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실마리는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것

2020.06.09 | 행사/교육/공지

환경에 늘 관심이 많은 나는 생태 오염과 기후 이상을 몸소 느끼며 현재 이 땅을 딛고 사는 사람이 반드시 변화해야 지금보다 건강한 미래가 있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이에 어떤 방법으로 개인이 세상을 살기 좋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 봤지만 일회용품 사용과 육식을 줄이는 것 정도에서 내 노력은 머물러 있었다. 그러던 중 5월의 어느 날 혜화의 독립서점 두 곳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전문가의 강연이 있는 “기후행동학교”가 열린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고, 과학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한 국내 및 국제의 현재 상황과 개선 방안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어렵지 않게 참석을 결정하였다.

책방에 함께 모여 5월 기후행동학교 강의를 듣고있다.

서점 ‘풀무질’과 머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음책방’에 도착해 방역 절차를 마치고 책방을 조금 둘러보니 행사는 곧 시작되었다. 2019년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한 공간에 모인 소수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로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다양한 이유로 참석한 사람들은 일회용품 없이 녹색연합에서 준비해 놓은 간식인 떡을 간간이 먹기도 하고 차를 마시기도 하면서 실시간 상호 소통이 가능하도록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강연에 집중하였다.

이런 낯선 형태의 모임을 만든 질병이 등장한 시국에 걸맞게 이야기의 중심에는 감염병이 있었다. 환경(environment)과 숙주(host)와 감염원(pathogen)으로 구성되는 질병(disease)의 3요소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질병이란 어쩌다 찾아오는 불운이 아니다. 굉장히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말이다. 내게는 신기했지만 어떠면 당연하게도, 감염병 증가는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사회상태적 요인과 근간이 같다고 한다. 사람의 건강은 지구의 건강과 관련이 있기에 기후 위기의 가속화와 감염병 증가는 동전의 양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생활에 깊게 침투하고 있는 감염 전파의 위기는 사실 처음이 아니며 역사 속에서 존재해 왔다. 특히 인수공통감영병이란 동물들 사이의 감염(1단계)에서 국지적으로 감염 전파(2단계)가 일어나며 마침내 전세계로 감염이 전파(3단계)된다. 1918년 스페인 독감에서부터 2013년 조류 독감에 이르기까지 사망자의 숫자를 비석의 크기로 보여주는 그림은 심각성을 일깨워 주었다. 이어서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적 존재인 바이러스가 DNA와 RNA를 가지고 있어 증식을 하고 돌연변이가 자주 일어난다는 특징과 더불어 A형 H7N9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점은 기후 변화가 계층, 지역, 젠더, 연령 등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그 영향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불평등이 증가하며 기존에 존재하던 사회적 모순이 강화됨을 주목해야 한다. 누군가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절실히 체험했을 것이며 여전히 진행 중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기후 변화가 아동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같이 살펴보았다. 세계 보건 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는 5세 미만의 아동에게 그 영향의 88%가 집중된다고 한다. 그들은 취약한 면역력으로 인해 유해물질과 환경에 취약할 수밖에 없으며 기후재난으로 겪는 정신심리적 트라우마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지카 바이러스(Zika virus)의 사례를 통해 산모가 폭염에 노출되면 합병증과 태아 기형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 것을 알게 되었다. 석탄화력발전시 생성되는 수은은 태아의 신경에도 영향을 주고, 미세먼지 노출시에는 천식 및 인지기능 저하 등 성인기의 건강에도 영향을 끼친다. 기후 변화가 유전자 표현형의 변화를 초래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가난한 지역의 아이들이 기후 변화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후 위기를 겪어온 상황에서 이로 인한 건강 영향 계량의 추정치는 어떻게 될까? WHO에 따르면 2030년부터 2050년 사이에 해마다 25만 명이 추가 사망할 것이라고 한다. 보수적 추계의 결과로서 폭염으로 인한 노인 사망과 설사, 말라리아, 댕기열 등 감염병의 증가로 인한 사망, 그리고 각각 해수 범람과 아동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이 그 이유가 된다. 뿐만이 아니다. 먹거리 부족으로 인해 2050년까지 5만 9천명이 추가 사망할 것으로 추계되며, 대기오염으로는 연간 650만-900만 명 이상이, 오존 증가로 인해 연간 1백만 명 이상이 추가 사망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에서는 기후 탄력적인 개발(climate-resilient development) 없이는 2030년까지 1억 명 이상을 극단적인 빈곤 상태로 내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심각한 수치를 보며 절망감을 공유할 때 생태 비탄(ecological grief)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생태 비탄을 이끄는 세 가지 맥락은 물리적 생태 환경 상실과 환경에 대한 지식 상실, 그리고 미래의 상실과 관련된 비탄이다. 이는 결국 인간의 존재를 위협한다.

해결책의 방향이 내게는 참신하지만, 어쩌면 자명하다.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기후위기가 진행되어 왔으니 역으로 사회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부정의를 해소해야 한다고 한다. 이를 줄이려면 의료나 복지 제도 개선 만으로는 부족하며 노동 및 교육 시스템, 사회 환경 등 다학제적인 노력이 촉구된다. 이런 개선 방안에는 지자체와 정부의 책임이 굉장히 크다는 사실을 배웠다. 먼저, 석탄, 석유, 천연가스로 얻은 에너지를 깨끗하고 안전하며 재상가능한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다음으로 탄소 제로(zero-carbon)를 목표로 교통운수 체계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동하는 동안 사람들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도록 노력하며, 이에 맞게 곳곳에 자연이 살아 숨쉬는 근린 환경을 조성하고 자전거 전용 도로를 건축하는 일에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지역중심으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먹거리 및 농업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전환 과정에서 부정적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 입안이 요구되는 한편, 제3세계의 임산부들이나 팬데믹 사태로 인해 가중된 육아 부담의 사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젠더 형평성을 중심에 두는 기후 행동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지역사회의 탄성을 높여야 한다.

기후행동학교의 전문가께서는 여러 논문과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기후 위기의 시대를 조명하면서 ‘정의롭고 건강한 회복’을 수차례 강조했다. 차가운 이성과 따뜻한 감성이 조화를 이룬 강연의 끝에서 건강한 환경을 위해 과연 정의로운 사회도 꿈꿀 수 있어 다행스러웠다. 두 시간 가까이 마스크를 쓴 채로 집중하고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던 모습으로 나는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시대의 한 단면 속에서 건강하고 정의로운 미래를 향한 열정을 보았다. 때로 우리가 바라는 그러한 회복이 가능할까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하는 것이 낫다는 말을 떠올린다. 더욱 공평하고 자연 친화적인 변화가 우리가 겪는 위험을 기회로 이끌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녹색연합의 모토로 이 글을 마치고 싶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상, 당신과 함께 만들어갑니다.”

이 글은 5월 기후행동학교에 참여하신 최미소 님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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