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만남」 우리는 모두 예술가로 태어났다.

2019.01.21 | 행사/교육/공지

4대강 사업을 대한민국 녹색발전의 예로 소개하는 글을 번역하는 일을 할 때 ‘나는 녹색연합 회원으로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합니다’ 라며 그 일을 거절했다는 회원! 제주 선흘에 살면서 자연의 품에서 위로받고 치유를 경험하게 하는 생태예술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다. 직선이 가득한 세상에서 생명들의 꼬불꼬불한 선을 배우는 뜨개에 흥미를 느껴 서울- 제주를 바쁘게 오가며 산호뜨개를 전파하는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정은혜 회원을 만났다.

Q 제주도 가을 단풍이 멋스럽게 들었겠네요. 정은혜 회원님에게 제주는 어떤 곳인가요? 요즘 제주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으세요?

A
2010년부터 제주에 살았으니 8년 정도 되었네요. 20대 때부터 여러 나라, 도시를 헤매고 다녔는데, 제주 우리 마을을 만나면서 뿌리를 내리고 싶은 집이 처음 생겼어요. 제주는 집이죠! 집! ^^

중간에 한번 답답했던 적이 있었어요. 모든 것들이 서울에서 벌어지는데 변방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어요. 그렇게 헤매다가 다이빙도 하고 제주 자연에 깊게 들어가기도 하고, 제주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게 되면서 제주는 내 삶에서 변방이 아니라 중심이 되었어요. 내가 하는 일과 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좋았어요. 요즘은 해오던 미술 치료도 하고 발달장애인 친구들이랑 미술 수업을 해요. 산호뜨개 프로젝트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Q 녹색연합이 가리왕산을 지키는 활동에 집중하고 있을 때에요. 2014년 여름에 녹색연합 회원들이랑 가리왕산 현장에 갔었어요. 그 때 정은혜 회원님을 만났던 기억이 나요. 제주에서 혼자 비행기 타고, 차를 타고 정선까지 올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다녀오고 나서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A
현장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때 나무가 베어지고 할 때인데, 이런 것을 매체나 녹색연합 소식으로만 들었는데 실제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사라지기 전의 모습을 담아두고 싶고, 사라질 때 추상적으로 아니라 직접 같이 아파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가리왕산 위에서 나무가 잘라진 풍경을 봤을 때 충격적이었는데 ‘이것이 어떻다’라는 감정을 제주도 와서 알았어요. 생경하고 놀라왔지만 슬프다는 것을 현장에서는 직접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가리왕산을 다녀온 며칠 후, 우리 집에 있는 나무를 부모님이 자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주저앉아 통곡을 하며 울었어요. 그 후에 나무를 자르는 모습을 보면 너무 슬퍼요. 이게 나한테 미친 영향이 많구나 싶었어요. 가리왕산을 다녀온 후 나무 자르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Q 가리왕산 현장이 정은혜 회원님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네요. 최근 제주에서도 비자림로 나무들을 다 베어내고 도로를 만든다고 논란이 되기도 했었죠. 제주는 여전히 개발의 욕구가 줄어들지 않아 수많은 환경문제가 일어나고 있잖아요. 최근 제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환경문제가 있다면요?

A
비자림로 공사 현장에도 갔었어요. 가리왕산 생각이 많이 났어요. 너무 끔찍하고 속상해요. 제주의 환경문제… 너무 너무 많아요. 바다에 오폐수 버리는 것, 쓰레기 문제도 심각하구요. 제가 살고 있는 선흘1리에 동백동산이라고 있어요. 동백동산 옆마을에 동물원을 짓겠다고 해서 논쟁이 되고 있어요. 동백동산은 희귀식물도 많고,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곳이기도 한데, 그 곳에 친환경 동물원을 짓겠다고 해요. 요즘은 있는 동물원도 없애는 추세 아닌가요.

더 심각한 것은 이런 개발 문제에 있어 마을과 마을간의 대립이 되는 거에요. 마을 사람들은 이런 동물원이생기면우리가잘살수있을것이라고, 우리에게도 수익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 생각만큼 그렇지 않잖아요. 관광객이 많아지면 쓰레기만 많아질텐데 말이죠. 어떤 마을은 동물원을 유치하려고 하고, 어떤 마을은 반대하면서 마을간 갈등이 되고 있어요. 누군가가 덕을 보긴 하지만, 싸움은 주민들끼리 하고, 피해도 주민들에게 가잖아요. 수 십년, 수 백년 지켜온 공동체가 파괴되는 일을 봐야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안타까워요.

Q

올해 여름 제주에 난민들이 많이 왔었지요. 난민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돕는 활동도 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떠셨어요?

A
평범한, 그냥 사람들이예요.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애매한 사람도 있듯이 말이죠. 난민을 돕는 일은 굉장히 어려웠어요. 안전망이 없는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은 많은 일이 있다는 것이였어요. 우리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관계와 안전망과 보살핌 속에 살고 있는거에요. 아무런 관계와 안전망에 없는 사람들을 만난 것인데 이들은 정말 굶어 죽을 수 있는 사람들인 것 같았어요.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내 인생에 들어와서 어떻게 될지, 무엇을 뺏길지에 대해 두려워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익숙해서 느끼지 못하는 수많은 구조와 보살핌, 관계가 없다면 우리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Q 동백동산을 지키고 싶고, 비자림로의 문제에 관심 갖고 난민을 돕는 과정을 보니 모든 문제가 나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나도 난민이 될 수 있다는 것, 내가 그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라는 것처럼 내 문제로, 우리의 문제로 바라보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A
저는 우리 모두는 예술가로 태어났다고 이야기해요. 물론 모두가 예술가로 살지는 않지만요. 저는 제가 예술가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예술가로서 작품을 만들어서가 아니라, 상상을 하는 것이 제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거든요. 내가 보지 않은 것, 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상상을 해요. 그런 것들이 치료사로서, 예술가로 사는데 기본인 것 같아요. 저 사람이라면, 나라면, 내가 만나지 않은 것들을 어떻게 사랑할까처럼요. 자연이라는 것도 내가 아는 나무, 내가 키우는 고양이가 아니라 내가 상상하지 않으면 실체로 만져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상하며 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Q 우리 모두가 예술가로 태어났다고 말씀하신 것이 인상적이에요. 요즘 예술가 본업보다 재밌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는데, 재밌는 일 함께 하게 소개 해주세요~

A
산호 뜨개를 즐겁게 하고 있어요. 사람들하고 산호 모양을 뜨기도 하지만 산호의 영감을 받은 자연의 모습을 담은 뜨개질을 하고 있어요. 산호는 1000여종이 넘어요. 그 모양을 다 몰라요. 그 모양을 이해하고 뜨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기초적인 뜨개 원칙만 알려주고, 마음대로 상상해서 하는 거에요. 우리가 아무리 다양하게 색을 쓰고 상상을 해도 산호만큼 상상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해요. 뜨개질은 산호 모양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색과 구불구불함을 마음대로 표현하는 것이에요. 프리폼(free form) 뜨개인데, 형태도 크기도 색도 정해져 있지 않아요. 산호뜨개는 뜨개를 통해서 자유롭게 상상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제주 연산호를 알리는 활동이기도 해요.

Q 산호뜨개가 치유의 경험이기도 하다고 하시던데, 어떤 의미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신 것인지 궁금해요.

A
사람들이 많이 아픈데 그것이 구조적인 문제이고, 사회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아픈 원인은 소통이 안되고, 이해하지 못하고, 분리되는 것에서 나온 것 같아요.이런 것들이 자연이 파괴되는 것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지점에서 산호뜨개는 치료적인 목적은 아니지만 치료적 효과가 있어요. 누가 누구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따뜻함이 있거든요. 털실을 만지는 것이 우리를 따뜻하게 하고 말랑하게 하죠. 또 많은 색의 실을 사용하는데, 튀는 색도 골라서 하다보면 다채로움이 주는 기쁨이 있어요. 아이었을 때 경험했을 그런 것이죠.

산호 뜨개는 내가 하던 것을 남이 하고, 남이 하던 것을 내가 연결해서 하면서 우리가 함께 뭔가를 하는 것으로 눈앞에 펼쳐져요. 자연을 덜 파괴하려면, 우리와 자연이 연결되어 있다는 상상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아요. 산호 뜨개를 통해 독립되어 있지만 연결되어 있는 경험을 하게 되는 거죠. 산호뜨개는 환경 보호를 위해 시작했지만 어떤 것보다 치료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함께 하는 것이 회복되는 치료적인 효과가 있어요.

지금은 서울과 제주에서 소그룹을 만들고 있고 준비하고 있는 곳들이 있어요. 뜨개꾼들은 금방 해요. 뜨개로 예쁜 것을 많이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는 아니에요. 우리가 함께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기쁨을 가지는 것이 환경운동이기도 하고 치유적인 행위가 되죠. 산호든 뭐든 지키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는 환경운동이기도 하고, 아주 훌륭한 공동체예술이기도 해요.

Q 우리의 삶을 예술적 영감으로 바꿔가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요, 우리가 쉽게 해볼 수 있는 것들이 있을까요?

A
자신의 삶을 예술로 가기 위한 몰입의 상태를 겪어보자고 제안해보고 싶어요. 내가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있다는 것, 나라는 존재와 행위가 일치감을 느끼는 과정, 이런 몰입의 순간들을 경험하는거죠. 나와 그것의 관계, 나와 이 순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본다는 것은 관점을 바꾸는 거에요. 예를 들어 커피를 내리면서 그 순간을 음미하거나, 대화를 하는 순간 내가저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죠. 무엇을 하든 이 순간 내가 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교감하는것을 시도해보세요.

예술적 영감이 가득한 삶은 우리 안에 있는 여러 감정들과 친구를 맺는 삶이기도 한 것 같아요. 늘 깨어있고, 명랑하고 활기차기를 바라는 사회잖아요. 우울한 것을 질병시 하는 것들이 있어요. 우울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자꾸 떨쳐버리라고 조언하죠. 그런데 삶의 주기가 바뀌는 연말이나 연초, 또는 청년에서 중년으로 넘어가는 시기는 감정의 흐름이 바뀌는 시기이기도 해요. 좀 슬퍼질 수도 있고, 우울한 상태에 들어갈 수도 있고, 여러 삶의 본질적인 질문들이 수면으로 떠오를 때이기도 해요. 우리의 감정은 계절의 영향을 받고, 달의 영향을 받고, 햇살의 영향을 받고, 삶이라는 자연스러운 과정의 주기에 영향을 받지요. 그러기에, 자연인 우리의 감정이 자연의 주기와 삶의 주기에 따라 변화하고 움직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생태심리학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서식지인 자연이 사라지는 것이 슬프지 않은 것이 정신병이라고 말해요. 자연이 사라지는 것을 슬퍼하고 인생의 과도기에서 헤매고 자연과 흐름에 따라 감정의 변화를 경험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정리 · 허승은(녹색연합 녹색이음팀장)
인터뷰 · 정은혜

정은혜 님은 예술 치료사이며 화가이다. 캐나다에서 회화와 미술사를 공부하고 한국에서 뉴미디어 전문 미술관인 아트센터 나비의 기획자로 일했다. 미국 The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미술 치료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시카고 청소년치료센터와 정신 병원에서 미술 치료사로 일했다. 최근 제주생태 프로젝트 오롯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자연과 예술과 사람의 공생에 대한 작업으로 연산호 모니터링, 구술작업인 ‘해녀와 바다 이야기’, 연산호 뜨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행복하기를 두려워 말아요>와 <변화를 위한 그림 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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