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인터뷰] 지구가 웃는 그 날까지, 쿠라지Courage!

2020.03.12 | 행사/교육/공지

*프랑스식 불어로는 ‘꾸하즈’라고 발음하지만 여기서는 부르키나파소 보보에서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발음을 살려서 말함.

엠마누엘 사누, 손소영 회원 인터뷰

사진 설명 : 엠마와 소영. 커다란 그네에 함께 올라탄 얼굴에 즐거움이 묻어난다.

지난 가을 어느 맑은 날 녹색연합 사무실에 등장한 반가운 손님 엠마누엘 미가엘 사누, 손소영 회원. 그 날 녹색연합을 찾아준 사연은 무엇이었을까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나눈 두 분의 삶,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엠마누엘(이하 엠마) : 댄스팀 ‘쿨레칸’의 안무가이자 댄서입니다.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에서 왔고, 올해로 7년째 한국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춤으로 엮이며 살고 있습니다. 고향에 살던 10여 년 전 저로서는 충격적인 뉴스를 본 적이 있어요. 네덜란드의 한 회사가 바로 옆 이웃나라 코트디부아르에 유독성폐기물을 버리고 그로 인해 수만 명의 사람들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사건인데요. (*2006년 아프리카 서부 코트디부아르의 폐기물회사가 네덜란드의 석유공급회사와 계약을 맺고 550톤 이상의 유독성 폐기물을 매립한 사건. 어린아이 2명을 포함한 10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8만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건강에 이상을 느껴 병원으로 향했다.) 그날 이후 환경오염을 내 삶에 밀접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소영 : 쿨레칸에서 엠마와 함께 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무용공연을 만들고 춤 교육 워크숍 프로젝트를 만드는 일을 주로 하는데요, 요즘은 “몿진”이라는 웹진을 만드는 일도 함께 하고 있어요. “몿”이라는 단어는 ‘춤’을 뒤집어본 건데, 춤 전문지라기보다는 춤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고 싶은 잡지입니다. 저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서아프리카 만딩고 춤과 문화에 대해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지난 가을 결혼식을 앞두고 녹색연합에 찾아와서 스텐컵을 빌려가신 적이 있죠. 결혼 파티는 어떠셨어요?

소영 : 고향이 부산이라 결혼식을 부산에서 하게 됐어요. 친구들이 대부분 서울에 살고 있는데 부산은 참 멀잖아요, 먼 길 마다 않고 와주는 친구들이 참 고맙더라고요. 오래 걸려 왔으니 천천히 놀다 가면 좋겠다 싶어서 큰 펜션을 빌렸죠. 3-40명이 훌쩍 넘는 인원이 한 공간에 있으니 펜션의 컵은 터무니없이 부족했고 어떡하지 하다가 녹색연합 생각이 났어요. 작은 스텐컵을 다량 구비해놓고 행사 때마다 사용한다는 포스팅을 본 적이 있었거든요. 개인적인 이벤트인데 괜찮을까 하며 녹색연합에 문의했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고마웠죠.

엠마 : 어려운 선택이라기보다 이미 주위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불편해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었어요. 부피가 꽤 클 거 같아서 차를 끌고 사무실로 갔는데 한 손에 들고 갈 수 있는 크기라서 민망했던 기억도 있어요.

사진 설명 :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소영. 강하고 깊이있는 긍정의 기운이 느껴진다.

소영 : 예전에 뮤직페스티벌쪽에서 일했어요. 행사 자체는 너무 재미있지만 끝나고 보면 쓰레기가 너무 많은 거예요. 일 하면서도 즐겁고 사람들이 신나하는 것을 보는 것도 행복했지만 쓰레기를 보면 불편하고 허무해지더라고요. 진짜 재미있게 놀고 끝나도 재미있으려면 준비과정에서의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와 엠마가 결혼식의 주인공이다 보니 스텐컵을 챙기고 설거지하는 수고는 친구들이 담당해줬는데요, 이 자리를 빌어서… 정말… 고맙다!!!

인터뷰가 이루어지는 이 공간의 이름은 〈봉쿠라지 bon courage〉예요. 무슨 뜻을 담고 있나요? 이 공간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엠마 : 부르키나파소에서 서로를 북돋을 때나 용기를 주고 싶을 때 함께 외치는 말 중에 ‘쿠라지’가 있어요. 쿠라지! 쿠라지! 라고 외치면 서로 힘든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겨요. 소영과 몇 년 전 함께 부르키나파소에 갔을 때 소영이 그 단어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우리가 함께 만들 공간에 그때의 좋은 기운을 담고 싶다고 먼저 제안해주어 반가웠습니다.

사진 설명 : 봉쿠라지 입구에는 녹색연합 회원가입서가 비치되어있다.

소영 : 이 공간을 열게 된 지도 벌써 1년이네요. 춤에 집중된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찾은 곳이에요. 엠마가 사는 도시에는 언제 어디서나 춤이 있어요. 전문 댄서들이 아니어도 학교 마치고 집에 가다가 들러서 구경할 수 있고, 흥이 나면 같이 출 수도 있고요. 한국에서는 돈을 내고 보거나 구경하는 입장인 경우가 많잖아요. 부르키나파소에서 느낀 그 기운을 간직하고 또 나눌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면서 만든 공간이에요. 저희 공간에 오시면 방명록 개념으로 마련한 〈용기노트〉를 볼 수 있는데요, 누구든 용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을 수 있고, 다른 이들을 위해 용기의 한마디를 적어 놓을 수도 있어요. 인스타그램 @spaceboncourage에 들어오시면 용기노트를 둘러보실 수 있답니다.

이 공간 또한 일회용 컵이 보이지 않네요.

자신이 사용한 것은 자신이 되돌려놓기. 감자합니다-!

소영 : 춤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춤 수업 하러 가는 〈하자작업장학교〉라든지, 〈봉쿠라지〉가 생기기 이전 쿨레칸이 함께 머물던 공간 〈에스꼴라알레그리아〉에서도 마찬가지로 일회용 컵은 없었거든요. 각자 텀블러를 사용하거나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씻어놓는 게 익숙했어요. 사람들이 많이 오는 파티를 열거나 할 때 플라스틱 컵을 쓰면 매우 편리하다는 것을 알지만… ‘나 녹색연합 회원이야. 지금까지 일회용 컵 안 쓰고 잘 지내왔는데 자존심이 있지,’라며 다짐하고 있어요.

엠마 : 저로서는 일회용 컵을 쉽게 선택하는 상황이 좀 불편해요. 다들 손이 있으니 씻어서 쓰면 되는데. 〈봉쿠라지〉에서는 쓴 컵을 직접 씻어놓고 가도록 하고 있지만 가끔 깜빡하고 그냥 두고 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럴 때는 제가 씻으면 돼요. 이건 그렇게 큰 힘이 필요한 일이 아니거든요.

매년 3월 진행되는 탈핵집회에 참여하고, 매주 장애인야학단체인 ‘노들’에서 춤 수업을 하고 있잖아요.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보여요.

소영 : 저희가 ‘Activist, 활동가’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웃음) 하지만 사회와 예술은 굉장히 밀접한 거잖아요, 사회의 이슈를 춤으로서 표현하는 것뿐이에요. 또 아주 감사하고 좋은 점이 있는데요, 춤으로 만난 사람들과 교류를 하다 보면 그들이 고민하는 사회문제를 같이 공유하게 되거든요. 노들에서 활동하는 분이 잼베를 배우러 오고,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춤을 배우러 오고, 서로가 친구로 연결되고 고민을 나누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활동이 확장되는 게 많았어요.

엠마 : 하자작업장학교에서 춤 수업을 할 때였어요. 그 곳 학생들은 이미 탈핵 관련된 세미나나 교육을 많이 접하고 있더라고요. 학생들과 어울리면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문제를 접하게 됐어요. 일본에서 사고 지역에 사는 학생들과 춤 워크숍을 한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의 몸이 ‘두려움’으로 움츠러들어 있더라구요.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게 매년 하자작업장학교 학생들, 크리킨디 센터 등과 탈핵집회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두 분에게 자연이란?

엠마 : 저를 위로하고 보살펴주는 존재예요. 부르키나파소에서는 땅을 어머니에 비유하는데요, 땅은 모든 걸 안아주고 받아들여줘요. 그래서 우리는 그 땅을 언제나 건강할 수 있게 지켜야 하죠. 제 이름이 Emmanuel Migaelle Sanou인데 ‘성’인 Sanou가 보보 말로 ‘숲의 아이들’이라는 뜻이에요. 한국 이름도 마찬가지고요. (엠마의 한국이름은 임산우(林山雨), 수풀임, 뫼산, 비우이다.) 저는 자연과 함께 해야 되는 사람인가 봐요. 아, 요즘에는 부르키나파소에서도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요. 사하라 사막 아래쪽에 자리 잡은 나라라서 사막화가 심해지니 농사를 짓지 못해 대규모로 이주가 이루어지기도 하고요. 걱정이에요.

소영 : 저는 쭉 도시환경 속에서 살아왔어요. 자연이라는 말을 들으니 뭔가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도시에서는 내가 하는 행동이 티가 안나요. 자연에서는 내가 쓰레기를 버리면 그게 바로 영향을 미치는데 도시에서는 그 결과를 바로 받지 않잖아요. 책임 회피가 쉬운 구조 같아요. 그래서 자연이 곧 관계가 아닌가 하고 생각해봤어요. 환경문제라고 하면 사람들이 자신과는 멀게 느끼는 경우를 종종 봐요. 설악산이며 강이며 바로 가까이에 있지도 않고요. 그런데 그게 사실 진짜 가까이에 있는 문제잖아요. 자연과의 관계를 잃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구를 위해 녹색연합 회원들과 함께 하고 싶은 한 가지는?

엠마 : 플라스틱 사용을 당장 그만두자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장볼 때 항상 에코백을 사용해요. 마트에서 계산할 때, 남자가 어떻게 이런 걸 들고 왔냐 하며 신기해하는 눈빛을 받지만, 봉지를 안 써도 돼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소영 : 동감이에요. 플라스틱은 사라지지 않잖아요. 더 이상 쓰지 않는 게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실천이라고 생각해요.

사진 설명 : 플라스틱 문제는 나 혼자서 할 수 없고, 우리 모두 함께 해야 해요! 라고 강하게 이야기하는 엠마 회원. 표정에서 굳은 의지가 느껴진다.

댄스팀 쿨레칸 : https://www.facebook.com/koulekan
춤 웹진 ‘몿진’ : http://mottzine.com/

인터뷰 정리 신지선 / 녹색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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