을 불러오는 강릉CC, 이렇게 진행되도 되는 것인가? 

강릉시청앞에서 협의사항을 위반한 강릉시에 항의하기 위해 1인시위를 하고 있는 조승진 강릉구정리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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