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회 후기] 감독은 기후 우울증에서 어떻게 벗어났을까?

2019.11.26 | 기후위기대응, 행사/교육/공지

시민 865명의 후원 덕에 시작된 15명의 ‘번영기: 번역쟁이와 영화광의 기후이야기’팀이 106일간의 번역 작업을 통해 한국어 자막을 완성한 기후위기 영화 <익숙함과 작별하기, 변하지 않는 것을 사랑하기>를 지난주 토요일, 한국 최초로 상영했습니다. 200명에 가까운 시민분들께서 날씨 좋은 주말 오후에 기꺼이 시간을 내어 상영회를 찾아 주셨습니다.

 

 

일찍부터 상영관을 찾아주신 관객분들 덕에 티켓 배부 현장이 북적이며 활기가 넘쳤는데요. 입장권은 따로 인쇄하지 않고 “삼척포스파워 석탄화력발전소가 왜 지어지면 안 되는가”의 내용을 담은 전단에 좌석번호 스티커를 붙여 대신했습니다. 기후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당연하지만, 석탄화력발전소는 그만 지어야겠죠. (자세한 내용 보러 가기 ? https://www.greenkorea.org/?p=74401)

 

 

오후 2시, 드디어 영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영화 상영 후 번영기 참여자들과 함께 진행한 GV에서 김지훈 님이 언급하셨다시피, <익숙함과 작별하기…>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기후 우울증’이 아닐까 합니다. 기후위기의 현실을 맞닥뜨린 사람은 누구라도 문제의 거대함에 압도되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우울해지기 쉬운데요. 이 영화의 감독 조쉬 폭스도 처음에 그랬지요. 감독은 ‘기후도 바꿀 수 없었던 그 무언가 (영화 원제: How To Let Go of the World and Love All the Things Climate Can’t Change)’를 결국 찾았을까요? ‘기후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요?

 

 

“예전에 어떤 기사에서 기후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에 관해 본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어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함께 행동하라고 이야기해요. 행동하는 곳에는 우울감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고요. 영화에서 기억나는 장면 중 하나는 미국 정부가 땅을 정유회사에게 파는 것을 방해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그 부분에서 이런 말이 나와요. 우리 마음 한구석에 있는 절망감이 격변의 시기에는 무거운 닻이 되어 휩쓸리지 않게 도와준다고 말해요. 우리는 흔히 우울감을 부정적인 에너지로만 바라보는데, 그 감정이 우리의 행동과 결합하면 사실은 우리를 끈기 있게 행동하게 만드는 어떤 원동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번영기 참여자 김지훈, 상영회 GV에서

 

“귀한 영화 관람 잘했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고 지구를 살리고자 힘쓰는 사람들의 노력을 마주하여 너무 부끄럽고 감사했습니다. 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여 자연을 파괴하기보다 함께 오랫동안 공존할 방법을 늘 고민하고 찾고 행동해야겠습니다.” -상영회 직후 한 관객이 보내온 문자 내용 일부

 

“감독이 미국인이라서 쉽게 말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관객 소감: 감독이 미국의 백인이고 미국은 제3국의 착취로 성립된 나라인데 그런 반성도 없이 너무 해결책을 쉽게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사실 우리나라도 동남아시아에 공장을 세우고, 자동차도 많이 생산하는 나랍니다 (전기를 만들기 위해 호주에서 석탄을 수입하기도 하고요). 베트남 전쟁에서 이익을 얻어 번영한 나라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한국은 지구 평균 온도 상승률의 두 배로 온도가 상승하고 있고, 미세먼지가 많은 중국의 바로 옆 나라죠.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생물 종이 멸종한다고 하는데 인간도 마찬가지고 한국인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이번에 퍼진 돼지열병은 아프리카에서 왔죠. 메르스는 중동에서 왔구요. 앞으로는 지카 바이러스, 뎅기열 같은 열대 풍토병도 여기서 퍼질 수 있어요. 그러니 여기 남아계신 (관객) 여러분께서, 환경 단체를 찾아서 가입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실천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번영기 참여자 이승윤, 상영회 GV에서

 

 

기후위기 앞에서 무력해지기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정부와 기업에 더 큰 책임을 물으며 함께 연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행동의 시작을 녹색연합과 함께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한 달에 한 번, 녹색연합 활동 밀어주기 ? http://bit.ly/2VlOYWA)

 

글·정리 | 전환사회팀 유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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