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해양 기름유출 사고 발생 100일, 바다 속 깊은 수렁에 빠진 우리

2010.07.27 | 행사/교육/공지

BP 기름유출 사고 100일,

미국 멕시코만에서 세계 2위의 석유기업 BP 소유의 해양 석유 시추시설 딥-워터 호라이즌호(deep waterhorizon)가 폭발하면서 생긴 해양 기름 유출사건이 ‘21세기 최대의 환경 재앙’으로 기록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지 수요일이면 100일이 된다. 지난 100일동안 기름은 쉴새없이 쏟아져나왔고, 해변은 기름으로 뒤범벅이 되었고, 당사자인 BP는 사상 최대의 보상금 논의에 파산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00일이 지난 지금, 우리는 BP 사고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기름, 얼마나 유출되었나?

지난 2010년 4월 20일, 미국 루이지애나 주 멕시코 만에서 세계 2위의 석유회사 BP의 석유시추시설이 폭발, 폭발 사고 2일만에 시추시설이 해저로 침몰하여 파이프에 구멍이 뚫리면서 원유가 계속 유출되었다.

약 1.5km 심해에서 새오나오고 있는 원유를 막을 방법이 없어 지난 3달간 약 3만 5천~6만 배럴 정도의 기름이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 뿜어져나왔다. 태안 기름 유출로 인해 유출된 기름양이 약 7만 배럴 정도 였던 것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규모의 기름이 계속 뿜어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AP 통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1억 8200만~1억 8400만 갤런의 원유가 바다로 유출되었다. 원유 유출로 약 65,000km2 넓이의 바다가 죽음의 바다로 변해갔으며, 이는 점점 확대될 전망이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통제할 수 있는가?

기름이 유출되면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현재의 기술로는 해저에서 쏟아져 나오는 기름을 바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에 사태에 대비해 심해의 시추공을 잠그는 안전장치는 폭발당시에 작동하지도 않았다. 심해에 가라앉은 이후 무인 심해 잠수정을 수심 1500미터 아래로 보내 BOP 밸브를 잠그려는 시도는 6대를 보냈으나 모두실패했고, 유출되는 곳 위에 거대한 반구형 시설을 설치하여 원유를 뽑아올리는 시도 역시 파이프에서 뿜어져나오는 가스가 바닷물과 만나 메탄 하이드레이트 결정체로 굳어지는 현상이 발생하여 결국 실패했다. 부러진 파이프에 작은 파이프를 꽂거나, 진흙을 발라서 유출 압력을 줄이고, 시멘트를 발라서 구멍을 박아버리려는 시도 등,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되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사고가 발생한지 약 3개월이 지난 7월 10일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시추구 뚜껑 교체작업인 Top Hat Number 10 작업을 통해 사고 유정의 유출을 임시로 막는데 성공했지만 이 또한 100% 안전한 방식이 아니어서 허리케인의 위험이나 외부 환경에 의해서 언제든 다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상황을 점점 최악의 경우로 밀어넣고 있는 것은 최근들어 발생하고 있는 허리케인이다. 미국 국립 해양 대기국(NOAA)의 제인 루브첸코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태풍의 영향으로 바닷물이 깨끗해지는 일시적인 현상이 발생할수도 있지만, 해안가의 호수나 늪지대쪽으로 원유가 더 깊게 흘러들어갈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허리케인이 미국 텍사스를 강타해 이번 기름유출 사고로 인해 피해 규모가 약 1000억 달러(약 120조)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파고, 파고, 또 파고. 더 이상 파낼 기름은 있는가.

이번 BP 기름 유출사고의 근본 원인은 육지상에서는 더 이상 뽑아쓸만한 곳이 없어서 석유가 있는 곳이라면 해저 300m 이상에서도 시추작업을 하는 석유기업들의 소름끼치는 습성에 있다. 해양 시추시설은 점차 발전해가고 있어, 석유기업들은 점점 깊은 바다로 끊임없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들을 점점 깊은 바다로 가게 만드는 것은 이미 완벽하게 석유에 중독된 석유사회에 살고 있는 석유중독자들 일 것이다.

석유 시추의 시설이 점차 심해의 깊은 바다로 이동 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1968년 해양 석유시추가 처음 시도된 이래 현재 미국, 일본, 유럽, 한국 등이 포함된 전 세계 21개국이 국제해양 시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해양 시추는 대지에서 뽑아내는 시추 사업보다 천문학적 비용과 기술투자가 필요하지만 더 이상 육상에서 시추할 수 있는 석유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Energy Ventures에 따르면 최근 약 20년 동안 발견된 신규 유전의 경우 해저 300M 이상의 깊은 바다에서 발견되는 양은 점차 많아져 전체의 80%에 달하고 있다. 심해의 바다에서 기름을 다 파내면 또 어디로 갈 것인가.

육지에서 바다로 옮겨지면서 생기는 투자금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해양에서 깊은 바다에서 시추를 할 경우 지금과 같은 사고발생의 위험이 언제나 있다. BP 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한번의 실수와 사고는 필연적으로 대재앙으로 이어진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석유로 인한 환경 재앙이 계속되어야 하나? 지난 1990년대 나이지리아 니제르 델타 지역에서의 로얄 더치 셀(셀은 BP를 제치고 당당히 세계 1위의 석유기업의 영광을 차지한 위대하신 기업이다) 과 지역 원주민들이 벌였던 석유 시추시설을 둘러싼 환경 분쟁은 지역 환경 파탄과 원주민들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더 이상 그곳에서 아무런 물고기도 건질 수 없을 정도가 되어서야 쉘은 그 지역에서 손을 뗐다.  과정에서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한국인 노동자들이 납치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에도 역시 딥워터호라이즌 호를 2001년 5억 6천만 달러를 주고 건조한 현대중공업이 BP 사와 소송에 휘말려들었다. 현재 해양 시추 시설은 삼성중공업, 대우해양조선, 현대 중공업과 같은 국내 기업들이 드릴십과 반잠수형 원유시추선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70%를 육박하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미국 앞바다에서 발생한 사고라 그런지 미국의 환경 재앙에 대해서만 뉴스에 나온다. 그나마 그것도 미국 방송이나 언론에서 찾을 수 있지, 한국의 언론에서는 거의 찾아보기도 힘들다. 세계 최대의 해양 기름 유출 사고가 한국에서는 큰 뉴스가 되지 않나보다. 멕시코만 위에 있는 미국은 그렇다치고, 멕시코만 아래에 있는 남미의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은 BP 사고를 어떻게 볼까. 그들에게는 지금 어떤 피해가 있을까. 불행히도 이 궁금증은 찾을 수도 없다.

석유로부터 중독된 사회, 이제 그만할때도 되지 않았을까.  
석유 중독자들이여, 우리, 욕심을 줄여서 더 이상 해양 시추선을 해저로 보내지 말자.

(기후에너지국 손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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