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나라의 유행어들

2010.11.01 | 행사/교육/공지

이명박 정부에선 유행어도 참 많다. 내가 일하는 녹색연합의 녹색과는 글자만 같을 뿐 내용은 전혀 다른 ‘녹색’ 이 아마 대표일 것이다. 정부부처의 모든 일이 ‘녹색’(물론 녹색뒤에 성장이 붙었지만)을 위한 일이다. 경찰서 앞에도 녹색성장을 선도하는 운운의 글귀들이 붙을 정도다. 경찰들이 하는 일이 녹색성장과 무슨 일이 있나 싶은데, 쓰레기 투기하는 사람을 잡겠다는 건가? 오염물질 배출하는 업소를 경찰들이 단속하겠다는 건가?

한동안 유행하던 말엔 ‘국격’이 있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국가에는 국격이 있다는 말인데 정부는 국격을 높이기 위해 무슨 실천과제라는 것도 정해 놓고 홍보하고 있다. 그 내용이 “끼어들기 꼬리물기 갓길운행 및 음주운전 안하기, 공공장소 휴대폰 조용히 대화하기, 깨끗한 거리와 간판 만들기, 사이버 예절 지키기”. 우리말 어순에도 잘 맞지 않는 듯한 이런 문구를 보고 몇 사람이나 국격을 생각할 수 있을까? 차라리 전기를 절약하자 라고 하면, 기후변화시대에 정말 실천해야 할 일이구나 생각이라도 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누군가의 인격을 말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이 새치기를 안 해, 말을 조용히 해, 깨끗한 옷을 입어 같은 걸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인격은 그 사람이 어떤 문제를 대하는 태도, 사람과의 관계같은 가치관, 품성 등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국격이라는 말조차 우습지만, 그 고매한 국격을 위해 시민들에게 함께 하자고 이야기하는게 세계시민으로서 인권, 평등, 평화 등을 고민하자거나 아니면 소박한 수준에서 어려운 나라를 도와주자 정도도 아닌 고작 이런 수준이니, 그런 요구를 하는 정부의 ‘격’을 일단 먼저 생각하게 된다.
    
요즘엔 G20이 유행어다. 소녀시대의 G가 유행한 것에 뭔가 음모가 있었나 싶은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할 정도로 사방에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이번에도 모든 관공서가 동원되어 G20을 머리말로 한 일들을 벌인다. 관공서뿐만 아니라 지방의 한 교회에까지 G20 성공개최 기도회를 열라는 공문이 온다고 하니 친정부 성향의 기관들은 G20을 무슨 올림픽처럼 여기는 듯 하다. 정부에선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G20 맞이 에티켓을 캠페인을 하는데 언론, 정부 홈페이지등에서 홍보하는 이 캠페인의 첫 내용은 “외국인을 보면 겁먹지 말고 헬로하고 인사해요”이다.

88올림픽을 앞둔 80년대에 갑자기 외국인들이 많이 오니까, 방송마다 영어 한문장씩 배워보는 코너를 만들고 외국인들이 한국인의 이런저런 걸 싫어하지까 하지말자며 캠페인을 벌이던 시절 같다. 뭐, 그때는 워낙 우리가 외국과는 담쌓고 살던 시절이니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2010년이다. 거리에 나가면 온갖 나라의 외국인들을 늘 마주친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을 넘은지가 몇해 전이다. 겁먹지 말고 인사하라고? 도대체 누가 겁을 먹고, 왜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라는 걸까?

정부의 국제적인 회의가 열리는 곳에선 늘 NGO의 회의도 함께 열린다. NGO라는 말 자체가 UN개최의 회의장에서 정부가 아닌(Non Governmaent) 영역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든 말이다. 지금 나고야에서 열리고 있는 생물종다양성협약 총회에도 여러 나라의 NGO가 부스도 만들고 주제별로 다양한 회의도 개최하고 정부 회의도 모니터링하며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코펜하겐의 기후변화총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올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G20회의에서 NGO의 행사가 정상적으로 열릴지 의문이다. 벌써부터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한국에 들어오려는 활동가들을 입국거부하겠다는 이야기가 분분하다. 만약 NGO 활동가들의 G20 참여를 막기 위해 대대적으로 외국인들의 입국을 거부한다면, 그거야 말로 국격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일이다. 그거야말로 G20을 앞둔 나라의 에티켓이 아닌데, 이 정부의 사람들이 그걸 알만한 사람들이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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