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나와 비슷한 고민, 비슷한 불편

2018.07.19 | 행사/교육/공지

사진 ) 비닐 사용을 줄이기 위해 참가자들은 손수건, 비누곽을 준비해서 담아간 천연 비누.

나는 몇 년 전부터 플라스틱 용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세척과 세정을 비누 한가지로 통일했다. 머리 감기부터 목욕, 설거지 등등.. 그러다 보니 비누값이 많이 든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비누를 스스로 만들어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녹색연합에서 천연비누만들기를 한다기에 녹색연합의 집도 볼 겸, 또 나와 같은 철학을 가진 사람들과 의견도 나눌 겸, 비누 만드는 법도 배울 겸해서 참여하게 되었다.

사진 ) 재료 하나하나 계량하여 천연비누를 만들어 가는 회원들.

사실 비누 만드는 법은 요즘 책도 잘 나와 있고, 근처 공방에서 배울 수도 있어 새롭지는 않았지만,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모임에 오신 분들은 대부분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사진 ) 경험들을 나누며 정보도 얻고 공감하는 시간을 보낸 회원들.

이러한 노력은 스스로 자발적으로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카페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빨대들과 플라스틱 컵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 이런 문제들을 얘기하고 싶어도 용기가 필요하다. 옆 사람의 마음을 혹 불편하게 하지 않을까 또는 오지랖 넓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내 옆자리의 손님은 플라스틱 컵에 담긴 음료를 빨대로 마시고 있다. 카페 주인에게 얘기를 할까 말까 고민된다.

플라스틱 용기, 빨대, 비닐 등 현대인들이 사용하는 모든 물건들은 우리 대부분이 알다시피 지구에서 수백 년 동안 썩지 않고 어딘가에 쌓인다. 단지 내 눈앞에 보이지 않게 어디론가 옮겨지는 것뿐이다. 그것이 중국에 있든, 한국에 있든, 쓰레기는 쓰레기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옮겨진다고 쓰레기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 그에 따라 쓰레기가 대량으로 배출되는 현대인의 삶의 방식이 언제까지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는 예감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현대인들의 모든 활동은 숨 쉬는 것을 빼고는 자연과 다른 생명에 대단히 폭력적이다. 오늘도 나의 삶이 다른 생명에 조금이라도 덜 폭력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글. 이태영 회원

사진. 녹색이음팀 허승은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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