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의 만남을 주선합니다” _조원형회원과의 만남

2016.09.29 | 행사/교육/공지

돌베개 출판사 주최로 녹색연합 회원님들께도 소개된 적인 있는 독립 다큐 영화들- ‘후쿠시마의 미래’, ‘잡식가족의 딜레마’, ‘밀양아리랑’, ‘나쁜 나라’, ‘영원한 봉인’-을 기억하시나요? 단순히 책을 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작업을 통해, 세상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자 노력하고 있는 돌베개 출판사의 조원형 회원님을 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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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과의 인연을 소개해 주세요.

후쿠시만 일주기 때, 원전관련 다큐영화 상영회을 준비하면서에요. 출판사 단위에서만 홍보하는게 아니라 실제 이런 고민을 하시는 시민분들이 많이 오시면 좋겠다는 생각에 녹색연합과 여성환경연대에 연락을 드렸고, 이런 행사를 하려고 하는데 같이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죠. 책과 영화도 함께 보고 단체의 활동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거라고 생각했어요.

○ 녹색연합과 돌베개가 협력하여 기획, 진행한 프로그램들이 많았습니다. 다른 단체와 협력하는 사업이 많은가요? 또 녹색연합과 함께 했을 때 어떠했는지도 궁금해요.

단순히 책을 내고 서점에서만 독자들을 만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만남의 장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늘 있었어요. 그래서 독자들과 밥도 같이 먹는 밥번개도 하고 영화번개도 하다가, 독립영화 정기상영회를 한달에 한번 하게 되었죠. 저희가 출판하는 책들의 방향을 제가 감히 말씀드리자면 지금 여기를 고민하는 책, 다음 세대를 고민하는 책, 사람과 세상에 대한 물음을 담은 책이라는 거예요. 책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여기를 고민하자, 그리고 고민에 그치지 말고 행동하자라는 생각이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 책의 가치들이 환경이나 사회적 정치적 이슈와 맞닿을 수밖에 없는 거고 그렇다보니 녹색연합이나 문화연대, 뉴스타파등과의 연대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죠. 그리고 특히 녹색연합과의 협력을 그동안 많이 했죠. 협력하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활동가분들이나 오셨던 회원분들의 피드백이 굉장히 긍정적이었고, 작지만 소중한 걸 계속하다보면 성장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활동가분들이 바쁘신 와중에도 적극적으로 신경 많이 써주셔서 늘 즐겁게 일할 수 있었어요.

○ 돌베개는 인문학, 사회과학, 역사예술분야의 깊이 있는 성찰이 묻어나는 책들을 많이 발간하는 역사가 깊은 출판사로 우리나라에서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출판사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돌베개에서 일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멋진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건 아니구요. 저는 원래 꿈이 라디오 프로듀서였어요. 그리고 방송국 외주제작사 PD로 일을 하다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일이 너무 불규칙적이다 보니 고민이 많았지요. 그러던 중 저를 지도해주셨던 선생님께서 인문학 분야의 출판사에서 일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추천해주셨고 돌베개에 당당히 입사하게 되었지요. 입사하고 보니 청년시절에 접했던 책들 중에 돌베개 책들이 많이 있었더라구요. 우연이지만 인연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자율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일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돌베개가 아닌 다른 출판사에 갔더라면 금방 그만두었을지도 몰라요.^^

요즘 사람들은 종이책보다는 컴퓨터나 모바일등 기계와 접하는 시간이 많아요. 특히 사회참여 성격을 띈 책들이나, 불편한 진실을 담은 책들은 다른 분야의 책들보다 외면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요. 출판인으로서 가지는 책임감이랄지 솔직한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요.

사람들이 책을 참 안 읽어요. 읽을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어 보여요. 많은 매체가 있지만 저는 책이라는 게 온전히 나와 만나 대화하고 생각할 수 있는, 침묵의 시간이라고 할까요? 강요당하는 것이 아니라 허락하는 유일한 시간이요. 영상을 다루다 책 관련 일을 하다 보니 드는 생각이, 책 말고 다른 매체들은 주장하는 것을 그대로 주입하려들고 감동시키려고 억지로 장치를 마련하곤 하는데 책은 읽다가 덮어도 되고, 나에게 재량권이 주어져 있잖아요. 일방적이고 폭력적이지 않은 평등한 매체라서 좋아요.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으면 좋을텐데, 그리고 정말 좋은 책들이 많은데, 사람들은 나를 즐겁게 해주는 책들만 찾고 나를 힘들게 하는 책들은 나와 관계없다고 외면하지요. 저는 낮은 목소리, 외면된 것들에 우리사회의 진실과 민낯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어렵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잘 해나가야겠지요.

○ 귀여운 따님이 있으신 걸로 아는데, 책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아버지로서 특별한 자녀교육관이 있으신지요?

아홉 살, 다섯 살 두 딸을 키우고 있어요. 책을 많이 권해줍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첫째가 다행히 책을 좋아해요. 저는 책이 주는 즐거움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그리고 녹색연합과 일하게 되면서 일부러 아이에게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제가 물 아끼고 전기 아끼는 것에 민감하기도 하구요. 어려서 부모님과 할머님이 늘 아끼시는 것을 보고 자라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죠. 앞으로 우리아이들이 살아갈 땅이고 한정된 것인데, 주인도 아닌 우리 인간이 마구잡이로 행동하는 것은 안 될 일이죠. 그리고 저는 부모님들이 자기 아이의 삶을 완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변 환경이 녹록치 않지만 아이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 출판되는 책들을 대부분 다 읽으신다고 들었습니다. 굉장해요. 단순히 일 때문이라기보다는 책읽기가 행복한 습관으로 자리 잡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에 읽으신 책 중 녹색연합 회원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나요?

책을 빨리 읽고 주제를 잘 찾는 편이에요. 그리고 독자의 눈높이를 알아야 그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지 않겠어요? 개인적으로 출판되는 책의 첫 번째 독자라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는 게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해요.^^ 요즘 읽고 있는 책 중에 녹색연합회원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은 ‘문버드’라고 작은 새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읽으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읽어도 좋을 책이에요. 또 한권 추천하고 싶은 책은 ‘조선과 일본에 살다’라는 책이에요. 8.15 광복과분단, 4.3항쟁등 비극적인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었던 한 시인의 회고록이에요. 이야기를 읽는 내내 너무도 생생하고 비극적이고 굴곡진 현대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마음이 많이 아팠고 인상적이었어요. 기록과 증언이 주는 감동을 한분이라도 더 느꼈으면 좋겠어요.

○ 돌베개에서는 책을 만들고 홍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 도서관을 통한 신영복 선생님의 서화전, 다큐영화를 함께 보는 책씨 프로그램, 동네서점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해주세요.

“책과 사람의 만남을 주선합니다” 제가 입사 시 자기소개서 첫머리에 썼던 말이에요. 이 말에 벗어나지 않게 6년을 일했어요. 책을 매개로 사람들을 만나는 일로 도서관, 동네서점과 함께하기도 하고 또 다큐영화를 함께 보는 책씨행사도 하고 있는거고요. 제가 이번에 지역에 있는 서점들을 쭉 한번 돌아볼 기회가 있었어요. 지역서점들의 고민도 들어보고, 앞으로 서울과 수도권에만 치우치지 않고 지역의 서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려고 해요. 이러한 것들은 사실 신영복 선생님의 메시지와 닿아있어요. 책을 읽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읽으면 생각하고 행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발로 이어지게 하는 여행, 더불어 숲, 작은 숲을 만드는 과정인 셈이죠. 녹색연합과의 협력도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어요. 완벽할 순 없더라도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하고자 해요.

○ 최근에 녹색연합 회원이 되셨어요~^^ 녹색연합과 함께하시게 된 것을 계기로 앞으로 내 삶에 있어 이런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하는 점이 있으시다면?

제가 차에 뉴스타파 스티거를 붙이고 다녀요. 사람들이 뉴스타파에서 일하냐고 묻기도 하는데 제가 뉴스타파를 후원하고 있기도 하고 응원해서이기도 해요, 후원을 한다는 것에는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녹색연합 회원이 되었으니 주인의식을 가지고 앞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환경에 관한 잔소리를 많이 할 겁니다.^^ 예컨대 전 세계가 탈원전으로 가는 분위기 속에서 계속 원자력 발전소를 짓겠다고 고집하는 모습이 너무 무책임해요. 당장 돈이 되고, 나에게만 사고가 닥치지 않으면 된다는, 뒷일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는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잖아요. 앞으로 원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영화 상영도 많이 할 계획이고, 출판사에 있으니 녹색연합과 책 읽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일도 계속 하려고요. 녹색연합의 활동에 대해 늘 지지하고, 공유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조원형회원님은 돌베개 출판사에서 홍보와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단순히 책을 내고 서점에서만 독자들을 만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만남의 장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책과 영화가 함께 있는 돌베개의 책씨 프로그램을 통해 녹색연합회원들과도 꾸준히 만나고 있다.

인터뷰: 강승남, 허승은/녹색연합회원더하기팀
정리: 강승남/녹색연합회원더하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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