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 경부운하에 고함 – 2008년 2월 시샘달호 벼리

2008.02.01 | 행사/교육/공지



새해가 어느새 2월입니다. 새로 뽑힌 대통령은 취임하기 전부터 나라 살림살이를 바꾸고 나섰습니다. 전부터 이야기해 오던 경부운하 계획도 점차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운하에 대한 나라 사람들의 생각이 어떠한지 알아보는 일은 그의 마음속엔 없는 듯 느껴집니다. 기어이 그 운하를 짓고 말까봐 두려움이입니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지리학의 필수 과목이었던 호순신의 《지리신법》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대개 산은 사람의 형체와 같고, 물은 사람의 혈맥과 같다. 사람은 형체를 갖고 있는데, 사람의 생장영고는 모두 혈맥에 의존한다. 이 혈맥이 한 몸 사이를 순조롭게 돌아, 일정한 궤도가 있어 순조롭고 어그러짐이 없으면, 그 사람은 반드시 편안하고 굳셀 것이고, 일정한 궤도를 거슬러 절도를 잃으면 그 사람은 반드시 병에 걸려 죽을 것이다. 이것은 자연의 이치로써 바꿀 수 없는 길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지구는 거대한 생명체입니다. 우리가 딛고 있는 땅, 우리를 돌아 감고 있는 물 그 모두 생명 아닌 것이 없습니다.

  새로 뽑힌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면서 운하를 이야기합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서울에서 부산을 잇는 뱃길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약간의’ 환경피해만 감수하면 일자리도 생기고, 물류 이익도 생기고, 관광 이익도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그동안 이러한 개발 논리를 앞세워 수많은 산과 땅, 갯벌, 바다를 부수어  왔습니다. 서구 국가들의 토건업 비중은 국내총생산의 6퍼센트 정도인데 반해 한국은 19퍼센트가 넘는다고 합니다. 이 나라는 ‘개발중독’이라는 심각한 병에 걸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고불고불 굽어 흐르는 강을 댐으로 막는 걸로 모자라, 이번에는 운하입니다. 이 나라 강들은 자를 대고 그은 듯 일자로 일자로 바뀌어 가겠지요. 백두대간 허리에는 배가 지나갈 구멍이 뚫린다고 합니다. 과연 이렇게까지 해가면서 우리에게 운하가 필요할까요? 이명박 당선자가 운하를 만드는 동안, 우리가 눈앞에 작은 개발 이익을 보는 동안, 수없이 많은 생명들과 미래가, 오랫동안 강이 쌓아준 문화가 죽어갈 것입니다. 시샘달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이 땅에서 오래 전부터 흘러온 강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땅을 딛고, 강을 바라보며 살아온 우리들이 강 없이 사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작아>는 ‘우리가 강 없이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2008년 2월 141호 시샘달 [작은것이 아름답다] 벼리

마중물 국수 소화기(記) | 임의진  6
대화 생태와 문화 | 황대권 김창남 대담 12
녹색은 생활입니다 ‘녹색설날’을 지내요 | 편집부 26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조급한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 이현주 27
민통선 마을을 가다 인생이 꽃피는 시기는 육십부터야 | 김형우 30
환경동화 위험한 갈매기 2 | 김남중 한희원35
허구헌날 기분 좋은 재생종이 쓰기 자동현금인출기 앞에서 | 편집부 43
숲에서 온 미술관 나무는 단지 나무만이 아니다 44

특별기획 경부운하에 고함 – 강에게 배우라
물길도 길이기는 하지요 | 이철수 46
강이 말하다 | 홍정욱 이재무 나해철 이강산 48
강 따라 걸으며 강에게 배워야 합니다 | 신정일 60
철부지 같은 | 이은홍 67
망국적 토건국가와 ‘명박운하’ | 홍성태 68
미리 가 본 경부운하 | 아아아 72
경부운하, 옛 지혜로 다시 생각해봅시다 | 김두규 74
축복을 재앙으로 바꿀 것인가 | 김정욱 81
앞으로만 나가지 말고 뒤돌아보게 | 홍순태 86

시 한술 밥 한술 눈 내리는 밤 외 | 정완영 96
빛그림 이야기 눈의 나라 | 민병헌 98
작아가 만난 사람 민들레는 민들레의 가치가 있다| 김기돈 103
생활경제와 환경 새해에는 돈 잘 벌고 잘 쓰자 | 김기원 110
녹색의 눈 습지의 날은 이 땅 어디에도 없다 | 임희자 118
자연을 담은 미용법 우리는 이미 아름답다 | 이지은 123
메아리 1 습지에서 만나다 | 괭이눈 126
메아리 2 수확의 기쁨을 평등하게 나누는 꿈 | 박경석 129
환경시론 대지는 사람에 속한 것이 아니다 | 이병철 144
일러스트 아이완 2 | 푸른 알림판 132 | 작아 장터 136 | 새로 나온 책들 138
편집실 통신 140 | 읽새 소식 141 | 읽새 모임 142 | 편집 후기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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