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행동학교: 재연결작업 4회차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기) 후기

2021.06.02 | 기후위기대응, 행사/교육/공지

5월 27일 목요일 저녁 7시, 어김없이 <기후행동학교: 재연결작업> 네 번째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틀 전인 화요일 <우주와 나: 새로운 눈으로 보기> 연계 강의를 들었던 터라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더욱 더 기대되었는데요. 안내자 제비는 연계 강의 때 소개된 창발의 개념처럼 서로 다른 우리가 만나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새로운 것들이 탄생하는 순간이 있을 거라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 체크인

온라인상에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 주간 어떻게 지냈는지, 지금 기분은 어떤지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일주일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돌아보고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시간 속에서 이 시간을 우리가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안전한 공간을 위한 약속

언제나처럼 안전한 공간을 위한 약속을 읽으며 워크숍을 시작했습니다. 차별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서로에게 안전한 존재가, 안전한 환경이 되기 위해 만든 약속입니다. 약속을 세웠어도 누군가는 이를 지키지 못할 수도 있는데요. 그럴지라도 어김에 집중하기보다 발언에 대해 함께 나눠보고 토론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할 것이라 생각하며 약속을 다시 한번 곱씹어보았습니다.

 

새로운 눈으로 보기

하밤은 “무엇을 새로운 눈으로 본다는 걸까요?” 질문하며 새로운 눈으로 보는 작업이 재연결작업에 전반적으로 스며들어 있다고 운을 뗐습니다. 예를 들어 나선형 순환의 첫번째 작업인 감사하기로 우리는 눈여겨보지 않았던 일상과 우리 자신에 대한 사실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세상에 대한 고통 존중하기’ 과정에서는 세상에 대한 슬픔이 병폐적이고 부정적인게 아니라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느끼는 소중한 감정이라고 말하지요. 우리가 느끼는 슬픔과 고통의 에너지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에너지로 바꾸는 전환점에선 ‘새로운 눈으로 보기’ 작업이 필요한 것입니다.

<나는 누구일까?>

우리가 초신성의 후예라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호모 사피엔스의 후예는 들어봤어도 인간이 초신성의 후예라니.. 무슨 말이지?’ 싶었습니다. 하밤은 우주의 역사를 알게 되면서 인간이 초신성의 후예라는 말이 단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한 비유가 아니라 우리의 잠재성과 기원을 잘 설명해주는 소중한 이야기라고 느꼈다고 합니다.

이어 책 <초신성의 후예> 내용을 언급하며 50억년 전에 터진 초신성들이 우주에 환원해준 무거운 원소들이 뭉쳐져 지구와 태양이 생겼고 46억년의 진화를 통해 인간이라는 생물체가 만들어졌다는, 우주로부터의 기원의 역사를 설명해주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초신성이 우리에게 아무 조건 없이 베풀어 준 것이라 볼 수 있어요. 초신성이 자신을 이루는 물질을 별 안에 간직하고 있었다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었을 거예요. 우주의 모든 별들은 터지면서 안에 있었던 물질들을 우주에 나누어줬고 이로 인해 더 많은 것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어요. 어떤 책에선 ‘베푸는 것, 너그럽게 사는 게 우주의 본성이 아닐까?’ 이야기 하더라고요. 가끔 제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고 왜 살고 있지? 싶을 때가 있는데 우주가 무에서 시작해 억겁의 시간을 지나 우주적 경위를 만들어냈듯이 우리도 우주와 같이 큰 존재이지 않을까? 우주가 나를 위해서 애를 썼는데 막 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곤 해요.”라고 하밤이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주 이야기가 담긴 책 <우주는 푸른용>의 문장을 나누며 이야기를 마쳤는데요. 우리를 창조하기 위해 우주가 138억년 동안 정성을 들여왔고, 우리의 역할에 때 맞춰 창조적 힘이 발현될 거라니 가슴 한 쪽이 뭉클해졌습니다.

<동물에게서 받은 진화의 선물 : 생태적으로 마주하기>

우주의 여정에 이어 제비의 안내로 우리 몸을 통해 생명의 역사를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으시다고요? 138억 년 전 우주의 역사가 시작돼 약 50억 년 전에 초신성이 폭발하고, 46억 년 전엔 지구가 생겨 바닷 속에서 생명이 탄생했다고 전해지는데요. 이 고대 생명체와 인간도 공통된 생물학적 특징들이 있다고 합니다. 맥박과 척추, 뇌, 눈, 손에서 고대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8억 년 전 생긴 다세포 생명체의 진화 과정에서 온 몸에 피를 잘 돌게 하는 근육 펌프, 심장이 생기게 됩니다. 모든 생명체에 공동으로 전해준 이 능력은 우리의 맥박을 통해서도 느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다의 다세포 생명체가 헤엄치는 존재가 되면서 유연한 뼈를 고안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척추입니다. 척추에서 5억 년 전 물속을 헤엄치던 우리의 조상, 물고기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죠.

바닷 속 물고기들은 진화 과정에서 물 밖으로 나오게 되는데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지하는 파충류의 뇌가 우리의 두개골 가장 아래에 남아 있습니다. 또 머리의 앞쪽엔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진화하며 생긴 표유류의 뇌가 자리잡고 있는데요. 이로써 우린 주변 존재와 연결감, 유대감,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두 눈은 영장류로 진화하며 나뭇가지를 입체적으로 보기 위해 옆쪽에서 앞쪽으로 오게 됐고, 몸무게를 지탱할만한 나뭇가지를 잡을 수 있는 손을 물려받았습니다. 

“138억 년 전 우주 폭발에서 시작해 50억 년 전 폭발한 초신성의 원소들로부터 지구가 만들어졌고, 바닷 속의 분자 상태에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결합들로 인해 새로운 생명이 만들어졌어요. 138억 년의 공을 들인 결과로 제비라는 사람이 여러분 앞에 앉아있는 거예요.” 제비의 설명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가 경이롭게 느껴졌습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당신은 누구입니까>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끊임 없이 해왔던 자기소개이지만, 이 시간엔 매번 나를 어떻게 소개할까 고민하게 됩니다. 그런 자기소개를 잠깐 하는 것이 아니라 16분 동안 해야 한다니, 걱정이 앞섰습니다. 

제비는 질문자로서 앞에 있는 사람의 깊은 곳에 들어있는 걸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대답을 하는 사람 또한 질문자를 도와주는 사람으로 인식하며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정답인 것 같은 대답들이 나오는 초반부를 지나 마지막까지 남는 것들이 무엇인지 느껴보면 좋겠다고요. 줌 소그룹 방을 만들어 두 사람씩 짝이 되어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활용한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당신은 어떤 일을 하십니까?


당신으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납니까?


당신은 누구입니까?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4가지 질문에  4분씩 답하며 36분 동안 서로의 이야기를 온전히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같은 질문에 연이어 답하면서 진땀을 흘리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달라지는 답변에 스스로 놀라기도 했습니다. 진지하고도 정성 어린 자세로 질문하는 짝꿍에게 연거푸 나를 소개하며 늘상 해왔던 소개도, 제 마음 깊이 자리잡았던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반복되는 질문에 한참 동안 답을 하지 못하며 침묵할 때도 있었는데요. 어색한 시간을 기다려주는 짝꿍 참여자에게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재연결 작업의 바탕이 되는 책 <생명으로 돌아가기>에선 우리가 스스로를 단지 사회적 역할이나 자아로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확장된 의식의 참여자, 즉 지구를 의식하기 시작하는 존재로 인식하기 위해 이 실습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강조합니다.

<우주와 나: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기> 강의를 포함하면 횟수로 다섯 번째 모임이었습니다. 이번주 목요일 벌써 마지막 작업을 하게 된다니 아쉽고 씁쓸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소소한 작당이 계속될 것 같은데요(속닥속닥)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음에..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글: 녹색이음팀 진채현 (elephant@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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