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행동학교 : 재연결 작업 1회차 후기 (오리엔테이션과 서로나눔)

2021.05.11 | 기후위기대응, 행사/교육/공지

지난 주 목요일인 5월 6일, 녹색연합의 기후행동학교 : 재연결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5주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에서 첫번째 시간은 재연결작업은 무엇인지 소개하고 스무여명의 참가자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시작하기도 전부터 무척이나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이었습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노래를 들으면서 줌에서 사람들이 접속하기를 기다렸습니다. 

진행을 함께 하는 제비(정혜선)와 하밤(이다예)이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오늘의 프로그램 일정과 줌에서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안내를 드렸습니다. “나 자신과, 세상과, 지구의 생명과 다시 연결되기 위해 모인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로 워크숍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보통은 체크인(자기소개 또는 마음 나눔)으로 매 회의 워크숍을 시작하는데요. 첫시간인만큼 어색하실 것 같아 재연결작업은 무엇인지, 재연결 작업을 이루는 이론적 토대를 설명하는 시간을 먼저 가졌습니다. 

재연결작업이란?
재연결작업이란 생태철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조애나 메이시가 생태위기시대에 치유와 전환을 위해 만든 워크숍입니다. 올해로 92살이 된 조애나 메이시가 마흔 살 때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50년 가까이 전 세계 곳곳에서 다시 만들어지고 반복되며 많은 이들의 삶을 바꾸어 내고 있습니다. 

산업상장사회(자본주의) 이전에, 지구 생태계 안에서 조화로운 삶을 살았던 인류가 해온 기본적인 의식과 활동들이 있습니다. 주로 감사와 슬픔을 표현하는 의식들이었는데요. 이러한 활동을 모방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만든 것이 바로 조애나 메이시의 재연결작업입니다. 

‘치유’라는 말 때문에 일종의 심리치료의 영역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생태계 파괴, 기후위기를 보고 느끼는 우리의 슬픔과 우울은 병이 아닙니다. 따라서 전문가가 진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며 누구나 소규모의 모임을 만들어 진행할 수 있습니다. 재연결작업 이후에 각자가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을 찾아 앞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이 작업은 오히려 운동과 액티비즘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시대를 이해하는 세가지 이야기
재연결작업에서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통용되는 이야기(관점)를 세가지로 요약하여 설명합니다. 세가지 이야기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모두 사실이며, 우리는 우리가 믿고 싶은 이야기(관점)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로 통상적인 삶(BAU, Business As Usual), 지금과 같은 삶의 방식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점입니다. 세상에서 여러가지 위기가 발생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것일뿐 우리가 사는 방식을 변화시킬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요. 주로 정치인과 기업이 말하는 이야기이며, 기술개발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들이 이에 속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대붕괴(The Great Unraveling)입니다. 과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이 경고하는 산업성장이 초래한 생태계와 사회 시스템의 붕괴가 이에 속하지요. IPCC 보고서가 말하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7년밖에 남지 않았다, 또는 기후변화의 티핑 포인트가 이미 지났다는 연구결과들이 이에 속합니다. 

세번째는 대전환(Great Turning)입니다. 대붕괴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는 생명의 지속되는 세상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행동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대전환은 세가지 차원으로 이루어지는데요. 생명을 지키기 위해 행하는 지연전략, 일상의 토대를 바꾸고 새로운 경제사회 시스템을 고안하는 것,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의식의 전환이 이에 속합니다. 각각의 차원은 상호보완적이며, 대전환은 세가지 차원에서 동시에 일어납니다.

재연결작업의 나선형 순환
재연결작업은 나선형으로 이어지는 네 가지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고마움으로 시작하기(coming from gratitude), 세상에 대한 고통 존중하기(honoring our pain for the world), 새로운 눈으로 보기(seeing with new eyes), 앞으로 나아가기(going forth)가 바로 그것입니다. 왜 재연결작업이 이렇게 설계되어 있는지는 아래의 조안나 메이시가 나선형 순환을 설명하는 영상을 보면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선은 생명체가 성장하며 만들어내는 패턴입니다. 흔히 생명의 패턴이라고도 이야기하는 나선은 주먹쥔 고사리, 강물의 소용돌이, 우리 은하의 모습 등 크고 작은 스케일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재연결작업의 나선형 순환은 프랙탈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단계가 전체 나선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네 단계의 작업을 마친 후라도 필요하다면 언제든 나선형 순환을 다시 시작할 수 있고, 순환을 거듭하며 연결감과 작업에 대한 이해도는 높아집니다. 

재연결작업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조안나 메이시의 영상을 본 후, 오늘 처음 만나는 참가자들과 인사하고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자 2분정도의 시간동안 불리고 싶은 이름과 나에 대해서 알아주었으면 좋겠는 것, 지금 마음 상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다음으로 이야기할 사람을 초대하여 소개를 지속해나갔습니다. 2분이 긴 것 같으면서도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이야기하기에는 꽤나 짧은 시간인데요.  2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함께 하다보니 40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이 짧은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오늘 처음 보는 분들이지만 훨씬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인터넷 공간 상이라 쉽게 피곤해지는데요. 5분정도의 짧은 휴식 시간을 가지고 돌아와서 워크숍 후반부에는 안전한 공간을 위한 약속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진행자인 제비가 왜 이러한 약속을 만들어야 하는지 설명하고 아래와 같은 세가지의 약속을 제안하였습니다. 

  • 침묵을 존중합니다. 
  • 이야기할 때 정해진 시간을 지켜주세요
  • 워크숍에서 일어난 일이나 대화를 동의없이 워크숍 밖에서 나누지 않습니다.

이에 덧붙여서 참여자들도 자유롭게 의견을 덧붙여 우리만의 약속을 한 편 만들었습니다. 매 회 워크숍 때 이것을 읽고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재연결작업을 시작하기 위한 오리엔테이션은 이것으로 충분하지만 시간여유가 있어 고마움으로 시작하기를 아주 잠깐 맛보기만 진행하였는데요. 바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열린문장>입니다. 아래와 같은 세가지 문장을 제시하고 진행자인 하밤과 제비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시범을 보인 후,  2-3명씩 소그룹을 나누어서 각문장에 대해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최근에 내가 살아있다고 느낀 순간은 _____ 입니다.
  • 어렸을 때 즐거움을 느꼈던 장소는 ______ 입니다. 
  • 내가 소중한 사람임을 느끼게 해준 사람은 ______ 입니다. 

열린 문장에 답할 때는 정해진 시간(2-3분) 안에 가능한 구체적으로, 그 때 떠오른 생각을 이야기하면 됩니다. 한 사람이 말할 때 다른 사람은 그에 대꾸하거나 말하지 않고 온 존재로 경청합니다. 평소 이야기하는 주제가 아니라서 답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는데요. 정답은 없으므로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20여분이 지나고 소그룹에서 돌아와 열린 문장을 되돌아보며 침묵하는 시간을 잠시 가졌습니다. 첫번째 시간을 닫으며 말로 소감을 나누는 대신 오늘 이 시간에 들었던 느낌을 키워드로 각자 채팅창에 써서 공유했습니다. 연결, 따뜻함, 기억, 열림 같은 단어들이 채팅창에 올라왔는데요. 단어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포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간단한 진행자의 소감을 나누며 다음 시간에 대한 안내와 함께 워크숍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다음주에는 본격적으로 나선형순환의 첫번째 단계인 <고마움으로 시작하기> 작업이 시작되는데요.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_^

글쓴이 : 기후행동팀 이다예 활동가 (nightsky@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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