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이 땅에 생명과 평화의 기운을 넘쳐나길!

2010.12.24 | 행사/교육/공지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

누구나 마찬가지일수도 있지만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이 시기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녹색연합에서 녹색생명운동을 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올 한해를 보내는 심정이 각별하다. 1년 내내 ‘4대강 죽이기 사업’을 막아내기 위해 공사현장과 길거리, 사람들 속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지만 숱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공사는 멈추지 않고 있다. 연말 전국민을 전쟁의 공포로 몰고 갔던 연평도 포격사건과 사격훈련을 둘러싼 갈등은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가 결코 평화지대가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 올해가 유엔이 정한 세계생물종다양성의 해임이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생명들의 비명은 4대강을 포함한 전국 각지의 공사현장에서 끊임없이 들려왔다. 2010년 대한민국의 환경과 평화 지수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1주일이 지나면 2011년 새해를 밝히는 해가 떠오른다. 해가 바뀌는 것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 의미를 진지하게 부여하고 싶다. 죽임과 파괴, 갈등과 반목으로 얼룩졌던 2010년을 뒤로 하고 새해엔 평화와 생명의 기운이 한반도 곳곳에 넘쳐나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물론 해가 바뀐다고 저절로 세상의 흐름이 변화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흐름을 바뀌기 위한 계기와 그만큼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가능하다. 내가 2011년을 절망에서 희망으로 변화하는 전환점으로 이해하는 것은 단순하지만 분명하다. 내년은 이명박 정권의 집권 하반기를 맞는 시기이며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우리사회의 발전방향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넘쳐나는 시기가 될 것이고 이 정권의 실정에 질린 국민들로부터 변화의 요구가 넘쳐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를 안고 출발한 이명박 정권 3년이 지난 지금 체감경기는 오히려 나빠졌고 민주주의와 인권은 눈에 띄게 후퇴하였으며 생명의 가치조차 물신주의 풍토 속에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한번의 선택으로 우리사회는 막대한 기회비용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4대강 공사로 국보급 문화재가 제대로 된 조사조차 없이 매몰되거나 파괴되었고 지난 수십년동안 막대한 예산과 노력을 들여 지켜왔던 한반도의 자연생태계는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파괴되었다. 뿐만아니라 4대강사업의 공사중인 인부를 포함하여 농민, 성직자, 군인들을 합쳐 무려 10명이나 되는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빼앗겼다. 그야말로 4대강사업은 죽임의 사업이었다.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한의 군인들과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고 천안함 사건으로 수십명의 무고한 젊은이들이 아까운 생을 마감했다. 그러고도 모자라 최근 연평도 사격훈련으로 서해5도 주민들은 졸지에 피난길에 올라야 했고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속에서 연말을 맞고 있다. 참으로 길고 어두운 한해였다.

이제 짙은 어둠을 뚫고 희망의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나는 내년이 한국사회의 향후 수십년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 본다. 지금과 같이 생명과 평화의 가치가 짓밟히고 온 국민이 갈등과 전쟁의 공포 속에서 살 것인지, 아니면 남북이 평화를 유지하는 가운데 통일을 모색하고, 인류가 자연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며 살것인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방향이 다가올 새해의 흐름 속에서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해답은 우리, 즉 대한민국 국민들이 쥐고 있다. 뭇생명들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4대강공사를 중단할 것을 단호하게 요구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남북한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전쟁의 분위기로 몰고가는 어떤 행동도 국민의 뜻에 어긋나는 일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그 힘으로 생명과 평화의 기운이 넘치는 사회를 열어가야 한다.

* 이 글은 12월 24일자 경향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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