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지도 만들기에 참여했어요.

2004.06.07 | 행사/교육/공지

아이들과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 출간되었던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를 본 후였습니다.

당시
큰 아이가 3학년이었는데
학교에 나오는 급식이 정말 5일 동안이면
3-4일이 인스턴트 조리식품이 꼭 끼어있고요,
그리고 어머니들이 간식으로 가끔 넣어 주시는 것도
대부분 햄버거,콜라였지요.
헌데 그 책을 읽는 내 옆에서 궁금해 하며 읽던 아이는
당시엔 정말 충격이 컸었나봐요.

어느날 간식으로 햄버거를 받았는데요,
이 나쁜 걸 친구를 줄 수도 없고,
저가 먹을 수도 없어서
혼자 이 궁리 저 궁리 하다가
쓰레기통에 버리고 온 겁니다.

저는 아이의 행동에 깜짝 놀랐지만
아무튼 그렇게 좋아하던 햄버거를 먹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게다가 실천한 그 일을 칭찬해주었지요.

그 뒤로 엄마인 저는
먹거리에 대해서
강력하게는 아니지만 되도록이면
몸에 해가 되는 인스턴트며 패스트푸드는 먹이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는데요….
그렇게 엄마를 놀래킬 정도로 스스로 주의하던 아이와 갈등이 생긴 것이
아이가 너무나 좋아해 도저히 끊을 수 없는 라면에서였어요.
피자도 햄버거도 치킨도 안먹을 순 있지만
라면은 정말 너무나 좋아하는 건데다가
처음엔 컵라면에서 시작해서 일반라면까지
혼자 끓여 먹는 재미까지 있으니….

해서 라면을 생협에서 구입해 먹이기도 하고 하다가
아이와
이번에 음식지도 만들기에서 함께 놀며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어요.

음식지도 만들기는
이야기마인드맵 처럼 하나의 음식을 놓고
그림도 그리고 들어간 재료도 찾아보면서
이런 것이 들어가서 정말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거였는데요.



아이는 그동안 최열아저씨의 환경이야기 등의 책을 읽어서
오히려 강좌를 들었던 저보다
재잘재잘 인스턴트, 패스트푸드 먹거리 문제점을
더 많이 이야기하네요.
우리 모둠에서 한 선생님께서
첨가물이나 화학물들이
작은 동물 실험에 이상이 있어도
몸이 큰 인간에게는 해가 없는 미소량이 있다는
말씀엔
그 동물들도 해가 되는데 어떻게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겠냐며
결국 몸에 쌓이면 해가 되지 않겠냐는 말도 하고요…
“흰 쥐도 안먹으려는 음식을 사람이 먹는거잖아요..”
정말 깜찍한 말을 잘도 해대요.

함께 발표를 할 때는
닭고기를 좋아하던 푸에르토리코에서
미국산 수입닭을 즐겨 먹다가
어린 여자아이에게서 성장이상이 생겨
유아들이 젖가슴도 나오고 했던 일도 사례로 이야기 하고요…

음식지도에 오셨던 여러 선생님들도 깜짝 놀랄만큼
당돌하게 아는체를 많이 했지요.

해서
답은 질문하는 아이가 갖고 있다는 동화가 생각나서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만약 너가 나중에 자식을 낳았는데 그 아이가
라면을 너무나 좋아하면 어쩌겠냐고요



처음엔 마음껏  그 아이가 먹게 해준다더니
그래도 아이가 너무 먹으면
아예 라면 외에는 김치고 뭐고 모든 음식을 주지 않을거래요.
그러면 질려서 먹지 않을거라나요…..

그래서 너에게도 엄마가 그렇게 하면 어떻겠냐니까…
아마 3일도 안되서 다른 음식 달라고 할 거라고 해요.
그러니 제발 그렇게는 하지말라고 애원도 하고요.^^;;

여러 선생님들과 먹거리에 대한 고민,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아이들은 당장 눈에 보이진 않지만
나름대로
자기 생각들을 바르게 정리하는 것 같습니다.

아기로만 생각하는 1학년 둘째 녀석도
음식에 설탕을 넣는 저를 보곤
“엄마. 설탕은 몸에 안좋은데 왜 넣어요?”
하고 저를 당황하게 하고요…
그렇게 감자고 토마토고 설탕 뿌려달라던 소리가
쑤~욱 들어갔구요.

큰 아이도
미나마타병에서 살아났던 수유부, 임산부 이야기를
충격이 컸던지 몇 번을 말하곤 하더니
우유 먹는 걸 좀 줄이고 싶다고 하고요…

때론 엄마보다 앞서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직도 쉽게 습관을 바꾸지 못하는
늦되는 자신을 돌아봅니다.

다음에도 기회가 닿으면
엄마 혼자 듣고 돌아서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듣고 경험할 기회를 갖도록 하고 싶어요.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소중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거든요.*^^*

글 : 신보경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