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이후 나아가야 할 길

2010.07.12 | 행사/교육/공지

오늘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정계·종교계·시민사회·학계·문화예술계 대표자 연석회의>와 <국회환경포럼>이 함께 하여 벌이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시민사회와 지방정부 협력방안’ 토론회>, 저는 이것을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이 토론회가 <6.2 지방 선거>를 치른 다음에 열린다는 데 중요성이 있습니다. 친환경무상급식과 더불어 <4대강사업중단>을 앞에 내세운 빼어난 후보들이 한꺼번에 많이 당선되어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할 수 있게 뽑혔습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시민의 집합 의지가 표명된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고질병과도 같은 지역성의 경계까지도 넘어서는, 실로 무서운 시민의 주장과 저항을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저변의 뜻을 선거를 통하여 확인한 다음, 우리가 이 토론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시민사회와 지방정부의 협력 방안을 함께 생각합니다.

강에서 떨어져서 강과는 무관하다는 듯이 콘크리트 세상에 파묻혀 사는 정치인들과는 달리, 강을 끼고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지방 정부의 새 일꾼들은 4대강 사업의 유혹에 휘둘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들은 몇 천 년, 몇 만 년을 굽이굽이 흘러온 강줄기의 아름다움과 그 보배로움을 소중히 지켜가면서 지역 시민의 생활 터전을 닦아가는 새 시대의 싱그러운 정치와 행정을 펼칠 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외로운 일이 아닙니다. 생각 깊은 시민사회단체와 어깨동무하고 생각 넓은 국회의원들과 힘을 모으면서, 아니 주민 모두의 각성된 뜻을 등에 업고 새 일꾼들은 4대강 사업의 독선 그 지평을 함께 넘어설 수 있습니다. 이것은 외로운 길이 아니라 ‘함께 하는 길’입니다.  

우리는 생태계를 귀히 여길 수 있어야 합니다. 돌멩이만한 인간의 머리를 믿고 모래덩어리만한 권력을 잡았다고 거대한 생태계의 질서를 마구 교란-파괴하는 어리석음을, 이제쯤은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국민을 위한다며, 나라를 위한다며 생태계를 아무렇게나 깨버리는 짧은 계산과 모자라는 판단을, 이제쯤은 손질할 수 있어야 합니다.

눈앞의 이익을 요란스레 선전하는 그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는 긴 호흡으로 깊게 숨 쉬며 올제의 세대들이, 우리의 후손들이 어떤 강과 산을 이어받게 될 것인지를 새겨봅니다. 우리는 마음을 가다듬어 강을 보고 눈을 들어 산을 보면서 넓게 생각하고 깊이 고민합니다. 마침내 우리 시민은 당대의 이익을 위하여 미래의 파국을 자초하는 정치-행정 권력에 맞서 도전의 목소리를 냅니다. 뜻 있는 시민은 여태 무자비한 개발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동시대인을 향하여 생태의 시대가 왔노라고 외칩니다.  

우리의 사명은 벌써부터 고통 받고 있는 생태계의 방치가 아니라 죽어가는 생태계의 방어입니다. 시멘트 공사로 강의 흐름과 속도와 깊이와 폭을 바꾸는 대신에 강이 강으로 남아 넓게 흐르도록 강과 강줄기의 생명을 지켜야 합니다. 우리는 그 강과 어우러져 살고 그 강줄기 따라 터잡은 문화의 유산도 함께 기억하고 지켜야 합니다.  

시민은 때로 답답할 정도로 침묵합니다. 그러나 시민은 언제나 침묵하지 않습니다. 분노하여 외칩니다. 시민은 때로 부끄러울 정도로 자기 이익에 사로잡힙니다. 그러나 시민은 언제나 자기 이익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깨어나 광장으로 나갑니다. 시민은 때로 절망할 정도로 무력합니다. 그러나 시민은 언제나 무력하지 않습니다. 의분에 불타 시민의 권리와 책임을 행사합니다. 시민은 역사의 타자이면서 역사의 주체입니다. 시민은 역사와 함께 살다 역사와 함께 스러집니다.    

이러한 뜻을 담아, 우리는 오늘 토론의 모임을 엽니다. 탁월한 발표자들, 명쾌한 토론자들과 우리가 여기서 한자리 하게 된 것을 감사합니다. 이 토론회는 내일의 세대를 위해 오늘의 세대가 생명의 강을 살리고자 함께 뜻을 모으고 나아가 힘껏 싸우고자 다짐했다는 한 증표로 기록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고맙습니다.

글 : 박영신 (녹색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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