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은 생활입니다

2010.11.10 | 행사/교육/공지

김미화가 녹색에 빠진 날!

‘녹색운동’한다고 하면 거창하고 자못 엄숙해 보여, 누구나 쉽게 하기 어려운 일처럼 보인다. 오늘날의 지구생태계 위기, 기후에너지 위기는 석유문명이 길들인 물질욕망과 기계편의에 빠져 있는 인류의 나쁜 생활양식과 습관에서 비롯된다. 작은 생물들이 공생의 질서로 관계 맺으며, 부분의 합보다 더 큰 창조활동을 하고 있는 생명의 그물망. 그 곳에 상처를 만들고 구멍을 내는 사람의 인이 배긴 낡은 습관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민이 녹색운동의 주인공이 되고, 시민의 삶과 삶터에서 ‘아름다운 지구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21세기를 맞아 녹색연합 활동 진로를 찾으며 녹색연합 회원들을 모시고 인터뷰를 하고, 설문조사를 하면서 얻은 소중한 결론이 ‘녹색은 생활입니다’였다. 우리가 하는 녹색운동은 시민을 대신하는 운동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하는 운동이라는 깨달음이었다. 당위와 계몽의식을 가지고 시민을 가르친다는 생각은 아주 큰 착각이었고 낡은 생각이었다.

2002년 성북동에 사무실과 녹색공간을 만들면서 녹색생활운동이 본격 시작되었다. 녹색연합에 전화를 걸면 반가운 분이 전화를 받는다.  

“여러분! 오늘 컵과 손수건 챙기셨나요. 안녕하세요. 녹색연합 회원 김미화입니다. 무심코 쓰는 컵과 종이 한 장이 숲과 나무이거든요. 녹색은 생활입니다” 물론 녹음한 소리지만 홍보대사 김미화님의 정겨운 목소리이다. 김미화님과 인연을 맺어 준 사람은 녹색친구들의 윤창영 회원이시다. 2002년 김미화님은 성균관대 02학번으로 입학하여 열공하는 학생이었고, 윤창영선생은 그녀를 가르치는 산업심리학 교수였다. 김미화님을 만나 시민이 생활 속에서 손쉽게 참여하고 실천하는 환경운동으로서 ‘녹색은 생활입니다’의 의미와 중요성을 나누며, 녹색연합 홍보대사를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그해 4월 10일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으며, 깨끗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는 녹색연합 활동가들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다”며 그 특유의 해맑고, 유머 가득한 웃음을 주며 그녀는 우리와 만났다. 그이는 바쁜 시간을 쪼개어 우리가 하는 녹색생활 캠페인을 근사하고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종이 없는 날 캠페인,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모피옷 안 입기’ 캠페인, 내복 입기 캠페인, 사육곰 ‘반달곰을 지켜줘’ 캠페인 등에 앞장서서 웃음과 감동 그리고 녹색메시지를 시민에게 전달했다.

2002년 한해가 끝나갈 즈음 인사동이 ‘내복입기’ 캠페인으로 한바탕 유쾌했다. 홍보대사 김미화님과 방송인 박경호님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참석자들은 과감하게 옷을 벗고 내복을 입은 채로 내복패션쇼를 선보였다. 감추고 싶은 곳은 적절하게 목도리를 이용하며 내복의 따뜻한 멋을 냈다. “새빨간 내복을 입고 입 벌리며 잠든 예쁜 아이, 낡은 양말 깁고 계신 엄마, 창밖은 아직도 새하얀 겨울밤, 한 손엔 누런 월급봉투 한 손엔 따뜻한 풀빵 가득, 오~예 한잔 술로 행복해 흥얼거리며 오시는 아버지 그리워요~~” 가수 이문세씨가 내복패션쇼를 하는 동안 자신의 노래 <빨간 내복>을 멋지게 불러 주었다. 인기가수 이문세씨를 길거리까지 불러오는데 개그맨 전유성 아저씨가 큰 역할을 해 주었고 함께 캠페인 흥을 돋아 주었다. 내복을 입으면 3도 정도의 보온효과로 석유, 가스, 전기로 쓰는 난방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웃음으로, 즐겁게 시민과 나눌 수 있었다.

녹색생활 캠페인이 있는 동안은 사무실이든, 거리이든 회원의 아이디어와 참여가 넘쳐났다. 여성회원모임 <옛사름>은 ‘음식이 세상을 바꾼다’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유해한 식품첨가물모니터요원을 양성해서 직접 그 실태를 조사해서 알리기도 하였다. 옛사름 엄마들은 자연과 사람의 건강을 이롭게 하는 좋은 먹을거리를 함께 만들어 먹으며 레시피를 만들었고, 2005년에 그 결과를 정성스레 담은 책 <자연을 담은 소박한 밥상>을「북센스」에서 출간하였다.

‘녹색은 생활이다’는 말 그대로 시민의 생활 속에서 시민이 스스로 즐겁게 만들어 간 녹색운동이었고, 정말 멋지고 열성과 배짱 있는 시민과 회원을 많이 만나게 해 주었다.

최근 정부가 녹색성장을 추진하면서 국민캠페인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 녹색생활이다. 환경부의 캐치프레이즈가 ‘녹색은 생활이다’이다. 정부 공문에 적시가 되어 있을 정도이다. 이 캠페인 용어를 쓰면서 환경부장관은 물론 그 어떤 공무원도 우리와 상의하진 않았다. 정부가 하는 녹색생활운동을 보면 옛날 새마을운동이 떠올려진다. 위에서 지시가 떨어지는 일사분란한 새마을운동 말이다. 녹색은 다양성이고, 다양한 것들과의 연대와 협력이다. 그래서 부분의 합보다 더 큰 창발성이 만들어지고 진정성 있는 행동이 나온다. 녹색생활! 석유문명에 의존해 사는 낡은 생활습관을 하나, 둘 바꾸어 갈 수 있는 배짱 있는 회원,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와 즐거움을 아는 열성 있는 회원, 자연의 소중함을 알며 자연이 주는 은혜에 감사할 줄 아는 회원이 사는 삶의 모습이자 방식이다.

녹색연합 창립 20주년을 맞아 4월부터 12월까지 녹색운동의 주요한 바럴음을 돌아봅니다.

글 : 김제남 (녹색연합 정책위원장)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