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친구가된 초록이들

2004.06.24 | 행사/교육/공지

6월 19일, 오늘은 초록이 학교 들꽃반 친구들이 강화도로 1박2일 먼 나들이를 떠나기로 한 날이다. 태풍이 온다는 기상예보도 있고 비도 부슬부슬 내린다. 하지만 초록이 친구들이 너무도 많이 손꼽아 기다려 온 먼나들이! 태풍이 와도 우리는 간다~

오후3시 신촌역 7번 출구 앞, 초록이 친구들이 하나 둘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나타났다. 먼 나들이를 떠난다는 즐거움 반, 엄마 아빠를 떠난다 생각하니 두려움이 반. 어떤 친구는 엄마를 꼭 껴안고 울기도 한다. 그러나 차가 떠날 때쯤은 모두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아침가리 마을
버스로 1시간 30분쯤을 달려 우리는 강화도 아침가리 마을에 도착했다. 서울을 떠나 김포를 지나 육지와 강화도를 잇는 강화대교를 건너 도착한 아침가리 마을은 조용하고 아담한 시골마을이었다. 아침가리는 아침에 밭을 가는 부지런한 마을이라는 뜻이라고 이장님이 나중에 이야기해 주셨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숙소인 한옥에다 짐을 풀고 곧바로 감자캐기 체험을 하러 감자밭 하우스로 달려갔다. 각자 호미를 하나씩 들고 고랑마다 흩어져서 감자를 캤다. 잎을 뽑고 잡초를 걷어 내고 호미로 땅을 파면 굵은 감자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감자가 캐어져 나올 때 마다 아이들은 아우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어떻게 보면 힘든 농사일이지만 처음 감자를 캐는 친구들에게 감자캐기는 즐거운 농사놀이였다. 체험 후 직접 농사를 지으시는 농부아저씨께 우리가 궁금해 하던 감자에 대한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가졌다.

저녁 먹는 시간, 마을에 사시는 아주머니들이 만들어 주신 밥과 반찬은 꿀맛이었다. 밥먹기에 앞서 새싹선생님이 노래를 가르쳐 주었다. “밥은 하늘입니다~♪ ♬”로 시작되는 노래. 하늘같은 밥을 고맙게 생각하며 아이들이 밥을 먹었을까^^ 그 유명한 강화쌀로 지은 밥, 지역 특산물 순무김치, 생선구이, 계란말이 등 너무도 맛있어 두 그릇, 세 그릇까지 먹는 친구들도 있었다. 힘든 농사일 뒤에 먹는 밥이라 더 맛있기도 했겠지!

비오는 밤 아침가리에 뜬 별들
밥을 먹고 나니까 깜깜한 밤이다. 별을 보고 싶은데 주룩주룩 비가 온다. 뭘 하지?
하지만 다들 걱정 마세요. 고목나무 선생님이 별자리 공부를 준비 해 오셨지요~!
컴퓨터로 슬라이더도 보고, 별자리 그려 보기도 하고, 신화이야기도 듣고, 야광별로 별자리를 만들어 불을 끄고 밤하늘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퀴즈 풀기를 해 상도 받았다. 친구들이 다함께 만든 야광별자리가 아침가리마을의 한옥집에서 반짝반짝!
고목나무 선생님은 어려운 별자리 공부를 너무도 쉽고 재미있게 풀어 주셨다.
“고목나무 선생님~ 즐겁고 쉬운 별자리이야기~ 고맙습니다.”

별자리 공부를 하고 나니 배가 출출 해졌다. 맛있는 간식 시간!! 뜨끈뜨끈 김이 팍팍~~나는 찐 감자가 나왔다. 맛있다!! 정말 맛있다!! 우리가 캐서 더 맛있는 것 같다.
이제 늦은 밤이다. 이를 닦고 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안 온다. 친구들과 더 장난도 치고 싶고 무서운 이야기도 듣고 싶은데…. 내일도 즐겁게 놀아야지? 그래, 내일을 위해 잠들자.



다음날
따뜻한 방에서 얼마나 잤을까? ‘꼬꼬댁’ 닭이 운다. ‘으윽! 일어나기 싫어!!’ 그러나 해는 밝았다. 구름은 있지만 비도 오지 않고 상쾌한 아침이다. 아침산책을 하고 아침밥을 먹었다. 아침산책길에는 청개구리도 만나고 뽕나무에 열린 오디도 따먹었다. 참, 산음휴양림에서 봤던 생강나무와 산초나무도 아이들과 다시 뜯어서 냄새도 맡아 보았다. 비온 뒤 거미줄은 그 어떤 것보다도 예뻤다.  

고운 황토 빛 물들이기
너무도 고운 황토 흙에 물을 붓고 잘 섞은 다음 가지고 온 옷들을 황토거품이 날 때까지 손으로 꾹꾹 눌렀다. 팔이 아플때 쯤에는 바지를 걷고 푹푹! 밟아도 보았다. 조금 지루하기도 했지만 친구들은 황토물 듬뿍 물든 셔츠를 흔들어 보기도 하고 짜보기도 하고 펼쳐서 염색 상태를 살펴보기도 하며 염색 작업을 마쳤다. 집에 가지고 가서 멋지고 폼나게 입어 봐야지~!

세상의 곤충이 여기 다~ 모였네
다음은 버스를 타고 곤충농원으로 이동!
와-!! 세상의 최고 곤충 다 모였다. 나비, 벌, 장수하늘소, 풍뎅이…. 이름도 너무 많아 다 못 외우겠다. 종류만 많은 것이 아니다. 지금은 멸종되어 없어진 곤충도 살아있는 모습 그대로 전시되어 있고, 우리가 보지 못 했던 세계적으로 희귀한 종을 비롯해 세계에서 최고 큰 곤충 ,가장 아름다운 곤충, 가장 멋진 곤충, 헬리콥터를 닮은 곤충, 사람 얼굴 모양을 한 곤충, 나뭇잎과 똑같이 생긴 곤충 등등 입을 다물지 못하고 곤충 박사님의 설명을 들었다. 우리가 보지도 못했고 듣지도 못했던 아름답고 멋지고 큰 곤충이 너무도 많았다.
곤충농원은 다음에 꼭 다시 한번 와 보고 싶은 곳이다.

황산벌이 아니라 황산도 갯벌 ^0^
비가 여전히 조금씩은 내려서 갯벌에 가기를 주저했지만 아이들이 다같이 외친다. “우리는 갯벌을 원한다!” 그래, 가자! 강화도까지 와서 갯벌체험도 못하면 얼마나 슬플까?
다행히 황산도에 도착해 내리니까 비가 그쳤다. 바닷물이 빠져 나간 뻘갯벌. 농발게들이 집 밖으로 나와 먹이 찾기에 여념이 없다. 여기저기 많기도 하다. 한마리만 잡아 봤으면 좋겠건만 얼마나 빠른지 큰 게는 멀리서 구경만 하고 아기게들만 몇 마리 잡아서 살펴보고 놓아 주었다.
어! 저것은 뭐지? 바다에도 식물이 자란다. 이름은 칠면초라 하는 풀은 바닷물을 먹어서 짭쪼롬하다. 어릴 때는 나물로 먹기도 하고 색이 바뀌어 빨개지면 염색도 할 수 있는 칠면초!
갯벌은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터다. 넘어져도 즐겁고 뻘이 옷에 묻어도 신나기만 하다.

많이많이 놀고 싶지만 길이 막히면 집에 가기 너무 힘들어 조금만 놀고 버스에 올랐다. 다행히 막히지 않고 우리는 서울에 도착했다.

너무도 신나고 재미있었던 강화도 먼나들이를 끝으로 초록이 학교 봄학기는 모두 끝났다. 북한산 꽃 눈 보기, 청개산 개구리를 찾아서, 산음 야생화 꽃을 쫓아서, 그리고 강화도 먼나들이까지..
같이 4개월 동안 함께 하면서 친구들과 친해졌었고 자연과도 친해졌었는데 이제 우리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어떤 유명한 할아버지가 한국에 왔을 때 이런 얘기를 했다. 자연과 우리는 친구라고. 친구끼리는 친구한테 나쁘게 하고 친구를 아프게, 슬프게 할 수 없다고.

초록이학교에서 아이들이 만나 서로서로 조금씩 가까워지며 친구가 된 것처럼, 아이들과 자연 역시 초록이학교 안에서 친구가 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이 기억을 잊지 않고 이 다음에 어른이 되어서도 자연과 친구가 될 수 있는 어른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두 모두 건강하고 보고 싶을꺼야. 또 만나자. 안녕~~~.

글 : 모둠교사 한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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