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들머리과정 – 네 여자의 수다 “종이 한 장에서 숲을 보다”

2004.11.08 | 행사/교육/공지

“만일 당신이 시인이라면 당신은 이 종이 한 장속에 구름이 있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구름이 없으면 비가 내리지 않을 것이고, 비가 내리지 않으면 나무가 자랄 수 없다. 나무가 없으면 우리는 종이를 만들 수 없다” – 틱낫한 –



뭔가 글을 쓰고자 할 때는 왜 문득 겁부터 덜컥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학시절 쓰던 레포트도 아니고 취업란의 자기소개서 마냥 뭔가 대단한 말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부담감 때문에 첫머리를 좋아하는 분의 글을 인용했습니다.

종이 속에서 구름과 비와 나무와 햇살을 볼 수 있는 마음으로 우리가 논의 했던 문제들을 생활 속에서 하나씩 실천해 나간다면 정말 즐거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천주라는 곳에서 같이 식사하면서 생태발자국을 측정해보고 생태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몇 가지 실천방안들을 논의 해 보았습니다. 중고품을 애용하고 새 제품을 줄이기, 화장지 두 칸 쓰기부터 안 쓰고 손수건으로 닦기, 음식물 남기지 않기와 소식(小食)하기의 타협점 찾기, 면생리대 사용과 압박붕대 생리대 사용 등.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말을 연상케 하는 수다의 장이었죠. 아, 넷이었나요?
좌우지간, 신정은 님께서 화장지 두 칸 쓰는 문제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해주셨어요. 화장지를 두 칸씩 사용할 때는 오줌이 묻는 경우가 많고, 그럴 때 손을 씻게 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렇게 되면 다시 물을 쓰게 되므로 휴지를 오줌 안 묻을 만큼 쓰는 것과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것 등 평소에 저도 그 게 궁금했었는데 의문을 풀진 못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밖에서 음식을 사먹을 때 항상 고민되는 것이 소식과 음식물 남기지 않기라는 두 가치의 충돌이다 라는 말을 했습니다. 식당 아주머니들은 어찌나 인심이 후하신지 조금만 달라고 해도 밥과 반찬을 넘칠 정도로 많이 담아주시거든요. 그럴때 마다 생각하곤 했습니다. 이럴 땐 소식을 위해 남기는 것보다는 싸가지고 가거나 다 먹어치우는 것이 괜찮지 않을까. 아니야! 이건 뭔가 아닌데, 깐깐하게 보이겠지만 먹기 전에 먹을 양만큼만 남기고 다시 갖다드리는 건 어떨까!.



화장지문제도 그렇습니다. 물을 아끼자니 화장지를 조금 더 써야 하고 화장지를 아끼자니 물을 써야 합니다. 이도 저도 싫으면 이런 방법도 있겠지요. 아예 안 닦는 방법! 최대한 몸의 진동으로 오줌을 털고 일어나 멋지게 안 닦는 방법 말이에요. ㅎㅎㅎㅎ

그러나 그것도 배변일 경우에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저는 가끔 귀찮아서 안 닦기도 하지만 배변일 경우에는 냄새문제도 있고 안 닦는 문제는 엄두를 낼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저 둘 사이에서 반드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얘긴데,

제가 생각해본 결과로는 물과 화장지를 동시에 아낄 수 있는 방법은 화장지 한 칸을 네 개로 접어서 닦고 손을 물로 씻는 방법입니다. 화장지 두 칸을 접어서도 물로 씻을 수 밖에 없다면, 화장지를 한 칸만 쓰고 물로 씻어도 괜찮을 것 같아서 실험해 본 결과. 팬티에 묻는 오줌의 양이 한 칸과 두 칸이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다만 오줌을 두려워하고 살살 닦는 것이 아니라 깊숙이 닦아주어 손에 잔잔히 오줌이 묻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비누를 살짝 묻혀 손을 두세번 깨끗이 비벼 씻으니 아주 상쾌했어요.



신정은 님께서는 화장지를 대용할 수 있는 손수건을 만드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가재손수건 같은 것을 사서 닦고 할 수 있는 오줌전용 손수건이죠. 녹색들머리과정 2기 참가자인 저희들은 그래서 11월 한 달 동안 이 손수건을 한번 써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오랫동안 면생리대를 써오신 신정은 님께서 면생리대를 사용해본 결과 덩어리 같은 분비물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생리통도 적어졌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저도 밖에서는 아직 사용할 엄두를 못 내고 있지만 집에서는 한번 시도를 해보았는데, 집에 남아도는 천이 없어서 어머니가 쓰시던 20cm압박붕대를 팬티에 둘둘 말아 밤 시간동안 사용을 해보았지요. 결과는 정말 만족이었습니다. 상처 난 부위를 감는 압박붕대라 그런지 껄끄럽지 않고 신축성이 있어서 거동할 때 불편하지 않고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흡수력이었는데, 자고 일어난 직후였는데도 불구하고 별로 묻지 않았다는 점이었어요. 이불에 따로 천을 깔아놓았는데도 혹시나 새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었거든요.

어쨌든 저는 익숙해지면 외출할 때도 그 압박붕대를 하고 나갈 생각입니다. 외출할 때는 활동이 많으니 고정시킬 수 있는 뭔가를 준비해놓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으로 두서없는 글이었네요. 그러나 우리들의 이런 작은 노력을 통해 화장지에서 구름과 비를 볼 수 있다면 실천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글 : 심은정 회원(제2회 녹색들머리과정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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