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행동학교: 재연결작업 3회차 (고통을 존중하기) 후기

2021.05.22 | 기후위기대응, 행사/교육/공지

5월 20일 목요일 저녁 7시, <기후행동학교: 재연결작업>의 세 번째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네 단계로 이뤄진 나선형 순환 작업의 중심에 놓여 있는 ‘세상에 대한 고통을 존중하기 (Honoring our pain for the world)’ 차례입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고마움을 듬뿍 느끼며 충만해졌던 지난 시간과 달리, ‘고통’을 온전히 바라보게 될 이번 시간을 앞두고선 마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참여자들이 하나둘씩 입장하고, 오늘은 진행자 하밤이 달 이야기로 운을 뗐습니다. 자칭 천문학 덕후답게 지난 월요일에 맨눈으로 직접 관찰한 금성, 수성, 화성, 그리고 초승달 사진을 보여주며, “당신이 달을 볼 때, 달의 이미지를 보나요? 아니면 달과 하나가 되나요? 달을 볼 때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나요?”라는 알쏭달쏭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주 이야기> 책의 한 대목이라고 하는데요, 달을 바라볼 때 달빛이 우리 몸에 닿아 일으키는 파장의 변화를 생각해 보게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우주 안의 모든 존재가 서로에게 전하는 떨림을 곱씹어 보게 됐습니다. 저도 달을 좋아하지만 지금껏 그저 ‘아름답다’고만 느끼며 달을 바라봤는데요, 앞으로는 조금 다른 관점도 갖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하밤이 공유해 준 고급 정보 한 가지, 수요일인 5월 26일 저녁 8시 정도에 개기월식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합니다!

– 체크인

지난 시간과 마찬가지로, 일주일 동안 각자 어떻게 지냈는지, 지금의 상태는 어떤지 나누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습니다. 말하는 이의 눈을 바라보며 그의 목소리를 온전히 듣는 시간은 아주 소중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재연결작업 시간을 기다렸다는 분들이 많아 기뻤습니다.

– 안전한 공간을 위한 약속 읽기

서로의 깊은 마음을 나누게 되는 재연결 작업은 모두가 안전감을 느끼지 않으면 원활하게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모두가 함께 만든 ‘안전한 공간을 위한 약속’을 읽으며 매시간을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제비의 진행으로 본격적인 워크숍이 시작되었습니다.

– 세상에 대한 고통을 존중하기

기후위기를 알게 된 이후, 우리는 엄청난 감정의 변화를 겪기 시작합니다.


충격과 부정 → 분노 →

우울, 거리 두기 → 이야기를 시작함 → 받아들임

기후위기를 알게 되면 겪게 되는 감정의 변화


제비는 “이러한 감정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모두가 같은 과정을 거치는 건 아닙니다. 감정이 찾아오는 순서와 강도, 지속하는 시간 등이 다 다르며, 모두가 자기 자신만의 여정을 겪게 됩니다. 또한 우리는 모두의 다른 여정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재연결 작업을 함께해 보고 싶어 모인 우리지만, 그렇다고 다들 같은 마음 상태를 가진 건 아니겠지요. 누군가의 마음은 분노로 가득 차 있을 수도, 다른 누군가는 우울감에 빠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각자의 다른 상태를 존중하고 다독이며 함께 하는 재연결 작업이 되길 바라봅니다.


조안나 메이시가 ‘세상에 대한 고통을 존중하기’의 의미를 설명하는 영상을 함께 보았는데요. 보통 ‘고통’을 떠올리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라고 떠올리는 우리의 왜곡된 관점을 지적하며, “우리가 무엇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고통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삶에는 고통이 있다는 당연한 진실을 받아들이고 대면해야만 우리가 원하는 길로 나갈 수 있다고 하는데요. “세상의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당신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하는 조안나 메이시의 눈빛은 맑고도 단호했습니다.


<사라져가는 벗에게>

산업 성장사회 (자본주의)에서 우리 인간들의 행동 때문에 사라져 가는 동물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줌으로써 그 존재의 아름다움과 지혜를 기억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안나 메이시가 쓴 <The Bestiary>라는 시를 진행자인 제비와 하밤이 번갈아 가며 천천히 읽었는데요 (<사라져가는 벗에게>라 붙인 한국어 제목이 훨씬 아름답네요). 사라져가는 동물들의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존재의 아름다움과 지혜를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라고 합니다. 인간으로서 그들을 멸종에 이르게 했다는 죄책감을 느끼기보다는 그들의 지혜, 우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데에 집중하길 바란다는 진행자 제비의 당부가 있었습니다.


제비와 하밤이 사라져가는 존재의 이름을 부르는 동안,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하나씩 화면 위에 나타났다 사라졌습니다. 생김새도 색깔도 모두 다른 다양한 존재들이 그들만의 개성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동물도, 난생처음 보는 이도 있었습니다. 내가 그들의 존재를 채 알게 되기도 전에 이미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게 다가왔지만, 제비의 말을 떠올리며 그들을 기억하려 애썼습니다.

이렇게 끝난 시를 참여자들이 조금 더 이어 나갔습니다. 산호초, 깨끗한 물, 늪지대, 깜깜한 밤하늘, 양심, 숨 쉬는 땅, 신뢰… 사라져가는 것들의 이름을 우리의 목소리로 부르며 한 번 더 기억했습니다.


애도의 돌무덤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후, ‘애도의 돌무덤’ 의식을 시작했습니다. 이미 사라지고 없거나 또는 사라져가는 소중한 무언가를 떠올리고, 그것을 상징하는 물건을 가져와 애도를 표하는 시간인데요. 실제 만나서 워크숍을 진행했다면 애도를 표한 물건들을 한데 모아두고 일종의 장례 같은 의식을 치르게 됩니다. 온라인 워크숍이라 그럴 수 없기에, 4명으로 구성된 그룹으로 나뉘어 각자의 이야기를 천천히 나누었습니다. 그런 후 다시 모여 각자가 떠나보낸 물건들을 화면에 비추고 다 함께 촬영을 하는 방식으로 의식을 치렀습니다.

호흡 명상


애도의 돌무덤 의식을 마친 후, 호흡을 바라보는 이완 명상을 했습니다. 각자의 속도로 편안한 호흡을 이어나가다가, 제비의 안내에 따라 들숨에 슬픔을 마시고 날숨에 사랑을 내쉬는 상상을 했는데요. 이전에 가끔 호흡 명상을 하게 되면 긍정적인 무언가 (따뜻한 빛, 사랑 등…)을 들이마시라고 배웠었는데, 그 반대로 내가 슬픔을 마시고 이 세상에 사랑을 내쉬는 행위가 어색하고도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제비가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라는 시를 낭독하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나와 너의 상처를 보듬고 세상 한가운데로 다시 나아가는 상상을 하며, 함께 읽어 보아요.

<기러기>

– 메리 올리버

착하지 않아도 돼

사막 너머 백 마일

후회하며 무릎으로 기지 않아도 돼

몸속 나약한 동물이사랑하는 것을 그냥 사랑하게 두면 돼

네 상처를 말해 봐, 그럼 내 상처를 말할게


그러는 동안 세계는 굴러가고

그러는 동안 태양과 맑은 빗방울은

풍경을 가로질러 움직여,

대초원과 깊은 숲,

산과 강 너머까지

그러는 동안 기러기는 맑고 푸른 하늘 드높이, 다시 집으로 날아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상상하는 대로 세계를 볼 수 있어,

기러기처럼 소리쳐봐, 격하고 뜨겁게-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이 세상

한가운데라고

다음 시간에는 나선형 순환의 세 번째 단계인 ‘새로운 눈으로 보기 (Seeing with new eyes)’ 작업을 하게 되는데요. 그에 앞서 25일 화요일에 <우주와 나: 새로운 눈으로 보기> 강의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이신 이정규 님께서 현대 과학이 설명하는 세상의 기원과 진화 과정 이야기를 들려주신다고 해요. 기후위기를 불러온 ‘분리의 세계관’을 극복하고 ‘연결의 세계관’을 함께 탐색하는 시간이 될 텐데요,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어떠한 영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이번 강의는 재연결 작업 참여자가 아니더라도 모두에게 열려 있으니 궁금한 분들은 지금 신청하세요.


글: 녹색이음팀 유새미 (jazzygreen@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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