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공존을 꿈꾸다”

2004.04.23 | 행사/교육/공지

녹색순례는?
녹색순례는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땅의 자연과 생명을 온 몸으로 만나기 위한 길 떠남입니다. 1998년 새만금을 시작으로,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온 몸을 자연에 의지한 채 열흘 동안 흙을 밟았습니다. 하룻밤 지나면 발바닥에 물집이 하나 둘 늘어가지만 자연의 기운으로 몸은 하루하루 낮아지고 가벼워집니다. 걸으며 부르트는 발은 바로 우리가 만나는 상처 입은 자연입니다. 상처 입은 자연에서 우리는 또 다른 생명의 힘을 만납니다. 녹색순례의 그 힘은 신명나는 활동의 밑거름입니다.

2004년 녹색순례는?
올 해로 일곱 번째인 녹색순례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른 오월, 백두대간의 품으로 떠납니다. 보송보송 솜털줄기의 솜다리와 수줍은 은방울 같은 들꽃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백두대간 어딘가에서 우리의 발소리를 듣고 있을 노루와 산양을 만나는 설레임도 있습니다. 또, 들풀과 함께 소박하게 살고 있는 산사람의 삶과 댐, 광산, 도로 같이 난개발로 신음하는 백두대간의 아픔과 스스로 아픔을 치유하는 모습도 만날 수 있습니다.
강원도 태백 화방재에서 점봉산 진동리까지 육백삼십 리. 백두대간과 함께 숨쉴 수 있는 열흘. 이 길에서 백두대간의 숨소리와 생명을 느껴 보세요. 함께 걸어갈 벗들을 기다립니다.

함께 할 길벗을 기다립니다
● 때 : 2004년 5월 12일(수) ~ 5월 21일(금)(9박 10일)
● 부분참가 : 전반기(5월 12~16일), 후반기 참가(5월 16~21일)
● 참가비 : 전 기간 12만 원(전, 후반기 참가 : 6만원, 찾아오는 교통비, 티셔츠 값별도)
● 문의 : 백두대간 녹색순례팀 조회은 02-747-8500 plain@greenkorea.org




떠나는 길
▣ 첫째 날 5/12, 하늘 아래 처음 빛으로 열린 땅
서초구민회관 → 화방재 → 유일사 매표소 → 태백산 천제단 → 당골 야영장
태백산은 크고 흰 산이라는 뜻으로 백두산, 지리산과 더불어 삼대 명산으로 불리고 있다. 단군신화의 본고장으로 역사 문화 유적이 많다. 유일사와 낙동강 최상류 발원지 ‘용정’이 있다. 천제단에 올라 순례자의 마음을 경건히 하고 떠나자. 생태적으로 태백산은 대부분 식물의 남방한계선으로의 의미가 있다.
현안으로는 태백산 폭격장 문제가 있다. 태백산 폭격장은 사격장은 총면적이 1,800여 만 평이 넘는다고 한다. 태백산도립공원의 3배에 이르는 광대한 면적이다. 이 공군 사격장은 한국군뿐만 아니라 오키나와나 괌에서 출격한 미군기들도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한다. 민족의 영산에 포탄을 퍼붓는다는 의미로서의 문제뿐만 아니라 비행기소음 및 폭격소음으로 인한 피해와 포탄으로 인한 산불 문제 등 생태계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 둘째 날 5/13, 야생화와 양서 파충류의 천국 대덕산, 금대봉
당골야영장 → 태백시내 → 피재 → 숙뎅이양지 → 반천분교
태백지역은 석탄합리화 정책이후 문을 닫은 폐광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석탄광산침체 이후 불어오는 개발 강풍, 공동체 파괴 등이 있으며, 폐광의 흔적을 가리기 위해 포크레인이 복구 공사를 하고 있지만 이 지역의 산은 아직도 검은 빛이다. 이러한 폐광에 의한 자연환경문제뿐 아니라 폐광이후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폐광지역특별법으로 인한 무분별한 개발에 노출된 지역이다.
인근의 대덕산, 금대봉은 양서 파충류의 천국이다. 수백 그루의 주목나무가 서 있는 함백산을 지나 국내 최대 양서파충류 서식처이자 야생화들의 천국 대덕산, 금대봉이 있다. 대덕산과 금대봉은 126만평이 자연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생태계의 보물’ 같은 곳이다. 이곳 계곡에서 시작되는 한강 발원지 검룡소는 지금 공원도로 확․포장 공사로 인해 남아 있던 옛길이 사라질 위기에 있다.
그리고 광동댐건설로 공동체가 파괴되고 귀내미골로 이주당한 주민들이 백두대간 한복판에서 짓고 있는 대규모의 고랭지 채소밭을 지나면서 백두대간 훼손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 셋째 날 5/14, 태백을 넘어 삼척으로
반천분교 → 댓재 → 매마로리 → 쌍용채석장 → 삼화교 → 달방댐 → 삼흥체험장
신선이 노닐었다는 무릉도원, 무릉계곡으로 더 유명한 두타산과 청옥산을 지난다. 이 산 아래는 쌍용시멘트채석장이 들어서 산을 훼손하고 있다. 청옥 두타의 봉우리보다 더 날카롭고 높게 솟아 위압감을 주는 시멘트 공장의 탑들이 가슴을 짓누른다.
날이 좋은 날은 돌탑을 쌓은 듯한 고적대에서 소백산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아래로 정선으로 두 강이 만나는 아우라지는 정선아리랑의 발상지로 유명하다. 아픈 산이 부르는 구슬픈 아라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 넷째 날 5/15, 두타, 청옥을 지나 흐르는 아라리
삼흥체험장 → 남면치 → 백봉령 → 자병산 → 백봉령 쉼터
석회석광산개발로 파헤쳐져 뼈처럼 하얗게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애처로운 자병산. 자병산에서는 산마루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1978년부터 석회석 채광이 시작된 이곳에 이르면 말을 잃게 된다. 얼마나 가지고, 얼마나 아프게 해야 멈출 것인가? 백리까지 향기가 간다는 백리향이 다시 자라 삼척과 강릉을 넘나드는 날 자병산은 살아날 것이다

▣ 다섯째 날 5/16, 아프게 하지 마라
백봉령 쉼터 → 백봉령 휴게소 → 화성교 → 삽당령 기도원 → 신직 → 대기분교
강원지역은 현재 공사중이다. 루사와 매미 이후 강원도 골짜기엔 포크레인이 어디를 막론하고 또아리를 틀고 있다. 그만큼 태풍은 강원도의 계곡을 무참하게 휩쓸었다. 그러나 이것을 자세히 보면 자연의 재해가 아닌 인간의 인재를 알 수 있다. 천연 그대로의 계곡은 피해가 거의 없는 반면 다리를 놓았다던지 아님 임도를 건설한 구간은 어김없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삽당령 아래 임업시험장 동부육종장에서 대기리로 넘어가는 아름다운 산길도 어김없이 무너져 내려 마음이 아프다. 언덕을 넘으면 끝없이 펼쳐진 산죽밭은 금방이라도 멧돼지 가족이 튀어 나올 듯 하다.

▣ 여섯째 날 5/17, 강은 생명의 흐름이다
대기분교 → 곰자리교 → 피동령 → 도암댐 → 도암읍 → 월정삼거리 → 오대산산장
아픈 자병산을 지나 우리는 도암댐으로 간다.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터널을 뚫어 서해로 흐르는 물길을 동해로 바꾼 뒤 썩은 물만 고여 있어 도암댐은 동쪽으로는 남대천을, 서쪽으로는 동강을 오염시키는 골칫거리이다. 자연을 거스르는 대형 댐과 물길을 단순화하는 직강하 공사가 우리에게 남기는 것은 무엇인가?
또한 피동령 고개는 대규모 고랭지 채소 재배지로 인한 삼림훼손 현장을 볼 수 있다. 고랭지 채소밭은 골프장과 마찬가지로 산림파괴와 농약으로 인한 오염의 문제가 심각하다.
그리고 외국적 이미지의 집들이 빽빽하게 산을 파헤치고 들어섰고 그 뒤로 산을 가로지르는 스키장의 흉물스러움을 보여주는 용평리조트가 있는 지역이다.

▣ 일곱째 날 5/18, 전나무 숲길 따라
오대산산장 → 월정사 → 상원사 → 국립공원관리사무소 → 외청도리 → 홍천야영장
월정사, 상원사, 적멸보궁 같이 많은 불교유적이 있는 오대산, 전나무 숲길은 순례의 중반을 넘어서는 우리에게 싱그러운 숨결을 줄 것이다. 이 날은 또 5.18 항쟁의 날. 아름다운 산길 사이로 오대산을 가로지른 북대사 관통도로가 뜨겁다.
아름다운 오대산을 잘라 버리는 북대사 관통도로 포장 문제가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는 지역이다.

▣ 여덟째 날 5/19, 내린천과 계방천의 열목어를 만나다
홍천 야영장 → 월둔교 → 월둔고개 → 아침가리골 → 조경동 → 방동약수 → 방동리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갯길로 꼽히는 아침가리골을 넘어간다. 아침가리는 아침에 밭을 간다는 뜻. 주변은 일급수의 내린천과 계방천이 흐르며 많은 민물고기와 꼬리치레도롱뇽의 서식처이다. 이 날은 양쪽에 병풍처럼 서있는 산들 사이로 좁다랗게 그림처럼 나있는 길을 걸어간다.
태풍의 영향으로 끊어진 다리들이 많다.

▣ 아홉째 날 5/20, 백두대간, 공존을 꿈꾸다
방동리 → 방태천 계곡 → 쇠나드리 → 조침령 → 황이교 → 미천골 휴양림
지난 날 계방천에 이어 열목어가 서식하는 깨끗한 방태천. 이곳도 양수댐건설과 함께 오지마을 진동리와 점봉산의 야생화가 유명해진 이후로 안전하지 않다. 진동리의 늘어나는 숙박시설들과 조침령을 뚫는 터널공사. 하지만 열흘 동안의 육백삼십 리 길에서 우리는 백두대간이 품고 있는 생명들과 희망을 만날 것이다. 방태천의 열목어, 미천골의 수달, 설악산의 산양과 솜다리 그리고 사람이 공존하는 꿈은 멈추지 않는다. 여럿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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