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하는 소설가의 책읽기 –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

2010.09.07 | 행사/교육/공지

선생님을 만난 건, 지금으로부터 13년전인 97년 여름께다. 그것도 우리나라가 아닌, 인도의 마날리라고 하는 곳에서다. 그 때 나는 스물네살의 휴학생이었고, 인도를 두 번째 여행하던 중이었다. 첫 번째 인도여행에서 돌아온 뒤 그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다시 짐을 싸 인도로 갔고, 이번엔 첫 번째 여행처럼 자고 나면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식이 아닌, 한 곳에서 오래오래 머무르는, 그동안 보아온 진짜 여행자들을 따라하기 위해 오래오래 머물 곳인 라다크의 레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라다크로 가기 위한 관문인 인도 북부의 마날리에서, 몸도 좋지 않고 우연찮게 만난 티벳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예정보다 며칠 더 머물던 중, 또 우연찮게 첫 여행 때 만났던 연세 지긋한 한국분 몇분을 다시 만나게 되었고 그분들과 동행하고 있다는 또다른 한국분을 만났는데, 그 분이 바로 선생님이었다.

사투리만 들어도 바로 선생님과 내가 동향 사람인 걸 알았고 작은 동네에선 모두가 한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이라, 나의 학창시절 빛과 소금이 되어주셨던 몇몇 선생님들이 그분의 선후배라는 걸 안 뒤, 그 분도 나에게 똑같은 선생님이 되었다. 그 분이 최성각 선생님이시다.

선생님은 그 때 한국에서 막 읽히기 시작했던 ‘오래된 미래’의 저자인 ‘헬레나 노르베히 호지’를 만나기 위해 레로 가던 중이었다. 선생님의 짐보따리에는 오래된 미래는 물론이고 녹색평론 선집을 비롯해 십여권이 넘는 책이 있었다. 비슷한 또래의 어른들처럼 단체관광객도 아니고, 끌고다니는 트렁크도 아닌, 고스란히 어깨로 짊어지고 다녀야 하는 큰 배낭 안에, 생필품도 아닌, 정말 ‘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책들을 잔뜩 짊어지고 인도까지 오신 선생님은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틈틈이 짐 보따리 속의 책을 펼쳐보이며, 이야기와 맥락이 닿은 어떤 한 구절을 소개해 주고 다시 밑줄을 긋곤 하셨다. 그래서인지 선생님이 소설을 쓰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책’과 그 분을 떼어놓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당시 한국에서 큰 환경문제가 되었던 내린천과 동강의 댐문제에 대해 이야기듣고 헬레나 노르베히 호지를 만나는 자리에 함께 하게 되고, 그녀를 만난 뒤 ‘오래된 미래’ 속의 이야기와 현실의 차이, 그녀에 대한 또다른 이야기 등등을 나눈 여행지의 짧은 그 경험이 아마도 한국에 돌아온 뒤 이듬해 내가 환경운동단체에 발을 들여놓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되었을 게다. 선생님은 그 이후에 세상에 하나뿐인, 자연에 상을 드리는 환경운동단체를 만들어 활동하시고 환경에 관한 글을 꾸준히 쓰시며 환경운동하는 소설가로 알려지셨다. 가끔씩 선생님을 만나면 그때도 어김없이 십몇년 전 그러셨던 것 처럼 몇권의 책을 꺼내주시고, 최근 읽었던 어떤 책 이야기를 해 주셨다. 늘 책상엔 몇권의 책이 함꼐 놓여있고 선생님이 일하는 곳의 홈페이지에선 늘 선생님의 권하는 책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최근 선생님의 그런 책 이야기가 묶여져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로 출판되었다.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하면 서평집이다. 환경문제를 주로 이야기하는 이 칼럼란에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은, 이 책이 단순히 좋은 책을 소개해주는 서평집이 아니라, 2010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정말 생태적인 인간으로 자연과 이웃에 해를 끼치지 않으며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선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일러주기 때문이다. 비록 서평의 형식으로 쓰였지만 남의 글을 읽고서 글이 좋네 마네 하는 평을 늘어놓는 서평이 아니라, 늘 무엇이 옳은지를 갈팡질팡하며 묻는 나같은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만한 책을, 아니면 그런 의도로 쓰였지만 역시나 부족한 몇 %를 선생님은 ‘서평’으로 채워주기 때문이다.

곧 가을이다. 일단, 이 책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를 먼저 읽으시고 선생님이 추천해주는 책 목록으로 넘어간다면 이상기온과 강을 파괴하는 이 살풍경속에서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법을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을것 같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