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현장, 지역을 만나다 – 강화도에 뿌리내린 지속가능한 발전 이야기

2010.09.10 | 행사/교육/공지

녹색연합 강령에는 ‘녹색자치의 실현’을 위해서 ‘우리는 환경자치가 실현되는 생태마을, 생태도시, 녹색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히고 있다. 녹색자치라 함은 생활현장에서 지역주민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살림살이를 스스로 잘 꾸려가는 것이 기본일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생활의 기반, 나라의 중심,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자연현장, 생명의 그물망이 짜이며 움직이는 공간이 바로 지역이다. 지역을 바꾸지 않으면 국가를,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명화된 도시 사람들의 꿈은 여전히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지역에서 뽑힌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주민을 섬기다가 후에는 중앙 정치무대를 향해 해바라기를 한다. 대부분의 지역은 지역소외론을 호소하며 토건사업을 유치하고 강산을 파헤쳐 왔다. 그동안 지역발전을 명목으로 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은 생명의 뿌리인 자연, 농민, 지역주민을 몰아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늘 환경운동은 지역개발 욕구와 충돌을 일으키고 사회문제가 되어왔다. 전국구의 ‘개발’ 현실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생산양식이나 생활양식의 생태전환’을 개발의 대안으로 설득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녹색 운동가들은 새만금현장, 그린벨트현장 등에서 개발지역 주민에게 수난을 당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일찌감치 내 고향처럼 드나들며 지역사회와 나눈 대화와 꿈이 강화도, 울진, 백령도, 홍성군 문당리 등 여러 지역 현장에서 현실로 만들어지고  있다.

94년부터 회원들과 ‘일하는 사람들의 생태기행’이라는 이름으로 자주 찾은 강화도 남단개벌을 매립한다는 계획이 95년 강화군에 의해 추진되고 있었다. 96년에는 석모도에 화력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이 나오면서, 97년 ‘강화사랑 시민연대’가 결성되어 반대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후에 그들이 주축이 되어 ‘강화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주민이 잘 살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주민의 석모도 화력발전소 대책활동을 지원해 오던 녹색연합은 당시 카톨릭대학교 최기복 총장, 녹색연합 장원 총장이 대표로 뜻을 모아 ‘주민과 함께하는 그린플랜’을 만들었다. 강화도의 자연유산, 역사와 문화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 온 지역인사들이 대부분 참여하여 <강화도의 지속가능한 발전전략> 수립에 필요한 프로젝트 비용을 마련하였고, 2년여에 걸쳐 마스터플랜을 세웠다. 얼마 전 호스피스병동에서 자신이 사랑하던 갯벌과 벗들과 함께, 마지막 삶을 웃음으로 정리한 고 신성식 선생. 그는 당시 신발이 닿도록 지역주민을 만나 지속가능한 강화도의 꿈을 나누고 동참하도록 하였다. 강화남단 갯벌의 가치와 보전방안을 위해 서울대 양병이 교수, 강화의 내발적 발전을 위해 목원대 박경교수, 농촌의 생태순환형 자립경제를 위해 유정규 박사 등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함께 하였다. 김경화, 정연경 두 녹색연합 활동가는 실무를 위해 지역에 살다시피 하였다.

강화군수를 설득하는 것이 문제였다. 강화남단 갯벌을 매립하여 골프장, 스키장 등의 위락시설을 지으려던 강화군수의 계획이 강화남단갯벌 보전론자들에 의해 좌초될 지경에 있으니, 녹색연합이 강화도에 들어왔다는 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나쁘다며 강하게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군수를 설득해서 국외 선진사례지 답사를 다녀오고, 토론회 및 공청회 등 모든 자리에 군수를 초청하여 대화를 나누면서 결국 강화군수는 남단갯벌 매립계획을 철회했다. 지역의 문제를 지역주민이 스스로 해결해 가는 참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강화도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에 따라 보전과 이용을 잘 조화된 입지를 조사하여 갯벌센터 건립계획도 세웠다. 또한 오래되고 고즈넉한 마을이 갯벌과 잘 어울려 있는 장화리 생태관광마을계획도 만들어졌다. 98년부터 생태관광이 시작되어 그해만도 주민이 직접 3천여 명의 관광객에게 생태관광 가이드를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갯벌보전 생태관광가이드교육, 강화 철새 모니터링단 교육 등을 통해 강화도 자연을 지키며 지역을 안내하는 지역사회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또한 강화가 만든 역사와 문화, 자연의 길에 드는 강화나들길에 도반이 되고 있다.  

그동안 강화도를 고향처럼 다니며 우리는 지역에 무엇을 만들어 남길 건가를 두고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다. 녹색연합 강화 지역조직을 만들 것인가? 갯벌센터를 건립해 운영권을 가질 것인가? 하지만 그건 질문도, 답도 아니었다. ‘지역풀뿌리단체로 <강화시민연대>가 아주 잘 하고 있는걸!’ 그리고 ‘갯벌센터를 건립하면 주민이 스스로 운영하면서 지역역량을 키워가야지!’ 2005년 환경연합이 인천시, 강화군과 함께 갯벌센터를 건립하고 직접 운영했지만,  결국 2008년 갯벌센터 운영권이 강화도시민연대로 돌아왔다. 제 주인을 찾은 셈이다.

토건사업에 바탕 한 지역개발과 그 욕망으로부터 지역의 생태전환을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 첫발을 지역에 내딛고, 지역에서 해결의 힘을 얻어 정성을 다하면 시간문제일 것이다. 우리가 강화도에서 얻는 녹색운동의 경험은 지역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공동체 역량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강화도와 여러 지역의 현장에서 그 경험과 우정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녹색연합 창립 20주년을 맞아 4월부터 12월까지 녹색운동의 주요한 바럴음을 돌아봅니다.

글 : 김제남 (녹색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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