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후위기를 말하는 청년들

2020.06.03 | 행사/교육/공지

415ppm은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기후위기 대응 공약 촉구를 위해 모인 청년 단체들의 연대체로, 정당별 기후위기 관련 공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2020 총선기상청’ 온라인 플랫폼을 제작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저희도 총선기상청을 참고해 마음을 굳히고 투표할 수 있었는데요. 기후위기비상행동과 녹색연합 ‘기후유권자 행동’이 669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진행한 기후 정책 질의 결과도 총선기상청에 게시됐습니다. ‘청년 기후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고 시민들의 참여가 더해진 사이트라니!’ 이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습니다. 모두의 미래를 위해 활동하는 청년들의 이야기, 만나보시겠어요?

왼쪽부터 민, 예빈, 안나, 성환

참가단체 소개

윌든 :
지구에서 함께 사는 삶을 위한 친환경 생활 제안을 담은 지구 생활 안내서 ‘바질’을 발행하고 있으며 415ppm 연대체 활동을 제안했다. 일정상 해당 인터뷰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기후변화 청년모임 Big Wave :
기후변화와 자신의 다양한 사회적 관심사를 연결하여 논(論)하고 행(行)하는 청년 네트워크. 기후변화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다양한 활동을 기획해 볼 수 있다.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
2014년에 만들어진 GEYK은 다양한 청년이 모인 단체. 기후변화 스터디도 하고 기고문을 내거나 공론장을 만든다. 작년에는 탈석탄, 재생에너지에 집중했다

가오클 :
기후위기 직접행동을 목표로 하는 청년 11명이 모인 단체. 작년부터 홍대에서 거리 행동을 시작했고 독서 모임 등을 진행하고 있다.

풀무질 :
1985년에 문을 연 인문 사회과학서점으로 민주화운동의 거점으로서 사회 변화를 꿈꾸는 곳이었다. 두루미가 풀무질을 인수하면서 최근엔 다루고 싶은 화두인 동물권, 기후위기 관련 읽기 모임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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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만나서 반갑습니다! 415ppm이 무엇이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소개해 주세요.

예빈 : 415ppm은 4.15총선 때 기후위기를 최우선 의제로 만들고 주목받게 하기 위해 모인 총선 대응 프로젝트에요. 415ppm은 이산화탄소 농도 관측 이래 역사상 최고 수치(2019.05.11 관측)이면서 2020년 총선일인 4월 15일, 기후에 투표하자는 의미도 있어요. 각 정당과 후보의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확인하고, 환경단체나 연구기관에서 평가 분석한 정보를 웹사이트에 모았어요. 총선 기상청이라는 이름으로 기후위기 공약을 날씨 아이콘인 ‘해 쨍쨍’, ‘천둥 번개’ 등으로 표기했어요. 아무래도 의제 자체가 많은 분께 익숙지 않아 최대한 쉽게 정리하려고 했어요.

Q. 총선기상청 웹사이트에 정보가 잘 정리되어 투표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이번 작업에 어떤 의의가 있었나요?

성환 :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이 기후위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총선 기상청이 투표할 때 큰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의의를 느꼈죠. 다만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지 않아 ‘아직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겠구나’ 싶었어요.

Q. ‘내가 원하는 기후 정책은?’ 투표에 200여 명이 참여했더라고요, 참여한 이들이 모든 시민을 대변할 수 없지만, 투표 결과로부터 시민들의 반응을 체크해 볼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성환 : 채식 선택권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어요.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분들이 무엇이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 같아요.

예빈 : 두 번째로 많은 표를 받은 게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정책 법제화’였어요. ‘사람들이 이제 개인만 실천하는 것엔 질렸구나, 법으로 시행하고 싶어 하는구나.’ 싶었어요. 해당 선택지 하단에 ‘하겠다 하겠다는 이제 그만~’라고 써놨는데 정말 맞는 말인 게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계획 발표는 이전에도 계속 해왔거든요. 이번 국회에서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따라 기후위기 관련 법안을 만들고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하는 등 움직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안나 : 세 번째가 환경교육 강화였어요. 미래세대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을 텐데 심각성을 모르는 건 말이 안 돼요. 초중고부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 수 있도록 하고 빠른 시일 내에 성인 대상 교육도 강화해야 해요. 미디어나 도서 등 여러 매체를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사회 이슈 중 기후위기 대응을 1순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청년들이 모였어요. 일과를 마치고 시간을 쪼개어 활동하는 건 쉽지 않을텐데 활동하게끔 하는 동기가 있었다면요?

민 : 제가 겪는 어려움을 다른 사람도 똑같이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후위기를 외면하는 건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않아서 그냥 지나칠 수 없더라고요.

성환 : 저는 제가 사는, 살고 싶은 지구를 위해 이 활동을 해요. 이걸 어떻게 보면 이기심이라고도 이름 붙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이기적인’ 입장에서도 모두 하나의 공공목표를 향해 가야 한다고 보거든요. 전세계 77억 인구가 다 같이 하는 팀플 과제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우리가 더 좋은 세상에 살 거라는 이기심, 다시 말하면 ‘공동의 이익을 위한 이기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나 : 저는 지금이 아니면 안 돼서요. 기후위기로 인해 모든 존재가 멸종 위기에 처했기에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아니면 누가, 지금 아니면 언제?’ 라는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저탄소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도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민 : 제도변화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해요. 정부나 지자체, 기업이 의사결정을 할 때 젊은 층의 의견도 동등한 비중으로 반영되어야 해요. 21대 국회의원의 평균 연령이 54.9세로 20~40대 비율이 고작 4%를 조금 넘어요.

예빈 :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야 하는데 주로 5~60대 남성 기성세대들이 계획하고 법안을 정하잖아요. 청년·청소년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해요.

Q. 이번 녹색희망 주제인 발전, 개발 혹은 성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키워드는 상당히 미래지향적이잖아요.

안나 : 저는 발전하면 발전소가 떠올라요. 우리가 쓰는 전기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요. 과거 우리나라가 크고 빠른 발전을 이뤄왔다면 이젠 빠른 시일 내로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경제성장을 중시해 자연을 파괴하고 약자를 착취하는 것이 발전이었다면, 이제는 정의로운 사회에서 더불어 잘 살아가는 것이 진짜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성환 : 저는 자기계발이요. 지속 가능한 삶을 목표로 사는 것도, 지구에 대한 지식을 갖는 것도 자기 계발이잖아요. 지속 가능하고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사람이 되는 것. 시민들이 ‘조금 더 쓰레기를 줄이는 사람, 채식을 하는 사람, 기후위기 책을 읽는 사람’ 이런 쪽으로도 자기 계발을 하면 좋겠어요.

Q. 기후위기의 현실을 마주하면 무력감을 느끼기 쉬운데요. 활동가분들은 안녕하신지 묻고 싶어요.

성환 : 기후위기라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 중 하나가 무력감이 아닐까 싶어요.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비해 국제적인 노력은 현저히 부족하니까요. 무력감을 부정적인 감정이라며 밀어내지 않고 행동의 원동력으로 삼으면 좋겠어요. 활동가로서 노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는 현실에 번아웃이 오기도 하죠. 활동가들에게 충분한 여가와 치유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지속가능한 운동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

Q. 시민들과 정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민 : 파편적으로 보이지만 시민들이 환경문제를 나의 일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텀블러를 잘 안 쓴다고 해서, 샤워를 오래 한다고 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환경에 대한 관심까지 놓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조금의 관심이라도 불씨가 되어 퍼져나갈 수 있도록 스스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잘 찾아가셨으면 합니다.

안나 : 코로나19로 전염병 문제가 대두되고 있죠. 생태계 훼손으로 동물과 사람 간에 ‘인수 공통 감염’이 늘어나고 있고 기후위기로 전염병 확산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어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힘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이 야생동물의 영역을 침범해 발생한 만큼 이 문제가 왜 일어났는지도 함께 생각해 주셨으면 해요.

예빈 : 정부와 환경부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하고, 석탄연료가 아니라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해요. 정책 방향을 결정하면서 ‘할 수 있어?’ 가 아니라 ‘해야 한다!’, ‘2050년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 위해서 어떤 계획을 짜야하지?’로 나아가야 해요. 해야 하는 이유는 정말 많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이유를 찾고 있을 때가 아니거든요. 정부에게 어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라고 요구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환경운동에 함께할 동지들이 든든하게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더욱 많은 단체, 다양한 시민들이 크고 작은 그룹으로 연대하여 위기의 현실에서 큰 걸음 내딛어 극복해야 할 때라고. 청년 기후활동가들의 언어는 진솔하면서도 단단했습니다. 당선인과 정당이 제시한 공약 이행 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기후위기를 공론화해 나갈 415ppm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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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김진아 진채현 녹색이음팀 활동가

  • 녹색희망 271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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