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에세이] 길위에서

2017.07.28 | 행사/교육/공지

길위에서

416 순례길.

지난 5월 15일, 인천항을 출발하여 팽목항까지 809km 53일간의 순례길을 출발하였다.

4.16 참사가 비단 세월호와 정부의 무능과 진실은폐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그 모든 헛된 것들을 방치한 우리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생명이 존중받고 안전한 사회를 추구하는 모든 바람을 안고 길을 걷기로 한 것이다. 이 길은 앞으로 진실이 밝혀진 시점에 세월호 유가족들의 치유를 위한 길이 될 것이고 스스로 새로워지고자 하는 모든 국민들이 걸으며 명상하고 명상하며 걷는 길이 될 것이다.

개인적인 일들이 많아 전 구간을 다 걷지 못하고 2-3일씩 걷다가 집에 갔다 오기를 반복해야 하는 실정인데 지난 6월 1일, 태안길을 걷는 중 4대강 18개 보 중 6개의 보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의 입장에서야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아예 보를 폭파해야 한다고 말하겠지만….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생각하며 애써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그리고 기뻤다.

2009년, 처참하게 강을 무너뜨리는 소리를 들으며 늦게나마 강을 살리자고 전국에서 들고 일어났지만 결국은 보가 세워지고 그 이후부터는 강의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강이 썩어 들어가고 물고기가 죽고 새가 사라지고 수억을 들인 자전거도로에 몇 몇 사람들 자전거 타고, 공원이다 뭐다 만들었지만 지자체에서는 예산이 없어 방치한 채로 파괴되어져 가는 장면들을 보면서 도저히 생명의 강으로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앞서 4대강을 살리고자 일하는 분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던 시간들.

촛불 민심이 정권을 바꾸고 새 정권은 적폐청산의 첫 삽을 떴고 그 속에 4대강 문제도 포함되었지만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머지않아 강이 흐를 것이라는 희망 중에도 헛웃음이 나오는 것이 재벌 건설족들과 결탁한 이명박이 콘크리트 벽으로 강을 막았는데 그것을 허무는 것도 그 건설족들이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싶다.

독일의 이자르강은 기껏 8km를 복원하는데 11년이 걸렸단다.

우리의 4대강은 634km이다. 언제까지 어떻게 할 것인가? 정말 많은 지혜를 모야야 한다.

걸으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희망보다 답답한 마음이 더 크다.

그렇지만 조금씩 변화시키면서 정말 변해야 하는 것은 우리들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편리를 쫒는 마음,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 발전이라는 환상,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 등 나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마음을 변화시켜야 한다.

강을 강답게 회복해 나가는 그 길에 우리 자신의 변화의 길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강이 파헤쳐질 때 굽이쳐 흐르는 아름다운 강을 눈과 마음에 담으면서 걸었다. 강이 막히고 난 다음 썩어 들어가는 더러운 강 길을 따라 울면서 걷기도 했다.

걸으면서 생각한 것들이 항상 마음에 남아 우리의 삶을 밝히고, 후손들이 안전한 삶을 살아 갈 수 있도록 앞을 환히 밝히는 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길위에서1

 

길위에서3

글 : 조영옥 녹색연합 회원

교사였으며 시를 쓰고 4대강 사업이 시작 될 때 경북 상주 <강과 습지를 사랑하는 상주사람들> 대표로 활동. 현재 생명평화결사 문화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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