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모임]연초록 생명 시절, 곡우에 생각나는 엄마 음식

2015.04.25 | 행사/교육/공지

성북동 회원소모임 '이야기가 있는 절기모임' 그 두번째 이야기

뜬금없이 엄마 음식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대개의 사람들 그러하듯이 아플 때, 외로울 때, 혹은 힘들 때 아니고 누군가 실컷 마음으로 두들겨 패고 싶을 때, 그러니까 힘내서 세상과 맞짱 떠야 할 일 있을 때 엄마 음식 생각이 난다. 엄마가 해 주는 음식 먹고 나면 없던 힘도 불끈 솟아날 것 같아서다. 뉴스마다 맘에 안 드는 사람들만 잔뜩 나오는 요즘 같은 때는 더욱 그러하지.
먹고 싶은 음식도 뭐 별것 아닌 것들이다. 찹쌀가루 잔뜩 묻혀 쪄낸 호박버무리, 홍두깨로 잘 밀어 굵직굵직 썰어 끓인 칼국수, 가을산이 준 선물 도토리묵, 그리고 봄이면 어김없이 상에 오르던 쑥국, 쑥개떡, 그리고 이번에 '절기살이'에서 해 먹은 쑥버무리… 뭐 이런 것들이다. 이 아무것도 아닌 음식들, 막상 사 먹으려고 하면 파는 곳이 없어서 제 손으로 해 먹지 않으면 안 되는 종류의 것들. 그러니 자꾸 엄마 생각이나 할 수밖에.
우리 엄마는 쑥버무리를 할 때 쌀가루만 쓰지 않고 밀가루를 섞어 해 주시는데, 밀가루에 물을 조금 개서 쑥과 버무려 쪄 주시는지라 이번에 해 먹은 쑥버무리보다는 더 찰진 느낌. 그리고 많이 달다. ㅋ
엄마가 해 주는 것만 먹다가 '절기살이' 덕분에 서울에서도 쑥버무리를 먹을 수 있게 되어 이번 모임은 무엇보다 반가웠다. 그러고 보니 단 한 번도 나 스스로 해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음식이네. 당연히 엄마표 음식이라 정해 놓고 있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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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좋은 거실에서 고습게 쪄지는 쑥버무리 향도 좋았고 곡우 언저리에 환하게 생동하는 계절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참 좋았다. 첫 번째 모임에 비해 낯이 익어서 편해진 것도 있고, 아늑한 모임 장소에 편하게 스며들게 된 덕도 있겠다.
'절기살이' 모임 하면서 처음 깨달았다. 작아 글메김꾼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 긴 시간 동안 녹색연합 회원들과 만나는 자리가 참 어이없이도 적었단 사실. 살아가는 모양새가 닮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있으니 배울 것도 많고, 기운도 나고, 참 좋다는 사실. 그런데도 같이 나눌 이가 곁에 없다며 바보같이 외로워했단 사실.
그러니 이제부턴 좀 달라질 수 있을까? 무에 그리 크게 달라질 건 없겠지만, 마음이 생동하니 뭐라도 되겠다 싶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낭독하면서, 회원들과 같이 하는 그림책 낭독 모임 같은 거 만들면 신나게 해 볼 수 있겠단 생각, 문득 했네.
모쪼록 이 '절기살이' 모임이 끝날 때까지, 이번 곡우 모임처럼 에너지 충만하는 시간들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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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은주(웃는돌고래)회원

절기모임 첫번째 이야기
https://www.greenkorea.org/?p=44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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