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계속하고 싶은가? – 에코 스포츠로 이동하라

2010.06.01 | 행사/교육/공지

스포츠를 계속하고 싶은가?
“에코 스포츠로 이동하라”

“양준혁 선수 타석, 투 스트라이크 쓰리 볼. 꽉 찼습니다. 홈런 한방이 있는 선수죠. 김광현 투수 사인 길게 주고받습니다. 아, 12초 안에 빨리 던져야 합니다. 지금 CO2가 발생하고 있어요.” 그냥 꾸며낸 이야기만은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부터 ‘12초룰‘을 도입했다. 야간경기 시간을 단축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이다. 5회 말 이후의 클리닝 타임도 간단한 그라운드 정비로 대체했다. 덕분에 경기는 더 재미있고, 박진감 넘친다. 지금까지 93경기를 치른 결과만 놓고 보면, 평균경기 시간이 3시간 8분이다. 작년에 비해 14분이나 줄어들었다.

일본 프로야구팀들은 2008년부터 온실가스를 줄이는 실천에 나섰다. 도쿄돔에는 “야구의 힘으로 온난화 스톱(STOP)!”이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경기시간 단축은 물론이고, 선수들이 샤워하는 물 온도도 낮추고, 팬들이 사용하는 응원도구도 친환경용품으로 바꿨다. 미국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팀은 야구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모두 풍력발전으로 생산한다. 전 세계 야구장에 녹색바람이 불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는 오랫동안 반환경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규모 국제대회를 진행하기 위한 경기장 건설이 산림을 훼손하거나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농약이 늘 문제가 되었다. 경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일회용품, 응원도구도 환경에 부하를 준다. 역사상 최악의 반환경 스포츠 대회는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이었다.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은 희귀습지대를 파괴했고, 트랙을 유독성 암모니아로 얼리는 경기장을 주택가 근처에 짓는 바람에 주민들의 건강마저 위협했다. 과도한 투자와 인프라 건설로 호텔과 리조트가 연이어 파산하기도 했다. 한편 스포츠가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악화된 환경으로 스포츠를 즐기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겨울 스포츠의 메카인 스위스 알프스에서는 빙하가 녹아내리고, 강설량이 줄었다. 독일 중부산악지역의 스키 시즌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도 날씨로 인해 경기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이처럼 스포츠와 환경의 연관성이 점점 부각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개최지는 반드시 환경보호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실제 2000년 시드니올림픽은 시드니를 생태도시로 변모시켰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도 ‘환경’을 강조했다. 올림픽 동안 친환경 버스 도입, 승용차 10부제, 신재생에너지 활용, 녹지조성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2012년 런던올림픽은 3년이나 남았는데도, 벌써 ‘도시 재생’을 주제로 한 환경올림픽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경기장 건물의 70%를 폐건축물을 이용해 ‘재활용 스타디움’을 짓고, 올림픽이 끝나면 좌석과 지붕을 해체해 소규모 다용도 경기장으로 지역사회에 돌려줄 계획이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월드컵을 친환경적으로 치르기 위한 ‘그린 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경기장에서 태양광에너지를 사용하고,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활성화했다. 뮌헨 축구장은 재생가능 용기에만 음료수를 팔기도 했다.

이렇게 올림픽과 월드컵이라는 세계 양대 스포츠 대회가 ‘녹색’을 구현하고 있다. 우리도 2011년 대구육상세계선수권대회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분지지형으로 대기오염물질이 잘 순환되지 않는 대구, 각종 환경지표에서 최하위권을 맴도는 인천. 두 도시는 스포츠 축제를 준비하면서 환경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시드니와 런던처럼 스포츠 대회를 계기로 도시 자체를 녹색으로 디자인해보면 어떨까?  

환경을 생각하는 스포츠 스타들도 늘어나고 있다. 독일 청소년 국가대표팀의 골키퍼였던, 루츠 판넨슈틸은 환경운동가로 변신했다. 전 세계 6개 대륙의 프로축구팀에서 활약한 독특한 이력을 지난 판넨슈틸은 다양한 지역에 살면서 기후변화 현상을 직접 목격한다. 그리고는 ‘FC 글로벌 유나이티드’ 팀을 결성한다. 팀은 아르헨티나의 슈퍼스타 마라도나와 브라질의 베베투, 덴마크의 ‘거미손’ 슈마이헬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축구선수와 코치 15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목표는 축구에 대한 열광적인 인기를 활용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경기를 통해 모금한 돈으로 환경운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들은 ‘그린 골’ 프로그램과 연계해 네팔과 이디오피아에 우물을 파는 사업을 지원하고, 인도에서는 가정용 바이오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올해 ‘FC 글로벌 유나이티드’는 아프리카(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케냐, 탄자니아)에서 경기를 많이 할 계획이다. 아프리카 대륙이 기후변화로 인해 심각한 가뭄으로 가장 많은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오는 12월 남극의 킹 조지 섬에서도 경기를 열 계획이다. 축구를 하기엔 엄청 추운 곳이지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엔 녹아내리는 남극 대륙 만큼 좋은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일을 주도한 판넨스틸은 지금 단지 축구 골키퍼가 아니라 ‘지구를 지키는 사람(World Keeper)’으로 불리고 있다.

불혹의 나이에도 건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우리나라 최고의 투수 한화 송진우 선수는 2009년 은퇴이후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 ‘대기환경을 살리자’는 TV 공익광고 모델에 자원해서 출연하고, 자전거 타기 운동을 홍보하고 있다. 앞으로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는 SK 박정권 선수이다. SK가 인천문학경기장을 ‘그린야구장’으로 바꾸면서 박선수를 ‘그린스포츠’ 홍보대사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문학경기장은 외야석 지붕과 주차장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고, 빗물을 모아 잔디를 관리한다. 그린홈런 존에 들어오는 홈런 1개당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 자전거를 타고 경기장을 찾는 팬들에겐 1000원 할인권도 제공한다. SK는 선수와 팬이 힘을 모아 ‘녹색스포츠’를 알리는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열광적인 응원으로 소문난 ‘부산 갈매기’ 롯데 팬들은 이미 ‘녹색스포츠’ 문화를 실천하고 있다. 신문지로 응원을 하고, 비닐봉투를 머리에 쓰고 ‘봉다리 응원’을 한 뒤 쓰레기를 담아 처리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프로야구 경기장이 문학경기장처럼 바뀌고, 롯데 팬들처럼 응원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해 프로야구 관중이 592만 명을 돌파했으니, 야구경기장에서 500만 명을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하게 되는 셈이다. 엄청난 교육 효과이다.  

스포츠를 계속하고 싶은가? 그럼 ‘에코 스포츠’로 변신해야만 한다. ‘더 빨리, 더 멀리, 더 높이’에 하나 더해 ‘더 환경적으로’ 라는 정신이 스며들어야 한다. ‘에코 스포츠’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지구를 지켜낼 수 있다. 이제 경기장에서 다함께 지구를 응원하자.

이유진 (녹색연합 정책위원)

4대강이 너무 아파서 이런 글이 부질없게 생각됩니다만,
그래도 정보를 나눌까 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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