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후기] 반달가슴곰똥 밟아본 사람 누구?

2020.11.19 | 행사/교육/공지

녹색연합을 통해 사육곰 소식을 듣게 된 후 드디어 오늘! 반이 달이 들이를 만날 수 있는 곰소풍에 참여할 수 있었다. 생물학자가 꿈이라는 아들녀석은 일주일 전부터 반이 달이 들이가 노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또 고 묻고 또 묻고 기대가 가득했다.

청주동물원에 모인 참가자들은 20명 남짓 되었다. 와- 다들 관심이 이렇게 많으셨구나, 새삼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전인구 사육사님의 도움으로 곰들이 좋아하는 간식과 장난감을 만들었는데, 잘 익은 큰 호박의 속을 파내고 과일, 땅콩 도토리, 밤, 호두 등을 호박 속이 넘치도록 넣어서 직접 야외 방사장에 먹기 좋은 위치에 놓아주었다.

곰을 위한 간식을 들고 직접 곰의 집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란… 남편과 연애 할 때보다 더 설레고 조심스러웠다. 야외 방사장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느껴보고 어느 곳에 간식을 두어야 잘 먹을지, 좋아할 지 고민도 하고, 밖에서 엄마를 자랑스럽게 바라보던 아들에게 손도 흔들어주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난 그만 “똥”을 밟았다. 이름도 거룩한 곰~똥~! 어느 곰의 똥일지는 모르나 로또에 당첨될 확률만큼 어려운 일을 내가 해냈다니 기분이 좋아야 할지 나빠야 할지, 좋았다고 생각하자. 곧이어 반이 달이 들이가 방사장으로 나오고 바로 달콤한 호박을 하나씩 옆에 끼고 앞발로 꺼내 먹고 과즙을 팡팡 터뜨리며 먹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가까이 가서 흐르는 침을 닦아주고 싶을 정도였다.

국립생태원 김영준 실장님의 ‘새충돌 이야기’를 듣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청주 동물원 투명 유리창에 새 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이는 활동을 했다. 어른 아이 모두 힘을 바쳐 스티커를 완성해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여러 활동이 끝난 뒤 다시 강의실로 모인 우리는 녹색연합 박은정 활동가님을 통해 그 동안의 활동과 사육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사육곰 산업의 역사부터 사육장을 탈출 했음에도 다시 사육장 주인에게 되돌려 보내야만 했던 가슴아프고 화나는 사연까지. 그리고 아직도 구출하지 못한 400여마리의 곰들이 전국 각지 사육장에 있다는 사실 등 처음 들어보고 알게 된 이야기들로 인간이 망치고 있는 자연과 기후에 대해 생각하니 가슴이 뛰고 얼굴이 뜨거워졌다. 당시 구출에 함께 했던 김정호 수의사님께서 구출 당시의 곰들의 건강상태와 지금 건강상태를 비교해서 말씀해주시고, 전인구 사육사님께서는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진 곰들의 합사 과정과 참가자들의 질문에 꼼꼼히 대답해주시면서 사육곰에 대한 꾸준한 관심, 더 많은 곰들을 위한 후원을 당부하셨다.

반이 달이 들이를 만나기 전 아들이 질문했다. “엄마 사육곰이 뭐예요?” 난 제대로 대답해주지 못했다. 오늘 동물원을 나서면서 아들이 이렇게 말했다. “엄마, 녹색연합과 했던 사육곰 곰소풍 학교 친구들이랑도 함께 하고 싶어요! 같이 하자고 말할래요”

아들의 말에 난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알게 되었다. 혼자가 아닌 함께. 자연과 사람이 함께. 그것이 우리가 아이들과 지구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인 것을 말이다.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 주신 녹색연합과 청주동물원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글 사육곰 곰소풍 참가자 손혜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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