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에 희망이 있는지? 이기선 회원을 만나다

2014.05.19 | 행사/교육/공지

jpeg -main 이기선

“2000년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를 읽었어요.

큰 충격을 받았고 생태와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 하게 되었죠.

그게 녹색연합과의 인연이 되는 시작이었어요."

 

2011년 회원설문에서 ‘활동가와 회원들의 마음에 희망이 있는지? 라고 물으셨어요. 기억하시죠? 

-꽤 지난 이야기라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당시 제 마음이 편하지는 안았던 것 같아요.

4대강 공사를 한참 진행하던 시기였어요.

고향이 익산이어서 금강을 보며 자라왔는데 금강이 그렇게 파괴되는 것에 마음 아파했어요. 하지만 직접 현장을 가 본적은 없었습니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무 것도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 상황을 바꾸려면 내 생각과 같은 사람들이 많아야 했었는데 대세는 그게 아니었잖아요.

 

 

그럼, 당시의 절망적인 상황을 빗대어 그렇게 질문하신 것은 아닐까요?

-절망은 너무 비장하네요. (웃음)

어떤 여지도 없이 틀과 기준을 정해 놓고 그것에 모든 것을 맞추는 상황에서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어요.

그 이후 더 이상 희망이 있고 없고를 이야기하거나 묻지도 안았고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한계를 많이 느꼈던 시절이었지만 저 또한 무언가를 정해 놓고 따라가던 습관에서 많이 벗어났던 시기였어요.

 

 

지금 우리 사회의 희망이 있다고 느끼세요? 희망이 있다면 어디서 찾으셨나요?

-정확히 누구라고 말하진 못하지만 예전보다는 다양한 방면에서 이탈자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참 바람직한 것 같고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이만큼 한다고 사회가 얼마나 변할까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탈자들이 사회의 희망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진정성 있게 이탈하는 사람들이요. 쉽진 안겠지만 저도 그중 하나이고 싶어요.

혼자 가끔 생각해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아이도 크고 혼자만의 시간이 생긴다면 이것저것 재지 않고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어요.

그게 제가 꿈꿀 수 있는 이탈이 되겠네요.

 

 

올 해로 녹색연합 10년 회원이 됩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속적인 후원이 쉽지 않았을텐데 녹색연합 10년 회원의 의미를 설명해주신다면요?

-10년 동안 일을 쉰 적이 거의 없어서 그렇겠지요.^^

사실 녹색연합 후원을 계속 하는 이유는 제가 모자라기 때문이에요… 마음에 빚이 있어서요.

나 아닌 것에 대한 미안함도 중요하지만 사실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면 나 자신에게 제일 미안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한 달에 몇 만원 후원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잖아요.

여유가 있다면 나 자신을 헤아리며 살아볼 텐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어서요.

10년 동안 그런 상황이 아니어서 후원만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특별히 하는 것은 없지만 후원이 그런 가치를 내 자신에게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10년 사이 겪었던 인상적인 변화나 경험이 있으셨나요?

-있어요.

그동안 많은 것들과 타협했어요. 자동차, 에어컨도 사고 샴푸도 쓰고…

자동차 없이 지낼만 했는데 아이를 낳고 1년간은 힘들었어요. 그래서 차를 사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나와 자동차가 말이 되는 건지, 어울리지도 않았고 오히려 불편함이 더 컸어요.

저는 관계를 중요시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혼자 못사는 사람이죠.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불편해 하는 것이 보기 힘들었어요.

현재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였어요. 최소한으로 이용하는 것으로요.

앞에서 말 했지만 어떤 기준을 정해놓고 그것에만 맞춰야한다고 하기 보다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실리적인 대안을 고민하고 실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꾸준히 하고 있는 지구를 위한 나만의 실천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옷 오래 입기입니다. 옷이 떨어질 때까지 입어요. 거의 옷을 안사죠^^

그리고 주위에 쓰다 남은 연필이나 메모지를 끝까지 쓰고 있어요.

얼마 전에 연필을 끝까지 다 사용했어요.

특별히 연필을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주위에 있는 것을 써요. 다 써도 주위에 쓰다 남은 것들이 많으니까요.

아마 평생을 써도 어딘가에는 남아있을 거예요.^^

 

 

10년 전의 녹색연합과 지금의 녹색연합 무엇이 달라졌나요?

-느낌에 단체 부피가 많이 커진 것 같기는 해요.

적은 수의 회원이었지만 진지하면서 가족 같은 분위기로 활동을 하던 시절도 좋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회원 수도 많이 늘었죠?

물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죠.

이탈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일 수도 있겠네요.

 

 

지금 녹색연합과 함께 하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현재로서는 그렇지 않다 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함께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같이 한다는 것이거든요.

예를 들자면 만나서 작은 일이라도 내가 가진 능력을 활용해 하나의 일을 같이 완성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CMS로 회비만 다달이 내고 있잖아요. 적어도 지로로 회비를 낼 때는 직접 은행에 가서 입금했거든요.

현재 함께 한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자기반성처럼 말씀해 주셨지만 녹색연합이 회원과 함께 하는 활동을 잘 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아니신가요?

-이 말은 뭉뚱그려 이야기 할 수밖에 없지만 녹색연합뿐만 아니라 다른 단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까지는 회원참여에 관심을 덜 쏟고 미흡한 점이 많다고 느끼고 있어요.

아니면 제가 있는 것도 못 찾아서일 수 도 있겠죠.

제가 출판업계에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사회운동단체나 진보라고 말하는 정당들에서 쓰는 말에서 ‘낡았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정말 낡아서 일수 도 있지만 아직까지 과거부터 지금까지 써왔던 말이나 활동을 대신 할 것을 찾지 못한 것이겠죠.

큰 틀에서 전달되는 의미에는 동의하지만 같은 말이 반복되어 식상하고 무겁게 느껴져요.

어쩌면 제가 느끼는 익숙함 때문일 수도 있고요.

길게 설명했지만 말이나 활동, 가볍게 가자입니다.

그래야 다양한 사람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요.

예전에는 사명감으로 활동을 이어왔다면 이젠 좀 재밌고 다양한 주제들이 가볍게 전달되는 것이 활동을 이어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판업에 종사하시니까 인문, 생태 관련 책도 많이 접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드리는 질문이에요.

인문, 자연, 생태는 어떤 연결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서로의 관계가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속을 툭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다면 이해 못할 것이 없고, 나 아닌 다른 생명도 관찰하고 알아 가면 그 생명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누군가 쓴 글이 기억납니다.

인문, 지식이라는 것도 그 목적이 알면서 사랑하는 것으로 이어져서 결국 지식과 인간 자연이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무엇 하나 소홀이 할 수 없는 이유를 깨닫게 되는 것이죠.

이 모든 것을 이어주는 연결점은 “알면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에요.

 

 

현재 어떤 희망을 그리고 계신가요?

-무언가를 위한 큰 희망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성실히 실천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소소한 것들에 집중을 하고 꾸준히 하는 것 어쩌면 그것을 꾸준히 빼먹지 않고 실천하겠다는 것도 희망이 될 수 있겠네요.

 

 

이기선님의 10년간 반복해온 솔직한 자기 인정과 스스로 터득한 삶의 지혜를 듣고 나니

그가 나이테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성장하고 있는 결 고운 나무 같이 보였다.

어쩌면 그렇게 보였던 까닭은 그 내면에 진정한 희망을 품기까지 참으로 많은 과정이 들어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쉽게 이루어지길 바라는 오늘날 진정한 의미의 희망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본다.

 

글, 사진: 이용희 (회원더하기)

*이기선 회원님과의 만남은 녹색희망 242호(2014.05/06)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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