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없이 울창한 나무들이 내 옆에 있다

2003.12.17 | 행사/교육/공지

지난 12월 12일 금요일에 명동 YWCA 연회장에서는 “녹색연합 송년회”와 “더불어 숲 500인 100일 잔치”가 함께 열렸다. 잔치 날짜 또한 녹색연합의 나이 12살과 딱 들어맞는 것 같아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 이 송년회가 나에겐 처음으로 녹색연합행사에 참가하는 것이라 만남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마음을 떨리게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송년회 이야기를 해볼까? 어렵사리 시간을 맞춰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만나자마자 예쁜 수첩과 나뭇잎 모양의 이름표, 나뭇잎 모양의 희망을 적는 종이도 주었다. 선물을 따로 준비하지는 못해서 가지고 있던 ‘좋은 생각’ 12월호를 꺼내어 “희망의나무” 아래에 놓고는 다른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행사장에 비해 사람은 적었지만, 행사장 분위기는 왠지 포근했다.
곧 행사가 시작되었고, 대표님이 나오셔서 여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 말씀은  녹색연합 존재의 이유는 시민과 회원에게 있다는 것과 앞으로 계속해서 시민을 만나고 시민이 뿌리가 되는 시민단체로 커가겠다는 것이었다. 대표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 속에 녹색연합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치열한 문제의식 속에서 실천하고 고민해 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이야기들이 나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나 또한 청소년의 참여에 관한 운동을 하고 있는데 12년 동안이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의 삶도 긴 시간을 함께 고민하며 실천하는 삶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참, 시민모임 소개도 있었는데 야생동물 소모임, 녹색 친구들, 늘 푸른 청년 모임, 아이지엘, 녹색 바람, 생명운동 공부모임이 있었다. 소모임 활동 중 늘 푸른 청년 모임의 활동이 참 매력적 이였는데 나와 비슷한 나이, 비슷한 고민들이.. 나에게 더 다가온 것 같다.
그 후 회원이 연주하는 플룻연주를 들었는데, 흐르는 음악에 내 몸을 맡기고 들으며 한결 가볍게 행사를 즐길 수 있었다.
이런 행사에서는 영상이 또 한 몫을 하는데 송년의 밤 영상에 출연한 사람은 활동가가 아니라 모두가 자원활동가, 그리고 회원들이었다.
회원이, 시민이 만드는 녹색연합! 감동이다

더불어 숲에 관한 이야기도 더 있었는데 더불어 숲을 함께 만들어 주신 정미경님이 나오셔서 그간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누군가 나 대신 나무 한 그루를 가꾸어 준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예요!!’라는 말을 마지막에 하셨다. 녹색연합은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만들어 주는 곳이고 회원들과 시민들은 나무를 심고 가꾸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미경 님께서 다른 사람에게 더불어 숲을 이야기 할 때에, 부탁하지 않고 자랑하시고 당당했다는 말을 듣고 님 자체가 참으로 튼튼한 나무라는 것을 느꼈다. 회원의 가족과 친지, 그리고 동료들, 모두의 한 그루 한 그루가 어느새 큰 숲을 만들어 가는 듯 했다. 더불어 숲 파이팅!



맛있는 밥을 먹고 희망의 나무에 나의 희망을 달았다. 나의 희망은 ‘모든 일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와 세상 1° 따뜻하게 만들기’다. 언젠가는 이루어지겠지?

밥을 먹고 나니 활동가들이 나와서 내복입기 캠페인을 했다. 신문에 많이 나왔다고 하는데 실제로 보니 더 재미있는 캠페인이었다. 추위를 많이 타서 내복을 입는 나와는 달리,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하는 내복입기라~ 정말 지구적으로 생각하는 환경단체 활동가답다.
그 날 이후로 나도 사람들에게 내복이 체온을 3~5°C 올려준다고 말하며, 내복을 입고 주변에서 늙은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주리. 내복 입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참, 활동가들이 함께 부르는 ‘녹색의 노래’를 들었는데 녹색연합 홈페이지에서도 이 노래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구나 싶었다.

이후의 시간은 즐거운 레크리에이션 시간! 이 시간에는 같은 테이블의 분들과 친해질 수 있었는데 우리는 뽕나무 모둠이었다. “박훈, 최원, 이봉노, 조회은, 박은애, 박하재용, 구대수님과 같이 신나게 문제를 풀고 선물도 받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얼쑤~

마지막에는 회원 김장훈님께 민요를 배웠는데 전북익산의 ‘질꼬냉이’라는 민요였다. 이 민요는 농사를 다 짓고 집으로 돌아갈 때 부르는 민요라고 했다. 2003년을 마무리하고 2004년을 향해 나아가는 이 시기에 정말 잘 어울리는 민요였다. “에헤~에헤~얼씨구~”

희망나무에 매달은 내년의 희망을 함께 읽는데 여러 희망들 중에는 간절한 생명에 대한 희망과 더불어 웃음이 있는 희망도 있었다.작은 소망에 깃든 솔직함과 천진난만함은 내가 새해에 배워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마지막, 다 같이 모여 하나의 원을 만들고 손을 맞잡고 노래도 부르고 파도타기도 하며 서로의 따뜻한 손으로 살림의 기운들이 전해져 왔다. 그 순간 나는 사람들과 더불어 숲을 이루고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더 없이 울창한 나무들이 내 옆에 있음을 느꼈다.

나무가 모여서 숲을 만들고 숲은 더 건강한 생명과 더불어 더 울창해진다. 튼튼한 나무가 있기에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풍부한 대지와 적당한 햇살, 바람, 강과 물 그리고 비. 강한 풍랑에도 흔들리지 않을 튼튼한 뿌리를 만들어 가는 것은 나와 너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2004년에는 녹색연합과 함께 더욱 튼튼한 나무로 성장한 나를 만날수 있을것 같은 희망을 안고 2003년 송년회 스케치를 마친다.

글 : 회원 이상민
* 이상민님은 청소년참여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멋있는 젊은이입니다.

송년의 밤 상영 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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