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인문학 2강]온갖 하찮은 존재들을 위하여

2012.05.18 | 행사/교육/공지

존재, 하이데거, 그리고 그 너머


누구나 한번쯤은 ‘존재’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그 존재에 대한 물음을 할 때, 그것은 존재자와 구별되는 어떤 것이다. 존재자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 이를 테면 눈에 보이는 책상, 컴퓨터, 풀, 인간 등등의 모든 것들이 존재자가 될 수 있다. 그들이 존재하는 것이라면, 존재, 그 자체는 무엇일까. 이번 강의는 이러한 질문부터 던져졌다. 지금 여기, 이 자리에 내가 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관심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하이데거가 있었다. 그는 아마도 고민과 고민 끝에 존재를 자각하는 존재인 인간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의미를 부여했다고 한다. 그는 심지어 새로운 단어인 Dasein(있다의 독어)를 만들고 존재를 사유하는 인간을 표현하려고 했다. 존재에 대해 고민하는 유일한 지구 생명체가 인간이라는 것에서부터 그의 존재론은 출발했다, 어쩌면 우리가 인간이기에 당연한 출발이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자질을 가진 다른 존재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까? 내 대답은 No다. 오늘의 강연을 이끌어주신 이진경 선생님도 똑같은 대답이다.

 

녹색인문학 2강을 이끌어 준 이진경님은 수유연구실+연구공간'너머'에서 철학을 나누시며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의 저자이다

탁월한 존재를 위해 배경이 되어야만 했던 것들은 그들 나름의 생애가 있다. 그것이 우리, 인간과는 다른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이것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주인공이라 생각한 인간에게 치중했기에, 차별의 세상을 인정하고, 옹호했다. 그의 이런 일관적인 발상은 고향에 대한 생각, 공동체에 대한 생각으로 확장한다. 자연상태의 것, 내부의 것을 중요시한 나머지, 그는 인위의 것으로 상정되는 도시나 외부의 존재를 적으로 간주했다. 그리고 그것은 나치즘과 길을 같이하게 되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유대인을 비롯한 수많은 소수자 학살을 생각해보면, 대철학자인 하이데거가 나치당에 가입했다는 것이 그의 오명으로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생태주의적인 생각, 공동체 회복에 대한 열망은 나치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고 이진경 선생님은 말한다. 그는 강력한 생태주의, 외부를 적대시하는 분노가 하이데거가 가지고 있는 밑바탕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데거가 주장한 인간의 탁월성은 공동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의 원인은 아니었을지라도, 정당성을 획득하게는 했던 것 같다. 여기에서, 생태주의, 환경주의는 언제나 위험요소가 있다. 외부의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자꾸만 지키려고만 하는 복고주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탁월성의 시선에서 환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개개의 존재를 인정하며, 환경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우리 공동체와 외부는 완전히 배타적인 것일까? 생명의 몸은 수많은 세포들이 있고, 세포 안에는 핵과 미토콘드리아 안에 각기의 DNA가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외부에서 온 물질로 공생하고 있는 관계다. 이 선생님은 그것이 결국 신체 내부도 공동체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안과 밖의 구별은 비록 필요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지나칠수록 과잉 면역이 된다. 과잉 면역은 결국 스스로를 자멸의 길로 이끈다.

 

녹색인문학 강좌는 나누고싶은 문구를 준비해서 참가자 중 한명이 낭독을 하며 시작한다

존재에 대한 성찰을 하면 할수록, 외부와 내부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익숙한 자연만을 자연으로 여기는 것은 너무나 ‘인간적’인 일이다. 여기서 나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인간은 인간으로, 기계는 기계로, 이끼는 이끼로 바라볼 줄 아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생태주의의 길이 아닐까?

 

글 : 김지혜(춤추는시민팀 자원활동가)

 

 

인문학은 내가 누구인지에서 시작해 나와 세계의 관계를 찾아가는 학문입니다. 녹색인문학은, 인간의 윤리와 문명사회의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는 현재를 성찰하기 위해 지구생태계의 원리와 인류가 일궈온 사회문화를 녹색의 시선으로 이해하는 강좌입니다.

 

녹색으로 세상을 읽는 것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정체성을 깨닫는 일입니다. 사람을 만들어온 지구생태계의 원리와 사람이 만들어온 역사와 문화와 철학으로 차린 녹색인문학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요? 그 감동의 현장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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