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올해도 잘했군밤 송년행사 후기

2019.12.13 | 행사/교육/공지

그 날의 분위기를 다시 떠올려 봅니다. 스크린에 띄워졌던 모닥불 이미지처럼, 따뜻한 사람, 공간, 그리고 시간이었어요.

혼밥, 혼영화, 혼공연, 혼자놀기에 너무도 익숙한 저는 적적함 반, 기대 반으로 혼자 송년의 밤을 찾아갔습니다. 정말 이런 곳에 녹색연합이 있을까 싶은 골목길을 지나, ‘호두나무의 집의 나무나무한 공간을 마주했어요. 아무도 저를 모르셨지만, 친절히 인사해주시고, 비건 음식을 권해주시고, 혼자 있으면 말도 걸어주시고, 심지어 음악을 궁금해하던 저를 위해 검색까지 해 주시는 거였어요. 여기 내가 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존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달까요.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을 꽉 채우는 사람들 속에서 올해도 잘했군밤이 시작되었습니다. 나이, 직장, 결혼여부를 아무렇지 않게 묻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는 이미 너무도 지쳐있지 않겠어요? 각자 받은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자기소개를 대신하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질문들도 정말 멋졌어요! ‘최근 가장 크게 웃은 일은?’, ‘자신에게 가장 힘이 되는 사람은?’처럼, 정말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질문들이었거든요. 다들 가감없이 솔직하게 얘기해주셔서 저도 마음이 열리는 걸 느꼈어요.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말랑해진 뒤에, 음악이 더해졌습니다. 오늘을 위해서 성심성의껏 준비하신 것이 느껴져서 저도 모르게 사진을 찍었더랬습니다. ‘야생화’, ‘서른(브로콜리 너마저)’. 모두 힘든 상황에서 저마다의 꽃을 피우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였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청승일까요? 귀보다는 마음으로 듣게 되는 음악들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약간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환경을 위해 애쓰시는 분들을 도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후원을 시작한 탓에, 녹색연합이 어떤 곳인지를 잘 몰랐거든요. 이 곳에서 어떤 분들이 무엇을 하고 계신지를 조금이라도 알아보고자, 송년의 밤에 놀러간 거였어요.

다행히 저는 그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씻어낼 수 있었습니다. 녹색연합에 대한 영상을 보고 퀴즈를 맞히면서, 가장 중요한 몇 가지의 활약상을 알 수 있었거든요(저는 이제 들이오색 케이블카를 아는 사람이 됐습니다. 41명의 가수와 8500에 대해서도요). 올 한해 무엇을 위해 애쓰셨는지 알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요. 상품이 걸려있으니 귀에 쏙쏙 들어오더군요. 게다가 ‘1등만 기억하지 않고모두에게 선물을 준비해주신 센스도 멋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올해 자신이 잘했던 일을 말하는 것도 참 좋았던 것 같아요. 긍정적 피드백이 없는 직장을 욕하면서도, 제 자신에게 좋은 말 한 마디 하기는 또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내가 잘한 일을 다른 사람에게 소리내어 말하면서, 실은 제 자신에게도 다시 말해줄 수 있어 기뻤습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해주신 녹색연합 활동가분들, 특히 유려하게 사회를 봐주신 제비님, 뱅쇼를 끓여주신 콩님, 울렁증을 극복하고 노래를 들려주신 배롱님, 그 외에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 나무나무한 공간을 내어준 호두나무의집,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따뜻한 시간이었고, 또 놀러오고 싶습니다.

글. 녹색연합 회원 아이리스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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