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 : 녹색연합도 이런 조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2011.08.02 | 행사/교육/공지

하루 15분만 투자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미국 최대의 씽크탱크 CAP).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운동의 씽크탱크 CAP를 만났다. 24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대규모 두뇌집단, 미국 진보의 역사를 다시 만들어가는 CAP(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기대감으로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예상과는 다른 방향의 만족감을 내게 안겨 주었다. 한국의 시민운동과 진보운동이 어느 방향으로 변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CAP을 방문하면서 가졌던 기대는 미국의 씽크탱크들이 어떤 전략을 갖고 미국사회 변화를 이끌어 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얼마가지 않아 무너졌다. 우리를 맞아준 사람은 온라인 업무를 담당하는 파트의 부책임자인 엘렌 로젠발트 박사였고 그는 면담 시간 내내 이 기관이 어떤 전략을 갖고 활동하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줄곧 온라인 운동, 특히 트위트와 이메일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면담 내용이 기대와 달랐기 때문에 약간의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면담을 마치고 든 생각은 왜 CAP이 미국의 대표적 씽크탱크로 주목받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CAP의 활동은 한마다로 발상의 전환이었다. 씽크탱크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서류더미에 묻혀 밤새 연구작업에 몰두할 것이라는 상식을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 그럼 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CAP의 1년 예산은 3천만불 정도이다. 우리돈은 330억원 정도 되는 셈이다. CAP은 이 예산의 절반을 쇼설네트워크와 온라인 홍보에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온라인 업무만 전담하는 사람이 40명에 이른다. 내가 일하는 녹색연합 본부 활동가가 40명 정도인데 그만한 인원이 온라인 홍보에 투자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녹색연합 1년예산의 10배 이상을 쇼설미디어와 온라인 홍보에 투자하고 있다. 이것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CAP은 연구집단이 아니라 홍보를 전담하는 단체가 아닐까? 조직 예산 절반을 홍보에 쏟아부으면 연구는 누가, 무슨 돈으로 한단 말인가? 여기에 발상의 전환이 담겨 있다.  씽크탱크라고 연구만 하고 있으면 사회에 제대로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연구업적이나 입안된 정책을 사회에 제대로 영향을 미치려면 홍보가 관건이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반 미디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트위터, 페이스북, 이메일 등을 집중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씽크탱크들도 초기에는 연구에만 몰두했다. 그러던 것이 30년전쯤 헤리티지 재단으로부터 변화가 시작됬다. 그로부터 30년! 이젠 홍보가 세상을 바꾸는 핵심이 된 것이다.

쇼설미디어는 저비용으로 신문광고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이 경험을 통해 확인한 결과이다. 이들은 실제 대량살상무기 반대운동을 하면서 10명의 의원에게 집중적으로 SNS를 통한 홍보활동을 했는데 국회본회의 표결에서 만장일치로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그만큼 SNS의 효과가 큰 셈이다.

미국의 의원들 중 80% 정도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트를 사용한다. CAP의 일꾼들이 의원들 사무실을 일일이 찾아갈 수는 없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트 같은 쇼설미디어와는 매일 접촉할 수 있다. 그리고 쇼설미티어를 통한 활동은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이제 트위트나 페이스북은 일종의 가상 사무실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CAP는 전략적으로 이들 가상의 사무실(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실제 사무실과 같이 대하도록 일꾼들을 교육하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CAP의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4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온라인과 씨름하고 있는 것이다.

로젠발트 박사는 SNS와 달리 닫힌 통로로써의 소통의 한계가 있지만 이메일 홍보전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가능한 많은 사람들의 이메일 리스트를 확보하되 이들의 관심사항별로 분류하는 것이 핵심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CAP의 활동 전체를 알릴 필요가 없으며 효과도 없기 때문이다. 관심분야별로 이메일을 확보한 후 각각의 정책별로 이메일을 홍보 수단을 활용한다. 관심 분야의 분류가 가능하면 많을수록 좋다. 우리의 관심분야가 좁으면 고객들이 다른 기관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한국의 진보단체들이 얼마나 많은 관심분야별로 회원을 모으고 이메일을 통해 회원들과 소통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성이 강하게 느껴졌다.

로젠발트 박사와의 대화에서 가장 인상깊게 남은 것은 “모든 사람들이 하루 15분만 트위트나 페이스북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자신의 머리 속이나 컴퓨터 안에만 갖혀 있지 않으려면 하루 15분정도 투자하여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이 세상을 바꾸는 핵심이다. 이메일을 보낼 때도 30초만 더 투자하면 트윗을 함께 할 수 있다. 우리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하루 15분을 제대로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진보센터에 젊은이들이 북적이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최승국 / 시민운동가(녹색연합 전 사무처장)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