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듣듯, 과학을 읽으세요

2011.07.18 | 행사/교육/공지

100톤의 물을 어떤 기구도 사용하지 않고 대기 중에 걸어놓을 수 있는 방법은?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수학(경문사)’에 나오는 수수께끼입니다. 답은? 책을 보거나 아니면,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면 금방 알 수 있답니다.

저를 포함하여 대다수 사람에게 수학, 물리학 등 과학 분야는 너무나 어렵게 받아들여집니다. 왠지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져야, 말 한마디라도 꺼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가 사회에 팽배합니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에서 방사선 위험까지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현안은 과학이 우리 삶과 밀접함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우리가 음악을 즐기고, 그림을 즐기듯, 과학도 삶에서 우리가 즐기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합니다.
굳이 과학관련 책들을 소개드리는 이유는 수학, 물리학 등이 우리 삶을, 사회를 보는 또 다른 시각을 갖게 하며, 동시에 내가 사회를 보는 시각에 대한 확신을 준다는 믿음때문입니다. 이 사회를 움직이는 주류의 흐름이 내 삶의 방향과 다를 때, 우리는 내가 걷는 이 길이 올바른 길인지 의심하며, 확인하고 싶어합니다. 이럴 때 과학은 철학, 역사에 대한 성찰만큼이나 유용합니다.

현대 과학 중 나비효과는 제가 소통을 이해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틀입니다. 우리가 개인 실천의 중요성 혹은 사소한 행위의 파급력을 비유할 때, 흔히 예로 드는 나비효과는 사실 되먹임과정(피드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론인 동시에 초기조건의 민감성을 강조하는 이론입니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기상을 예측하기 위해 변수를 바꿔가며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했습니다. 그런데 입력한 변수의 차이가 극히 미세하다하더라도 무한 되먹임과정을 진행했을 때, 어떤 수치는 수렴하면서 소멸하나, 어떤 수치는 무한 발산한다는 사실을 보면서 발견해낸 이론이 바로 나비효과입니다. 사소한 수치의 차이가 그냥 수렴과 발산이라는 형식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되먹임(피드백)과정을 통해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는 나비효과이론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우리가 함께 그려갈 세상도 단순한 선언이나 일회성이 아닌 무한히 반복되는 되먹임 과정, 즉 가능성을 읽어내며 무한히 소통을 이어가야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초기조건의 민감성은 소통을 이어가려는, 가능성을 읽어내려는 자세의 차이, 혹은 진실성의 차이를 이야기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랙탈 이론과 규모의 문제, 많을수록 달라진다는 과학적 사실은 국가에서 개인까지 전체를 관통하는 원리와 그것이 규모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따라서 우리가 개인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결방안의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자기유사성을 전제로 끊임없이 자기복제를 반복하는 순환성의 특성을 보여주는 프랙탈이론은 개인 사이의 관계에서 국가 간의 관계까지를 관통하는 원리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우리가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거나 삶의 변화를 발견해냈다면, 그 원리는 나와 관계 맺은 사람들, 내가 속한 조직, 사회, 국가, 세계 속에서도 변화의 가능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규모가 다르고, 많을수록 달라지기에 접근 방법 등에 대한 폭 넓은 성찰을 하지 않는다면 개인의 변화는 찻잔 속 태풍에 머무를 수밖에 없음도 깨닫습니다.

어렵지만 이렇듯 과학은 우리 삶을 해석하는데 유용하며, 여러 가지 사회 현안에 대한 올바른 기준을 제공하기에 우리가 음악을 즐기듯, 그림을 즐기듯, 내 삶 한 켠에 놓아두고 즐겨야 하는 대상입니다. ‘카오스(동문선)’, ‘거의 모든 것의 역사(까치)’,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수학(경문사)’ 등등 제가 재미있게 읽었던 과학과 수학 관련 책입니다. 어려운 수식이 나오는 것이 아니니 도전해서 읽어보실 만합니다.

“우리는 무시되거나 인식되지 못한 단 하나의 위험 때문에, 지금까지 알고 있는 위험을 토대로 계산해서 얻은 결론 전체의 신뢰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사회정책에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가 사회정책의 효율성이나 실패에 대해 ‘경계 정점’을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결론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글래드웰은 말한다. 예를 들어, 현재의 복지정책이 목적을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 하여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지 못한 실패작이라고 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투입한 돈에 걸맞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하여 도시 중심부에 있는 학교에 지출한 돈이 낭비였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다. 이는 다만 아직 경계 정점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수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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