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지도층의 윤리란 이런 거야, 일종의 솔선수범(or…)이지

2011.07.18 | 행사/교육/공지

지금도 서울시장 관사(서울 혜화동) 앞을 지나갈때면 1996년 4월 중순의 어느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이 떠오른다. 그날 나와 또 한명의 여성 활동가는 묵직한 쓰레기봉투를 하나씩 들고 내리막길을 정말 온 힘을 다해서 뛰었다. 시장 관사 안에서 나온 두 개의 쓰레기봉투가 입구에 놓이는 사이, 때마침 그 앞을 늘 지키고 서있던 경비요원이 아주 잠깐 자리를 비우는 그 절묘한 순간에서 ‘쓰레기종량제 1주년 기념-사회지도층 쓰레기 뒤지기’는 그 시절의 환경운동의 한 역사로 남게 된다.  

‘사회지도층 쓰레기 뒤지기’는 쓰레기종량제 정책 시행과 연관성이 깊은 사회지도층들을 대상으로 얼마나 잘 실천하고 있는가를 사례로 종량제 실시 1년을 평가, 분석하기 위한 여론 환기용 기획 사업이었다. 보도자료가 배포되었을 때의 반응은 조금 과장해서 폭발적 이었다. 적절한 시기에 재미있는 기사거리를 찾은 언론의 관심도 놓았지만, 사전에 보도자료 배포를 막거나 내용의 수정을 요구하려는 해당 시청의 관계자를 비롯하여 사방에서 압력이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담당 활동가들은 사무총장과 사무처장의 비호아래 계획한 바를 충실히 집행했다.

007작전처럼 수거해온 총 8가구의 배출쓰레기는 우연찮게 어느 외교차량에 실려 호사스럽게 김포수도권매립지로 반입되었고, 거기에서 분석 작업을 진행하였다. 분석한 결과, 8가구가 배출한 생활쓰레기 중 음식물쓰레기가 차지하는 평균 비율은 54.9%로 당시 평균 비율 38%를 크게 웃돌았다.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은 낙제 수준이었다. 조사 대상은, 환경부 장관(관사 접근 실패로 분석 제외), 서울시장, 고양시장, 양천구청장, 강남구청장,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동부 엔지니어링 사장, 강동소각장설치반대시민모임 회장, 목동환경을생각하는시민모임 위원장 등이었다.

1990년대 초중반은 생활쓰레기 처리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문제가 많이 발생하던 시기로, 환경운동의 주요 관심사이기도 했다. 1995년 1월, 배출자부담 원칙을 적용해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는 정부의 준비부족과 시민들의 이해부족으로 시행초기부터 큰 혼선을 빚었다. 종량제 실시를 전에 집안의 해묵은 쓰레기를 마구 내다버리는 바람에 쓰레기 발생량이 전국평균 20%이상 증가했고, 쓰레기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아파트와 주택가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기도 했다. 일부 음식점에서는 쓰레기 처리비용 절감을 위해 음식량을 줄여 팔면서 손님과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고, 주부들은 포장이 많은 식품이나 과자, 껍질이 많이 나오는 과일을 쇼핑에서 제외시켰으며, 산업계는 리필제품 생산량 확대 및 과대 포장을 해결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대로 변화해 갔다. 그 후 환경부에서 실시한 ‘쓰레기 종량제 10년 평가결과(1995~2004)’에 따르면, 1인당 1일 쓰레기 발생량은 1994년 1.33kg에서 2004년 1.03kg으로 감소했고 쓰레기 수집운반비용과 매립비용은 약 6조 9,239억 원 줄었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득,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유명한 대사 한 구절이 그 당시의 상황을 간단하게 정리해 준다.  
‘사회지도층의 윤리란 이런 거야, 일종의 솔선수범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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