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들머리과정-네번째만남후기>꼬리치레 도롱뇽을 만나다.

2004.05.07 | 행사/교육/공지

지난 5월 1일, 2일 녹색 들머리 과정에서는 마지막 과정으로 유명산을 찾았습니다. 제법 굽이진 길을 돌아 유명산 입구에 도착하자 따스한 날씨와 신선한 공기가 유명산과의 첫 만남을 반기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잠시나마 서울을 떠나 있는 것만으로 즐거운 요즈음 산을 기다리던 마음만큼이나 환한 유명산의 표정이 반갑게 다가왔습니다.

백두대간을 찾아서

유명산 앞자락에 아름아름 자리 잡은 숙소들은 산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표정 마냥 환해보였습니다. 아마도 유명산의 맑은 공기가 그 표정을 더 환하게 만들어주는 듯 했습니다. 지나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도 즐거움을 읽을 수 있었는데 아마 자연이 선물해주는 표정이 이런게 아닐까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이미 사람들이 대부분 도착해 있었습니다. 약속 때문에 다른 일행보다 조금 늦게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다행히 짐을 풀고 저녁식사는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온 일행들은 그사이 근처 유명산 자연휴양림을 구경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모두들 자연휴양림에서 있었던 일들을 들려주었는데, 정운 간사님은 자연휴양림에서 뽕나무가 방귀 뀌는걸 보았다며 신기한 듯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백두대간은 크게 태백산맥을 포함한 큰 산줄기들을 말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의미를 확장해서 산줄기 하나하나가 우리 뒷동산까지 이어져있고, 우리의 산과 강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주는 우리의 전통적 지리인식체계의 바탕입니다.”

이날의 핵심은 백두대간에 대한 소개였습니다. 사진을 보아가며 백두대간팀 팀장인 정용미 간사님의 설명으로 백두대간에 대해 이야기들을 수 있었는데, 단순히 그것이 눈에 보이는 산줄기만이 아닌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대간이란 큰 줄기를 뜻하며, 백두대간이란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계곡이나 강을 건너지 않고 산줄기만으로 지리산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큰 줄기를 말한다고 합니다.

특히 백두산은 모든 산줄기와 통하며 우리 산의 시발점이며, 드넓은 만주대륙으로 뻗어나가는 정점으로 이 땅의 모든 산줄기가 백두산과 통한다는 개념은 우리의 전통적인 지리인식체계의 바탕입니다. 무엇보다 1세기 전, 14개월 동안의 조사 결과로 만들어진 일본 고토 분지의 지질학적 개념과는 달리 우리 선조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루어진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전통 지리관으로 이 땅을 이해해 왔다고 합니다. 백두대간에는 땅을 살아 있는 생명체로 인식하고 언제나 함께 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살아온 조상들의 세계관이 녹아 있었습니다.

유명산에서 소구니산까지 – 꼬리치레 도롱뇽을 만나다



숙소에서 하루를 보낸 후 다음날 일찍부터 유명산 등반을 시작했습니다. 아침 일찍 짐을 챙기고 도시락을 싼 후 숙소를 출발할 수 있었는데 이른 아침의 신선한 공기가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무엇보다 유명산의 신선한 공기가 아침잠을 훔쳐갔는지 산을 오르면서 머리가 참 맑았습니다. 처음 오르는 길은 무척이나 편안했는데 천천히 산을 오르며 용미 간사님은 여기저기 꽃과 나무를 하나하나 설명해주셨습니다.

“아, 이건 물푸레나무예요. 고여 있는 물에 물푸레나무 잎을 띄워놓으면 물이 푸르게 변한다고 물푸레나무예요.”
“이건 천남성이예요. 이건 독성이 있어서 잎을 꺾거나 해도 손가락이 간질거리곤 해요. 드라마에서 나오는 사약을 만들 때 쓰이기도 했지요.”



산을 오르며 무심코 지나치던 꽃과 나무들이 참 다양하구나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얼마 되지 않겠구나 싶었던 나무들에 다양한 이름들이 붙어있는 걸 보고 재미있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을 맞아 꽃들도 여기저기 참 많이도 피어있었는데 맑은 계곡을 따라 오르며 여기저기 피어있는 꽃들을 보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곳곳에서 만나는 꽃마리, 은방울꽃, 현오색 같은 꽃들이 없었다면 산을 오르는 일이 그저 힘들기만 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우리는 계곡의 중간 즈음 짐을 풀고 맑은 물에 서식하는 생물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소금쟁이와 날도래, 옆새우들이었습니다. 특히 날도래들이 변태를 하며 벗어놓은 껍질들이 종종 눈에 띄어 신기했습니다. 우리는 혹시 하는 마음에 여기저기 돌들을 뒤집어가며 꼬리치레 도롱뇽을 찾아보았습니다. 물이 맑아 왠지 이곳에서 꼬리치레 도롱뇽을 만날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찾다보니 산개구리도 만나고 왠지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습니다.

“꼬리치레 도롱뇽이다!”



갑자기 함께 갔던 민수형이 사람들을 불렀습니다. 어리둥절해서 자세히 바라보니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꼬리치레 도롱뇽이었습니다. 동글동글하니 작은 것이 꿈틀거리는 걸 보니 먼저 ‘참 귀엽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사람들도 금새 모여 꼬리치레 도롱뇽을 구경했습니다. 사진으로만 보아오며 설마 만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는데 막상 눈앞에 꼬리치레 도롱뇽의 모습을 보니 오히려 익숙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혹시 다칠까 조심스레 사진을 찍고는 계곡물로 돌려보내주었지만 유명산에서 반가운 친구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다만 이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계곡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 산을 빠르게 올라야 했습니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었지만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경사가 가팔라져서 오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힘들게 정상에 서니 백두대간의 줄기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까운 산의 능선들이 눈에 들어오니 ‘아, 어제 들었던 이야기처럼 산들이 모두 이어져있구나.’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정상까지 나 있는 도로와 근처의 미군시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왜 이런 곳까지 길을 내야할까’ 안타까웠습니다. 내심 유명산 정상에서 백두대간의 산줄기를 좀 더 오래 보고 싶었지만 비도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했고 산을 오르는 시간도 많이 걸려 빠르게 근처 소구니산으로 지나 산을 내려왔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산을 오르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산을 오르내리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거 같습니다. 조금은 백두대간을 보고 걸어 다니며 백두대간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어릴 적 학교에서 그림을 그리면 꼭 집 뒤편으로 산을 그려 넣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외국에 여행을 하며 우리네처럼 늘 뒤에 산이 자리하는 나라가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산이, 백두대간이 우리 삶에 익숙하고 소중한 공간이 아닐까요. 우리가 알게 모르게 늘 우리 주위에서 함께하는 백두대간을 보존해야 한다는 말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네 뒷산이 바로 백두대간의 한 줄기라는 걸 이해한다면 말입니다.

문득 문득 우리의 아이들의 아이들이 미술 시간에 집 뒤편으로 푸른 산을 그려 넣지 않게 될까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녹색들머리 과정 “녹색을 그대에게” 토론 모임 박경수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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