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나라, 녹색정치! – 한국도 이제 녹색정치가 필요한 이유

2011.08.04 | 행사/교육/공지

지난 주 내린 집중호우로 서울이 온통 난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서울 강남도 속수무책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서울이 이 지경이 될 수 있느냐며 가슴을 쳤고 또 분통을 터트렸다. 물난리가 지나가고 이제 이번 수해의 책임소재를 따지느라 분분하다. 엄청난 비가 왔으니 천재지변일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인재인 측면이 더 많아 보인다. 생태계의 순환원리를 무시한 겉치레 중심의 도시계획이 물난리를 키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 대표 사례가 한강 르네상스와 디자인 서울일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디자인 서울이란 이름으로 멀쩡한 보도블록을 걷어내고 엄청난 예산을 들여 서울 시내 곳곳을 물이 스며들지 않는 화강암 블록으로 대체했다. 어디 보도블록 뿐인가?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서울 시내는 온통 콘크리트 더미에 덮여있고 집중 호우시 물이 스며들 공간이 거의 없어져 버렸다. 그러니 이번과 같은 물난리를 겪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인 셈이다. 이제 이런 겉치레 전시행정을 넘어서서 자연이 숨쉴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 중 네명에 한명꼴로 아토피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아토피란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던 단어이다. 아토피의 원인 중 가장 큰 부분이 먹을거리와 대기오염 때문이며 농촌보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아토피 뿐만아니라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새롭게 생겨나는 질병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환경오염으로 우리 아이들이 겪는 이 고통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제 국가가 나서서 대책을 세우고 그 예산을 감당해야 하지 않을까?

전국민의 70%이상이, 그리고 민주당을 포함한 모든 야당이 반대를 하고 있음에도 4대강사업이 계속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정치는 국민들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정권을 잡은 집단들에게만 맡겨 두었을 때 우리 사회의 미래는 과연 보장될 수 있을까? 유럽과 미국은 왜 엄청난 예산을 들여 운하를 걷어내고 하천의 생태복원을 서두르는 걸까? 지금이라도 잘못된 4대강사업을 중단시키고 4대강을 재자연화(생태복원)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누가 그 일을 추진할 수 있을까?

일본 후쿠시마 원전폭발사고로 우리 가족의 식단에 올릴 시금치와 상추, 고등어와 삼치까지 방사능에 오염되고 아이들에게 먹일 우유는 물론 어머니의 젖에서 방사능이 섞여 나오는 이 끔찍한 현실을 보면서도 원자력이 안전하다고만 외치는 꽉 막힌 세상에서 누가 출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원전 중단을 외친 녹색당 후보가 독일에서 주지사로 당선되는데 한국의 4.27 선거에선 아무도 탈핵이나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지 않는 기존 정치권에 희망을 가져도 좋을까? 독일이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중단시키기로 한데 이어 이탈리아와 스위스도 원전포기 선언을 하였고, 원전 의존도가 대한민국만큼이나 높던 일본이 수많은 원전이 멈쳐 선 지금도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상황은 또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제 우리 사회에서 이같이 생활의 문제이자 우리 모두의 안전과 생명이 달린 사안을 풀어가는 정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러한 살림의 정치, 대안의 정치가 바로 녹색정치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녹색정치를 꽃피워 보았으면 한다. 때마침 환경운동진영과 종교계 등에서 녹색정치포럼을 만들고 다음 총선에서 녹색후보를 내는 등 녹색정치세력화를 선언하고 나선 것은 이런 의미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녹색정치 실험이 성공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내년 총선에서 녹색의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길 기대한다.

최승국(시민운동가/녹색연합 전 사무처장)

* 이 글은 경향신문 8월 4일자에 게재된 칼럼을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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