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거리에서

2010.09.03 | 행사/교육/공지

하루종일 광화문 거리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미 광화문 거리에 나 앉은지 1주일이 훨씬 넘어섰다. 이곳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게 된다. 차들과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지만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찾아보기 어렵다. 모두들 심각한 얼굴이다. 지금 시기 사람사는 일이 그만큼 어려운가 보다. ‘무엇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걸까?’ ‘내 얼굴은 어떤 표정일까?’ 생각해보며 웃음을 짓는다. 내 얼굴도 저들만큼 심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광화문 거리에 나 앉은 것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이다. 우리시대가 선택한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너무나 많은 생명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숱한 생명들이 죽임을 당하거나 보금자리를 빼앗기고 쫒겨나고 있고 그 속에는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 ‘4대강 살기기 사업’이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죽임의 잔치 때문이다.

4대강사업으로 인한 사회 갈등이 벌써 3년을 넘어서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다. 4대강사업이 한반도운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확인되고 사업추진을 위해 정부가 주장하는 내용의 대부분이 거짓말로 드러나고 있지만 추진세력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앵무새처럼 사업강행을 외치고 있다.

정부는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다가 궁색해지니 이젠 사업진행이 이미 30%에 이르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주장의 배경엔 사업 타당성에 대해 자신이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듯하다. 그러나 과연 사업이 상당부분 진행되었으니 공사를 멈출 수 없는 일일까? 모든 공사구간이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공사가 진행되었을까?

녹색연합에서 지난 3월부터 현장 모니터링단을 꾸려서 4대강 공사현장은 물론 공사예정지까지 두루 살펴보고 있다. 그 결과를 종합해보면 아직까지 공사가 전혀 시작되지 않은 지역 중에서 자연경관이 우수하거나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들이 상당이 남아있음을 확인했다. 낙동강의 내성천과 병산습지, 남한강의 비내늪, 금강의 천내습지, 영산강 담양습지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지역은 지금 당장이라도 공사 계획을 백지화하고 보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공사가 진행되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은 정부가 국민을 현혹시키기 위한 또 다른 거짓말인 셈이다. 때문에 녹색연합은 시민들의 힘으로 이곳을 지키기 위한 캠페인, 일명 사귀자(사대강 귀하다 지키자)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하고 아직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생태계 보고를 시민들과 함께 방문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현재 보와 준설 등 4대강 공사가 진행 중인 곳도 사업 타당성이 없다면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중단하고 향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판단하는 것이 옳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보를 허물고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 재자연화(생태복원) 노력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명박 정부에게 질문 하나를 하고 싶다. 실수로 손가락 3개가 잘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손가락 30%를 잃었으니 나머지 손가락 모두를 잘라야 하는가?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이다. 잘못된 판단으로 공사가 30%가 진행되었다 하다라도 지금 상태에서 공사를 중단하고 훼손된 곳을 치유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란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광화문 거리에서 농성을 진행하면서 더욱 분명해지는 생각은 4대강사업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잔뜩 힘이 들어간 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과 행복을 되찾아 주는 길이기도 하다.

* 이 글은 경향신문 9월 3일자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 최승국 /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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