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담회] 포스트 코로나 환경활동가 집담회

2020.12.22 | 행사/교육/공지

코로나19를 맞아 각각의 환경단체는 어떠한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을까요? 활동가 개개인, 혹은 조직은 무엇을 고민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요?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환경활동가들이 모여 솔직하고 날카롭게 나누었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함께한 이
생명의 숲 원미현 활동가
서울환경연합 이민호 활동가
여성환경연대 조화하다 활동가
에너지정의행동 고다슬 활동가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활동가
가디언즈 오브 클라이밋 심규원 활동가

코로나 이후 우리 상상하기

윤소영(녹색연합) – 어제부터 코로나19 방역단계가 상향되었죠. 출근길에 마음이 분주하셨을 분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코로나 장기화 자체가 개인의 삶에서부터 일, 사회시스템까지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지요.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 자체가 너무 낭만적인 것 아닌가 하는 고민마저도 듭니다. 오늘 이 자리에 우리는 환경활동가라는 역할을 가지고 함께 모였어요. 우리가 이 자리에 굳이 모인 이유는 이 지구적 재난의 뿌리가 무엇인가, 우리는 이 재난의 시대에 어떤 전환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생태, 여성, 기후, 동물권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상근자분들이 오늘 오셨는데요. 이 활동들과 스펙트럼의 폭을 볼 때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 자리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 시대에 운동 방식과 의제에 대해 활동가와 속하신 단체의 고민 지점을 우선 돌아가면서 말씀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원미현(생명의 숲) – 코로나 19로 변화를 추구하려고 했지만 갑작스럽게 변화가 들이닥쳤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은데요. 현장업무가 많고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방식이 주를 이루는 상태에서 일방적인 방식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태잖아요. 만나지 않고 회원들이나 시민들과 소통할 방법은 무엇일까, 여전히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하지만 코로나 19가 위기이지만 기회일 수 있겠다고 생각을 많이 해요. 환경 문제를 이제 시민들이 스스로 알게 된 상황이잖아요. 선거 쓰레기, 늘어난 일회용품 문제처럼 이를 스스로 인식하고 인스타그램 등 개인 채널에서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시민들이 생활권 안에서 느끼는 문제들을 우리 운동과 연결해내는 연결자로서 환경운동이 나아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에 환경운동이 여전히 할 일이 많은 상황이죠. 기후위기는 물론이고, 경기침체로 인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는 개발사업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함께 시민들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언택트가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협업과 활동을 위한 스마트한 도구들을 활용하는 법은 배워야 할 것 같아요. 대신 시민들과 만나는 건 소규모로,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획을 겸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본질적인 관계를 깊게 가져가는 게 저희에게 숙제이고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민호(서울환경연합) – 저는 사실 코로나가 위기도, 기회도 아니라 그냥 일상적으로 해왔던 것을 변화시켰던 계기 정도였던 것 같아요. 처음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늘어났을 때는 그 누구도 다음 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요. 하던 일들이 자꾸 엎어지고, 취소되면서 서너달이 지나갔죠. 그런데 그렇게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방식들을 찾게 되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실행과 협업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이를 통해서 아, 이런 방식으로 큰 효과를 낼 수가 있겠구나, 우리가 그동안 너무 보편적인, 루틴에 맞춘 활동을 해오지 않았나 성찰해 볼 수 있었어요. 

사실 저는 코로나보다는 올해 여름, 장마라는 큰 재난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기후위기를 더 직시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은데요. 확실히 뉴스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매체에서도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과 코로나로 인해 늘어난 플라스틱에 대해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어요. 실은 늘 있었던 경고이긴 하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온도차이가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처럼 코로나로 찾아온 변화가 나쁜 변화라고만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가지 못하는 단체들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고 실제로 많이 있다는 점이에요. 역량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방식을 찾지 못하고 변화하지 못하면 재정적으로도 어려워질 것이고 점점 퇴보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요. 그러면 이들을 우리가 어떻게 함께 연대하고 밀어줄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화하다(여성환경연대) – 올해 일년을 돌아보면, 과연 행사를 온라인으로 할 것이냐 오프라인으로 할 것이냐를 두고 계속해서 저울질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 대부분의 행사를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해야 했는데요. 결과보고서를 작성할 때 보니 처음 계획보다 목표수치가 못미쳐서 많이 실망스럽더라고요. 그런데 저희 같은 단체가 온라인 캠페인을 한다는 것이 한계가 있어요. 홍보나 마케팅 전문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한 활동가가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를 기획부터 홍보, 실행까지 모두 다 하다보니까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장비도 없고, 하다못해 재택근무할 때 책상조차 없는 활동가도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코로나로 인해서 ‘우리가 이렇게 뒤쳐졌던 것인가’ 체감을 많이 했어요. 우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었던 것인가 하는 물음도 생기고요. 기후위기는 심각하고 활동은 해야하는데 코로나가 심하니 아무것도 하지 말래요. 모이지도 말고 나가지도 말고. 거리두기를 해야하니까 함께 모여있어도 모이지 못한 느낌이고, 연대에 대한 느슨함이 생긴 것 같아요.

시민들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건 저희도 느끼거든요. 미디어나 뉴미디어에서 환경단체 광고가 나오기도 하고요. 하지만 대부분 글로벌 단체들이더라고요. 지금도 사실 토종 환경 활동가들은 지역이나 지방 곳곳에서 열심히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데 그런 활동이 드러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알릴 수 있을까 고민이 되요. 하지만 이게 기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코로나로 지역간 이동이 단절되니까 자연스럽게 작은 단위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는데요. 우리는 풀뿌리 운동을 하고 있잖아요. 지역에서 각자 활동하는 활동가들이 빛을 발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온라인으로 행사를 하다보니 서울 중심으로만 진행되던 활동을 넘어 타지역과도 소통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온라인으로 활동 대부분이 전환되다보니 온라인에 취약한 세대나 환경에 있는 이들은 소외될 수 밖에 없는데, 이들에게 우리의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도 필요해 보여요.

고다슬(에너지정의행동) – 저는 에너지 정의행동에서 활동한지 6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코로나19 전후를 비교하기는 어렵고, 제가 6개월동안 활동하면서 단체가 겪은 어려움 위주로 말씀드릴게요. 저희 단체가 주로 하는 사업은 에너지 수호천사단이라고, 학교에 있는 초중고 학생들과 우리 단체의 교육활동가들이 에너지 관련 교육을 하고 소통하는 방식의 운동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올해 코로나로 교육활동가 선생님들이 학교로 가실 수 없는 상황이 가장 힘들었던 지점이에요. 환경과 에너지에 관해서 교구를 가지고 직접 만들어보고 소통하는게 가장 중요한데, 교육을 줌으로 대체하다보니 일방적인 강의 형식이 되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계획된 행사들을 취소하면서 에너지 소모가 너무나 많았고, 일은 많이 하는데 그에 비해 눈에 띄는 성과들이 없어서 되게 안타까웠어요. 그밖에 의제 면에서는 저희 단체는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탈핵을 주요 운동방향으로 삼고 있는데, 기후위기나 코로나 때문에 탈핵 쪽에 관심이 줄어드는 분위기라 의제 확산에 어려움이 있어요.

이지연(동물해방물결) – 동물해방물결은 동물의 권리와 해방, 종을 기준으로 하는 차별의 철폐를 목표로 활동하는 단체에요. 활동하면서 번아웃이 종종 오기 마련인데 요즘같은 연말에 다른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보니 힘이 나는 것 같아요.  

동해물은 신생단체이다 보니 시작한 첫해에는 주류 매체에 나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주류 매체가 가져다 주지 못하는 운동의 중요한 부분이 있잖아요. 저희의 이야기를 원하는만큼 실어주지 않기도 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다른 매체에  의존하기보다는 동물해방물결의 매체에 직접적으로 유입되어서, 그곳에서 동물해방물결이 제공하는 올바른 정보를 가져가게끔 하는 미디어가 되자, 채널을 만들자라는 의지가 코로나 이전부터 있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원래의 의도와 상관없이 많은 것을 온라인으로 진행해야하는 상황에 던져지다시피 했는데요. 예를 들어 일종의 집회인 동물권 행진조차 온라인으로 실험적으로 전환해보았어요. 여러가지 온라인 해시태그 캠페인을 조직하고 콘텐츠도 노출이 크게 터질 수 있는, 눈에 띄는 컨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면서 느낀건 생각보다 이게 괜찮다는 거예요. 집회에 가면 강해보여야하기 때문에 메시지가 단순해지고, 뒷 이야기들은 삭제가 되기 마련이잖아요. 그리고 현장에 100명, 200명이 모인다고 해도 다같이 피켓을 들고 걷다가 아는 사람들끼리만 인사하고 헤어지는 게 통상적이고요. 각 개인들이 이 집회 현장에 왜 나왔는지, 이 집회를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속속들이 알 수가 없는 문제가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이런 부족한 부분들이 채워지더라고요.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참여할 수 있고요.

반면 타격을 받았던 것은 책방 풀무질에서 하던 책읽기 모임이 40-50명이 모이는 수준으로 굉장히 흥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자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어요. 사람들이 모임에 오는 이유는 자기 주변에 비채식인이 너무 많으니까 이날만큼은 자기 세계를 이해받는 안도와 연대를 느끼기 위해서인데, 온라인으로 전환했을 때는 그 기능이 저하되는 거죠.

아까 녹색연합 코로나 TF 발표에서 저는 언택트보다 택트, 이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택트만의 장점이 있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온라인을 통해 유입되는 분들이 오프라인에도 나오고 온라인에서 또 만나는 순환이 일어났으면 좋겠는데, 그게 관건인 것 같아요. 온라인에서 흥하는 것 같아도 오프라인에서 뭔가 없으면 운동하는 단체가 맞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이러한 순환이 잘 되어야 운동이 커지고 조직이 커질텐데, 그게 제가 요즘 가지고 있던 고민이에요. 올해는 동물권 집회를 온라인으로 했지만 내년에도 온라인으로 하고 싶지는 않아요. 코로나 장기화가 예상되니 오프라인 활동을 대규모 집회가 아닌 방식으로 해보는 실험을 내년에는 해보려 해요.

심규원(가디언즈 오브 클라이밋) – 가오클은 사실 정식 단체로 등록이 되어있지는 않아요.  저희는 청년들 10여명 정도가 기후위기가 코앞에 닥쳤는데 사람들이 이것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한 친구들이 모인 단체에요. 코로나가 터지기 몇 달 전에 만들어졌고요. 

저희는 액션을 해야하고, 기후위기를 청년의 이름으로 충격적으로 전해주는 액션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계획을 짜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터진 후 활동일정이 모두 막혀버렸어요. 그래서 처음 예상과는 전혀 다른 활동을 하고 있는 상태에요. 지금 하고 있는 건 북수다 모임과 팟캐스트인데, 북수다는 오프라인으로, 팟캐스트는 온라인으로 하고 있어요. 꾸준히 만나는 오프라인 모임을 지향하는데요. 꼭 결과를 내야한다는 강박이 없고 기후위기를 알고 나면 오는 기후우울과 같은 감정을 함께 만나 치유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요즘같은 때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계속 고민이 되요. 

환경운동이나 기후운동을 하다보면 사회 시스템이 눈에 들어오잖아요.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기후위기를 늦출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어찌보면 그런 이야기에 환경운동진영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축산업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볼 때도 있고, 단체에서 일하는 친구들 모두 자본주의 시스템이 이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쉽게 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저희는 정식단체가 아니다보니 그런 이야기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어요. 책모임을 할 때도 현상에 대한 이해보다는 본질이 무엇인가, 환경문제가 왜 여기까지 왔는가, 이렇게 살아가는 습관은 왜 형성되었나 등의 고민을 하려고 해요.

이처럼 단체들이 나아갈 부분은 본질을 건드려야하지 않나하는 거에요. 기후 약자에 동물이라는 이름도 같이 새겨지고, 우리가 먹는 식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기후위기를 아무리 외쳐도 바뀌지 않을 거예요. 삶과 같이 같이 가지 않는 운동은 하나의 슬로건으로만 느껴져요. 사람들의 행동을 짚어볼 수 있는 강력한 이야기들이 많이 던져져야한다고 생각해요. 

박은정(녹색연합) – 저도 코로나 TF의 일원으로써 코로나 이후에 의제와 방식이 어떻게 바뀌어야할 것인가를 화두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요. 방식을 이야기하자면 지금 많이 나오는 얘기가 온라인인데, 생태위기나 기후위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실제 삶의 변화까지 이끌어낸 상황은 아니잖아요. 오래 일한 활동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문제의식이 많이 확산 된 만큼 이슈파이팅을 하기 힘들어진 상황인 것 같아요.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온라인으로 하긴 했지만, 단기적인 해법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녹색연합의 경우, 현장활동이 중요하고 시민들을 만나는 것을 중심으로 활동을 해왔는데요. 인터뷰하면서 만난 한 교수님은 코로나는 결국 종식이 될테고 그 이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녹색연합을 비롯한 환경운동 진영 내에서 앞으로 운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방식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분석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의제에 있어서는 활동가 각자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의제들과 내 삶에서 중요한 의제들을 코로나 이후 사회변화의 시류 안에서 어떻게 확장성있고 깊이있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봐요. 코로나 TF가 만들어진 배경도 그렇고요. 인터뷰 중 정말 뼈 때리고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운동단체가 솔루션이 있어야한다’, ‘우리는 철학자가 아니고 설교하는 방식으로 운동하는 시대는 끝났다, 그렇기에 정확한 대안을 가지고 운동해야한다’는 말이었는데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 제안과 삶을 바꿀 수 있는 대안을 가지고 있어야한다는 거에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 활동가들이 더 많이 상상하고, 무엇이 실현가능한지 더 많이 이야기하고 치열하게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의 역할을 환경운동, 단체, 활동가 개인, 이렇게 축소시키지 않고 깊이있게 확장해서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이렇게 이야기나누는 자리가 많아져서 네트워킹이 잘 되면 좋겠어요. 기후우울, 코로나 우울 그리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운동 우울 이런 단어도 생각이 났는데요. 각자 느끼는 어려움들을 개인이 해소해야하는 부분이 많은데, 조직 안에서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거든요. 함께 계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윤소영(녹색연합) – 단체별로 고민하던 지점을 상세하게 이야기 해주셨는데요. 그러면 두번째 세션으로, 환경운동이 어떻게 전환해야 할까, 우리의 도전이 무엇이 되어야 할까에 대한 이야기를 더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미현(생명의 숲) – 최근에 읽었던 책에서, 지금 시대를 사막에 비유하더라고요. 사막은 자고 일어나면 내가 원래 가려고 했던 길이 사라져 있고, 예측했던 오아시스의 위치를 알 수 없고, 다시 새로운 길을 파헤쳐서 가야하는 곳이잖아요. 그럴 때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함께 가는 사람들과 협의하는 과정들을 하나하나 지나다 보면 어느새 사막을 지나갈 거라고 말하는 글을 보면서 지금 우리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길을 우리가 함께 협업해서, 각자가 잘하는 분야들을 잘 엮어내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환경운동의 판 자체를 키워내는게 전략이자 방향이지 않나는 생각이 들어요. 시민들과도 당신이 혼자가 아니고 우리가 같이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끌어나가 주는 게 우리 환경활동가들이 해야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민호(서울환경운동연합) – 두 가지가 많이 공감이 되었던 것 같아요. 택트가 중요하고, 실천이 없는 활동은 슬로건에 그친다는 것. 사실 지금 우리가 하는 언택트 활동이 택트를 목표로 한 것이잖아요. 결국 직접 실천하고 운동을 함께하는 분들이 있어야 하는데, 온라인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우리가 가지는 장점들을 잊어버리거나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점점 더 많은 참여의 방식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잘 추려내고 함께 고민해서 더 큰 역량을 갖추었으면 합니다. 

조화하다(여성환경연대) – 택트, 언택트 모두 중요한 것 같은데요. 저는 올해 온라인 퀴어 페스티벌을 너무 흥미롭게 참여했는데 만약 내년에도 이렇게 한다면 더 이상 재미가 없을 것 더라고요. 결국 사람을 만나서 안정감을 느끼는게 진짜 운동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우리가 코로나 이후에 대한 준비를 미리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단체에 돌아가서도 어떻게 앞으로를 살아갈지 질문을 던지고 함께 고민해보고 싶어요. 

고다슬(에너지 정의행동) – 각 단체의 전문성을 녹여서 코로나와 기후위기 이슈가 알려지고는 있는데, 이런 정보가 좀 더 정확하게 시민들에게 전달되면 좋겠어요. 또 대규모 집회가 힘든 상황이니 실천적인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역 기반의 운동도 더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인데요. 서울에서 하는 운동이 중앙집중식이잖아요. 얼마전에 기후위기 비상행동에서 기획한 동네방네 기후행동처럼 중앙에서도 하지만 연결해서 지역에서도 함께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지연(동물해방물결) – 아까 박은정 활동가가 인식개선이 어느정도 이루어진 문제에 대해서는 이슈파이팅이 오히려 힘들다고 하셨는데, 동물권 이슈는 인식개선조차 아직 갈길이 먼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더 인식개선을 위한 현황조사가 필요해 보여요. 코로나 TF 발표중에도 당위를 가지고만 이야기하기보다 실제적인 것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자고 하셨는데 그러한 맥락에서도 조사는 필요한 것 같고요. 대규모 집회를 전 했으면 좋겠거든요. 이슈에 관계없이 운동단체라면 필요한 일인데 이야기하면 할수록 계속 물음표가 생기네요. 언택트 행진, 거리두기 행진 어떤 게 가능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이 듭니다. 

심규원(가디언즈 오브 클라이밋) – 환경단체의 광고나 캠페인을 보면 지금 어디에서 무엇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원인이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힘이 필요하다, 참여해달라는 식으로 스토리가 흘러가잖아요. 하지만 사실 그런 이야기는 너무 익숙하고 모두가 알고 있는데 현실이 변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꼭 필요하다고 보고, 새로운 생태적인 삶의 모델을 환경단체가 제시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지금과 다르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고 그것이 우리 인간이라는 동물에게 더 이롭고 좋다는 이야기를 더 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봐요.

박수홍(녹색연합) – 코로나 TF를 6월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5개월 동안 진행해오고 있는데요. 굉장히 머리가 아파요. 그동안 생각치 못한 부분, 뇌근육을 써야하기 때문에… 나름 일깨워 주는 활동이기도 했어요. 그동안 번아웃까지는 아니지만 너무 실무에 치이고 기계처럼 찍어내는 활동을 해왔었던 것 같거든요. 집회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웹자보를 만들고… 너무 많은 것들을 찍어내듯이 활동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리셋해야할 시기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연말이고, 내년을 기약하는 시기라 그런지 으쌰으쌰 하는 기분이 벌써 들어요. 저는 그런 제안을 좀 하고 싶은데요. 사무실 내에서, 부서 내에서 실무만 하는 것보다는 내가 활동하는 분야에서 나와 가까운 사람들과 세미나나 스터디를 하는 자리를 좀 더 만들고 싶어요.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을 만나서 정보를 교류하는 것과 당장 옆에 않아 있는 사람과 함께 공부하는게 정보의 질은 다르겠지만 상호작용이 있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해요. 아까부터 계속 이렇게 만나 이야기하니 힘이 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벌써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효과를 맛보고 있잖아요? 오늘 이 자리가 끝이 아니라 자주 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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