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학교 산수유반이 문을 열었어요 ~

2004.03.18 | 행사/교육/공지

2003년 초록이학교는 매달 둘째주 토요일 수유동 방과후 공부방 아이들과 함께 수유동 우이천에 사는 개구리를 모니터링하면서 주변 자연과 만납니다.
수유동이라서 산수유반이예요. ^ _ ^



3월 13일 초록이 학교 산수유반이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한껏 따뜻해진 날씨와 신선한 공기가 산수유 반의 첫 만남을 반기고 있는 듯 느껴졌습니다.
봄을 기다리던 마음만큼이나 겹겹이 쌓여있던 우리의 웃옷도 봄을 맞아 어느덧 가벼워져 있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봄을 맞듯 아이들을 맞이했습니다.

<자연을 닮은 아이들>
인사를 하고 아이들과 찾아간 곳은 4.19탑 부근에 있는 우이천이라는 작은 개울가였습니다. 잘게 흐르는 개울가에서 개구리 알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는데 어릴 적 몇 번쯤 보았던 개구리 알을 볼 수 있다는 말에 저부터 설레었던 거 같습니다. 아이들 역시 오랜만의 봄 소풍이었던 탓인지, 아니면 저처럼 개구리 알이 몹시도 보고 싶었는지 놀러 가자는 말에 아이들은 무척이나 신이 난 듯 했습니다. 우이천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아이들은 이리 뛰어다니고 저리 뛰어다니며 신이 난 마음을 마음껏 보여주려는 듯 했습니다.

“와~ 나 이상한 거 하나 잡았어!!”



작은 바위를 이리저리 뒤집어가며 개구리 알을 찾던 아이들 중에 누군가 큰 소리로 아이들을 불렀습니다. 아이들은 그 바위 뒤에 붙어있던 작은 곤충들을 보고 신기해했고 자기가 찾은 곤충들을 자랑하고 싶어 아이들은 더 큰 소리로 친구들을 불렀습니다. 어느새 신이 났는지 아이들은 하나 둘 신발을 벗어던지고 개울가에 들어갔습니다. 이리저리 물이 튀고 연신 물이 차다며 아우성이었지만 그런 것들은 크게 개의치 않은가 봅니다. 어느새 아이들은 자연을 닮아 있었습니다. 제법 시간이 흘러서 숲 놀이를 하려고 아이들을 모으고 있는데 멀리까지 개울을 따라 올라갔던 명진이가 나타났습니다. 자기랑 친한 태환이형이 없다며 투덜대던 명진이의 손에는 작은 비닐봉지가 쥐여있었습니다.

“개구리 알이다, 개구리 알!!”

개구리 알은 고여 있는 얕은 개울가에서 많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물도 제법 많고 물살도 강해서 개구리 알을 못 보는 건 아닌가 걱정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명진이의 고사리만한 손에 쥐어진 개구리 알을 보니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개구리 알이다.”라는 소리에 신발을 신고 양말을 신던 아이들이 어느새 몰려들었습니다. 명진이는 개울에 개구리알이 보이지 않길래 저만치 위쪽까지 올라갔었다고 합니다. 태환이형이 없다며 심심해하던 명진이는 개울가에서 개구리 알이라는 좋은 친구를 만나 다시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개구리알을 보며 소란스러워진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까 지금 만큼은 우리가 필요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개구리 알 하나 하나가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숲에서 친구를 만나다>


북한산으로 올라가는 백련암 입구에 올라가 다람쥐 먹이 숨기기를 했습니다. 다람쥐가 가을에 밤이랑 도토리를 구하면 다 먹지 않고 여기 저기 숨겨놨다가 조금씩 찾아서 먹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람쥐는 잘 숨겨놓고 잊어버리는 일이 많아서 종종 그 자리에서 참나무가 자라 숲이 되기도 한답니다. 오늘 우리가 놀고 있는 이 자리도 언젠가 다람쥐가 숨겨두었던 도토리가 자라 숲이 된 건 아니었을까요. 우리 아이들도 탐스런 도토리 알 대신 작은 땅콩을 몇 개씩 쥐어진 채 다람쥐가 볼까, 아이들이 볼까 서로 조심스레 땅콩을 숨겼습니다.

그다음 아이들은 눈을 감고 자기 나무를 찾는 내 나무 찾기를 했습니다. 눈을 감은채 손으로 만지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자기 나무를 기억하는 놀이였습니다. 아이들은 안아도 보고, 조심스레 가지를 매만지며, 또 간혹 땅에 흔적도 몰래 남기며 각자 열심히 내 나무를 기억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내 나무를 찾는 일이 쉽지는 않았나 봅니다. 심술굳은 선생님이 아이들의 눈을 가리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던 탓인지 아이들은 내 나무를 혼동하곤 했습니다. 그래도 용케 찾아낸 내 나무에는 이름도 붙여주며, 혹여나 내 나무에 다른 아이들이 이름을 붙이질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슬슬 날이 저물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산에 온 기념으로 작은 선물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작게 잘려진 동그란 나무토막에 끈을 묶고 그림을 그려서 예쁜 목걸이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나무에 사포질을 해주며 끈을 나누어주자 아이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간혹 아이들 중에는 엄마에게 친구에게 가져다주겠다며 목걸이를 하나 더 만드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남자는 좋은데 남자 선생님은 싫어.”라며 친구 소라와 꼭 붙어다니던 혜정이도 이 시간만큼은 제 옆에서 다람쥐처럼 사포질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림을 그려달라는 아이부터 끈을 묶어달라는 아이들까지 정신없이 목걸이를 만들어야했지만 분명 이날 아이들은 소중한 선물 하나는 가져갔음에는 틀림없을 겁니다. 그건 바로 아이들 목에 걸린 작은 목걸이가 아니라 그 목걸이가 이야기하는 자연의 소리였겠죠.

어느새 날이 많이 저물어가고 있어서 처음 모였던 자리까지 내려왔습니다. 지칠 줄 모르던 아이들도 오늘 하루가 지나갔다는 생각에 이제 피곤함이 느껴지나 봅니다. 지친 아이들은 여전히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소란스러웠지만 저물어가는 하루만치 조금은 차분해진 기분이었습니다. 다음 4월 달에 나무 목걸이를 맨 여전히 활기찬 아이들을 기다려보려고 합니다. 분명 4월 달에는 더 봄을 닮아 있는 아이들의 표정을 볼 수 있을거라 기대하면서 말이죠.

– 모둠교사 바로 박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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