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도 좋고 몸에도 좋은, 진짜 조명

2013.04.26 | 행사/교육/공지

조명을 켜둔 상태에서 잠들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아침형 인간’만큼이나 매력적인 ‘올빼미형 인간’으로 살아본 경험은요. 우리는 TV와 인터넷이 제공하는 다양한 볼거리들을 즐기며, 깊은 밤에도 실내 공간을 대낮처럼 환히 밝힌 상태로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또 도심의 밤거리 역시 야간 조명으로 환한 곳이 많지요. 산업화되기 이전보다 다양하게 원하는 대로 밤 시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인공조명의 발달을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부작용도 꽤 큽니다.

‘인공조명에의한빛공해방지법’이 2009년에 제정되어 내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인데, 이 법률에서의 ‘빛공해’는 필요 이상의 인공조명에 의한 공해를 의미합니다. 지나친 불빛은 눈부심 현상을 일으키고 눈 건강에도 좋지 않지요. 밤새 켜두는 야간 조명으로 인해 사람들은 수면 장애, 피로, 스트레스를 느끼기도 하고 생체리듬이 깨지기도 합니다. 늦은 밤까지 깨어 있다가 잠들면 수면의 질도 떨어지고, 다음날 아침 피로나 불쾌감을 느꼈던 기억들이 있으실 거예요.

인공조명 과잉의 시대에,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멋진 자연 조명이 있습니다. 늘 하늘에 떠있는 동그란 물체, 바로 ‘해’입니다. 햇빛은 낮 시간동안 지구를 환히 비추고 생명체에 온기를 주지요. 또한 우리의 감각과 심리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요즘처럼 깊어지는 가을, 또 겨울의 초입에 쓸쓸함과 우울함이 밀려들어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 햇빛의 양이 줄어드는 가을에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멜라토닌이 적게 분비되어 일시적으로 우울한 기분이 든다고 합니다. 일조량 차이가 적은 적도 부근에서는 우울증이 드문데 위도가 높아질수록 우울증 발생 확률이 높다는 통계를 떠올려보면, 햇빛이야말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생체 리듬을 유지시켜주는 건강한 자연 조명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햇빛이 각종 신경전달물질을 만들고 대뇌로부터 활력을 느끼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그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시던 시골 한옥 집 툇마루에서 햇빛의 온기와 다양한 명암들에 둘러싸인 채 잠들었다가 마당에 심어놓은 감나무의 감이 툭, 떨어지는 소리에 깨어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따뜻한 기억이 좋아서 저는 요즘도 몸과 마음에 습기가 찼다고 생각되면 햇빛을 쐬러 나가곤 합니다. 햇빛에 지친 몸과 마음을 널어놓고, 온기를 받아들이면 대개의 경우는 기운이 나거든요. 등하굣길, 출퇴근길 외에는 하루 종일 실내에만 있게 마련인 학생들과 직장인들도 점심시간이나 중간 쉬는 시간에 잠깐이라도 햇빛을 쐬며 산책하기를 추천할게요. (피부를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게 좋아요.)

아, 그리고 또 하나! 햇빛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게 더 있습니다. 최근 독일의 에너지 공익광고를 본 적이 있는데 그 광고는 하늘에서 소나기가 내리듯 크고 작은 물체들이 마구 떨어져 사람들이 대피하고 자동차가 전복되고 건물이 파손되는 장면으로 시작이 됩니다. 재난 영화를 연상시키지요. 하늘이 잠잠해진 후 곳곳에 떨어져 있는 물체들을 보니 여러 종류의 전지들입니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 건 햇빛 에너지였다는 반전이 있는 광고였는데 말미에 “Good we can’t see it, Bad we don’t use it” 이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한 시간 동안 지구에 도달하는 햇빛에너지는 약 120조 KWH라고 하는데, 이 정도가 연간 세계 에너지 소비량과 비슷하다고 하니 참 어마어마한 에너지원입니다. 이런 햇빛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건 나쁜 거 맞죠?

햇빛 양이 줄어드는 이 계절,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하늘의 자연 조명을 즐기며, 발산하는 햇빛의 따뜻한 힘도 느껴보시길 빌어요!

– 글: 신수연 (녹색연합 정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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