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리집이 생겼어요!

2011.04.07 | 행사/교육/공지

성북동 호두나무집에 봄이 왔습니다.

날이 풀리니 꽁꽁 얼어있던 텃밭의 흙들이 부슬부슬해집니다. 텃밭경작에 나선 녹색연합의 농부들이 일 년 내내 쌓여있던 지렁이 퇴비더미를 뒤집어 밭에 골고루 뿌려줍니다. 올해는 가지치기도 했습니다. 원래부터 이 집에 커다랗게 있던 호두나무 말고도 이사 오면서 심은 나무들이 튼튼하게 뿌리내려 집을 가릴 정도가 되었습니다. 앵두나무, 산사 나무, 단풍나무, 주목, 황매화, 팥배나무 등등 종류도 많습니다. 찬 기운을 막기 위해 창문마다 쳐 놓은 비닐 가림막도 이제 걷어야 합니다. 조만간 대청소도 해야 합니다. 추위가 가고 나면, 곧 더위가 닥칠 텐데, 유난히 춥고 유난히 더운 호두나무집에서 올 더위는 또 어떻게 날까요?

비탈지고 응달진 성북동 언덕의 3층짜리 주택. 이곳에 녹색연합이 있습니다. 시내에서 멀지 않지만, 조용하고 한갓진 동네, 그래서 처음엔 찾아오기도 쉽지 않은 곳, 주차장도 없고 올라올 땐 헉헉 거리게 되는 이곳에 자리 잡기 전까지 해마다 이사를 다녔습니다. 무엇보다 흙 한 줌 없는 빌딩에서 일하는 게 참 고역이었습니다. 그러다 1년 치만 모아도 목돈이 되는 임대료와 무시 못 할 이사비용을 생각하면, 어렵더라도 집을 마련하자고 생각이 모아졌죠. 달마다 활동비를 걱정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안정적인 공간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였습니다.

2001년 10월말부터 11월 중순까지 서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이곳 성북동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 집의 첫인상은 정말 별로였습니다. 높은 담벼락에 감옥같이 높다란 회색대문, 가꾼 흔적이라곤 전혀 없는 화단, 1층은 낮인데도 동굴처럼 컴컴했죠. 그런데 참 이상하게 집이라는 게 원래 인연이 따로 있었던지, 우리에겐 이 집이 조금만 다듬으면 훌륭한 공간으로 바뀔 것만 같았습니다. 집을 좀 본다하는 사람들은 주차장도 없고, 비탈진 곳에 있는 이 집이 재산가치가 없다고 만류도 하는데, 저희는 커다란 호두나무가 있고 작지만 텃밭이 될 화단도 있는 이 집이 그냥 좋았습니다. 집주인도 녹색연합이 산다는 걸 알고 길게 흥정하지 않고 비교적 헐한 가격에 집을 내놓았고요. 그래서 2001년 12월 21일 계약을 하고 드디어 녹색연합이 처음으로 자기 집을 갖게 되었습니다. 계약 뒤 바로 공사에 들어갔습니다.

집을 계약하긴 했지만, 그런다고 모든 일이 마무리 되는 건 아니었지요. 돈돈 마련해야 하고, 집수리도 해야 했죠. 처음 계획은 다세대로 나눠진 집을 벽을 뚫어 한 공간으로 만들고, 정화조를 교체하고 전기배선 공사만 하는 거였는데, 수리를 하다 보니 자꾸만 일이 커졌습니다. 3층을 모두 연결하는 계단도 내부에 뚫고 보일러도 마루도 다시 깔고 창호도 다시 달아야 하는 등. 적은 비용에 수리를 맡겠다고 하는 곳이 없어 절망하고 있던 즈음, 생태건축집단 ‘자연을 담은 집’이 선뜻 공사를 맡아주었습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활동가들은 한 달 동안 날마다 조를 만들어서 공사현장의 온갖 잡일을 했습니다. 철거물이나 자재를 나르는 일, 벽지를 뜯어내고 다시 도배하기, 사포질, 페인트칠 등등.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회원들도 늘 집수리현장에 찾아와 주었습니다. 한겨울인 1월 달에 수리가 진행되어 고생이 더했습니다. 아무리해도 모양이 갖춰지지 않을 것 같던 집이 한 달 동안의 노력으로 사무실공간으로 바뀌고 2월 8일 새벽까지 도배를 하고서 드디어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사를 하고 나서도 수리는 계속 되었습니다. 텃밭도 만들고 나무도 심고 마당에 나무데크도 깔고. 한동안은 하루 반나절은 아마 집수리하는데 쏟았던 것 같아요. 빗물저장탱크도 만들고 지붕엔 소형 태양광발전기도 달고 조명은 모두 절전형으로 하는 등 할 수 있는 만큼은 친환경 사무실을 만들려 애쓰기도 했지요.

돌아보니 벌써 10년이 되었군요. 이곳에 보금자리를 튼 지. 여기저기 벗겨진 페인트도, 이끼가 올라오는 나무데크도, 삐걱거리는 계단도 손봐줘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10년 동안 한 번도 바꾸지 않은 구조를 이제는 좀 더 효율적으로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도 합니다. 돈이 들고 품이 드는 일이라 선뜻 결정하진 못하겠지요. 혹시 회원님들 중에 인테리어 재능 나눔을 해 주실 수 있는 분이 계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올해 대청소는 여느 해 보다도 큰일이 될 것 같네요.

녹색연합 20주년을 맞아 “스무살 녹색, 그땐 그랬지”를 연재합니다.
20년의 세월 속에 고이고이 간직하고 있던 녹색연합의 속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