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미덕에서 절제의 미덕으로

2010.08.13 | 행사/교육/공지

동아제약이라는 생각 있는 기업과 함께, 무엇보다 강 회장의 비전과 리더십에 힘입어, 우리 녹색연합이 올해로 다섯 번째인 <환경사랑 생명사랑 교실>을 열게 된 것을 큰 보람으로 생각하고, 김 미화 녹색연합 홍보대사와 같이 하게 된 것을 또 자랑으로 여깁니다.  

이제 여러분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 4박 5일 동안 자연과 함께 합니다. 거기서 여러분은 보게 될 것입니다. 자연 생태계가 얼마나 훼손되고 있는지를, 얼마나 파괴되고 있는지를….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무엇 때문에 자연이 그렇게 무참히 깨지고 더럽혀지고 죽게까지 되고 있는 것이겠습니까?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아무래도 그것은 인간의 욕심과 탐욕 때문일 터입니다. 욕심 때문에 자연이 마구 깨지고 탐욕 때문에 자연 생태계가 죽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선배, 앞서간 우리의 선배, 여러분에 앞선 세대, 그분들이 이룩한 공로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일제 강탈기의 고난도 겪었고, 광복 후의 혼란 가운데서도 민주주의를 펼치려 했고, 6.25 한국전쟁 때는 싸워 나라를 지키고자 했고, 그리고 경제도 이마만큼 키웠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하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자연 생태계를 제대로 지키고 보살피지 못했습니다. 경제 개발을 위한다며 자연을 업신여겼습니다. 소비가 미덕이라고 하면서 인간의 욕심을 부추기고는 그 욕심을 위해 서슴없이 자연을 파괴해버렸습니다. 탐욕에 이끌려 탐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연을 마구잡이로 뭉개버렸습니다. 자연이란 전혀 무가치한 것인 양 생각했습니다.

욕심을, 탐욕을 절제코자 하지 않았습니다. 소비에 소비를 더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그릇됨을 알아야 할 때를 맞고 있습니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할 때를 맞고 있습니다. 소비를 위해 온 지구 생태계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소비하고 소비하여 자연을 갉아먹고 갉아먹는다면 이 지구 하나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미 이 지구는 소비의 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찌그러지고 넘어져 죽고 있습니다. 우리가 절제를 생각해야 할 이유가 이것입니다. 우리의 소비 습속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지구 하나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지구 셋이 있어야 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우리는 절제의 미덕으로 소비의 미덕을 쓰러뜨려야 합니다.

며칠 전 우리는 보도를 통하여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덴마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경제 규모로 보면 세계 15위에 든다고 하지만 행복한 나라의 순위로 보면 56위라고 합니다. 그런데, 가장 행복하다고 하는 덴마크의 국회의사당에는 주차장이 없다고 합니다. 자전거를 두는 곳만 있다고 합니다. 국회의원들은 자전거나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들이라고 해서 편안하게 살고 싶은 생각이 왜 없겠습니까? 그러나 그들은 절제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면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몇 해 전에 제가 자연유산을 지키겠다는 영국의 자연 신탁(National Trust) 본부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일하는 간사 직원이 450명인데 주차장의 주차 공간은 단 100대로 한정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들이라고 편안하게 자기 차타고 출퇴근하고 싶은 생각이 왜 없겠습니까? 그들은 무작정 소비하는 대신에 절제하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보잘 것 없지만 제 얘기도 여기 덧붙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30년 가까이 가르친 선생이었습니다. 저는 강의실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는 그 언저리 어디에 집을 구해 살고자 했습니다. 나 하나만이라도 자가용을 타지 않으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를 소유해본 적이 없습니다. 걸어 다닙니다. 저에 대한 작은 이야기 한 토막, 작은 절제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 견주어보면 엄청 큰 이야기들이 곳곳에 수도 없이 많이 있습니다. 수많은 실천가들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절제에 대한 감수성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절제는 국가의 수준에서, 조직의 수준에서, 개인의 수준에서 함께 실행되어야 할 새로운 미덕의 세계입니다.

여러분은 이 녹색환경 캠프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배워 앞으로 지역 사회에서, 국가의 수준에서, 나아가 유엔과 범세계 기구에서 자연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여러 정책을 펼치는 일꾼으로 살아가면 합니다. 이 방면의 연구자가 되면 합니다. 이 일을 위한 녹색 운동가가 되면 합니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실로 기막힌 구호를 멈추게 하고 절제의 미덕을 소리칠 수 있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얼굴을 보건데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모쪼록 이번 캠프가 여러분의 삶에 보람을 더해주기 바랍니다.

글 : 박영신 (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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