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과 기부가 뭔지 그들이 알기나 할까?

2011.10.21 | 행사/교육/공지

박원순 후보에 대한 나경원 후보측의 가당찮은 공격 중 가장 저질스러운 짓을 나는 ‘아름다운 재단’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60평 아파트, 딸의 유학, 13세 소년의 병역기피 의혹 등등은 모두다 한 개인에게 해당하는 문제이기도 하고, 해명하기에도 사소한 내용이다. 얼마나 들춰낼 게 없으면 그런 걸 갖고 시비를 걸까 싶은 코미디 같은 내용들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재단과 관련된 그들의 공격은 단순히 박원순 후보 개인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아름다운 재단을 비롯한 모든 모금단체, 적십자나 사회복지회공동모금회같은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기관들부터 시민사회단체, 복지시설, 지역의 작은 공부방, 풀뿌리 단체에 이르기까지 모금활동을 일상적으로 진행하는 많은 곳들에 대한 공격이라고 생각한다.  

나경원과 한나라당은 기본적으로 모금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듯 보인다. 그들의 지지자가 늘 인용하기 좋아하는 미국 같은 나라에는 모금을 하는 펀드레이저가 전문직이고 비영리기관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의 사람이라는 걸 분명 알지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들이 벌이고 있는 모금운동 역시 모금전문가들의 기획과 컨설팅 아래에서 움직인다는 걸 그들은 모른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비영리기관의 모금활동을 컨설팅하는 회사도 있다.

그래서 박원순 후보가 모금의 귀재라는 말은 욕이 아니라 엄청난 찬사이다. 다양한 비영리기관의 책임자로 일해온 지난 시간동안 그가 모금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무능한 책임자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박원순 후보가 몸담고 있던 모든 조직의 모금의 기본동력은 개인이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시민사회단체 중 가장 안정된 회원조직과 회비자립율을 가진 조직은 참여연대다. 아름다운 재단은 300개의 크고 작은 기업 뿐만 아니라 5만명의 개인 후원자들이 있는 조직이다. 2006년 만들어진 희망제작소는 이미 회원수가 5천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렇게 말해보아도 나경원 후보측은 이게 뭘 말하는지 아마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기업 한곳 한곳과 특정사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보다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을 이끌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신뢰받는 곳이 아니라면 5만명의 후원자들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이 알기나 할까?

또한 그들은 ‘기부’ 역시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의 시각대로라면 뭔가의 ‘대가’를 바라지 않고서는 기부라는 것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왜 김밥할머니가 평생 모은 돈을 기부하는지 끝끝내 이해하지 못할 사람들이다. 아름다운 재단이 처음 만들어질 당시 종자돈을 만들었던 분중엔 김금자 할머니가 계신다. 할머니는 일제시대 당시 정신대에 끌려가셨던 분이다. 당신이 평생 모으셨던 천만원 안팎의 돈을 공익기금으로 내 놓으셨다. 아름다운 재단이 소위 말하는 촛불단체에 여러 사업을 지원한 걸 두고 말들이 많은데, 기부자들이 애초 그런 용도로 쓰라고 기부한 것이라는 걸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일례로 몇 년전 환경다큐를 만들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켜 많은 상을 받았던 한 방송국 PD는 자신의 상금을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자녀교육비를 위한 기금으로 만들어달라고 아름다운 재단에 요청했다. 이후에 환경활동과 관련되어 상을 받은 여러 명이 그 기금에 돈을 보태어 환경활동가들이 지원을 받아왔다. 그 PD가 환경단체에 무슨 대가를 바라고 그런 기부를 했을까? 아마도 나경원 후보측이 이 사실을 알면 촛불시위 주도한 환경단체에 아름다운 재단이 돈을 대주고 있다고 공격해 올지도 모르겠다.

나경원 후보측은 공동체의 기본 덕목이 되어야 할 기부와 모금활동을 폄하하고 훼손하는 발언을 계속 내뱉고 있다. 아름다운 재단의 가장 큰 기부액은 한 대기업의 회장이 돌아가시면서 남긴 유산으로 만들어진 기금인데, 나경원 후보측은 이 기부액을 두고도 그 회사의 기부라며 대기업과 박원순 후보의 유착을 이야기했다. 유가족과 고인에게 욕될 짓을 하고서도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아마도 모를 것이다.

또한 그들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사람이다. 박원순 개인과 아름다운 재단을 동일시 할 수 없음을, 참여연대와 아름다운 재단이 같은 사람이 일한 곳이라 해서 같은 곳이 아니라는 것을,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늘 누군가의 명령으로 지시로 움직여 온 이들이라서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에선 대표든 사장이든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른다. 특히나 ‘돈’을 다루고 있는 아름다운 재단에서 모금과 배분과정에 특정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들은 아마도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의 세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아름다운 재단이 해온 일 중 가장 높이 사야 하는 부분은 모금이나 기부가 돈많은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것을 일깨워 준 일이다. 아름다운 재단은 초창기부터 기부교육, 모금교육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해마다 비영리단체들을 위한 모금가 교육도 진행하고 또 사회적으로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벌여왔다. 기억하건대, 지금 나경원 후보측의 발언을 아무런 여과없이 싣고 있는 보수언론들 대부분 아름다운 재단의 기부문화 확산캠페인을 소개해 왔고 몇곳은 아예 공동기획기사를 만들어 내보내기도 했다. 그 결과 1998년 한국인의 1년 평균 기부액은 1인당 5800원이는데 2008년엔 1인당 19만9천원이라는 10년 새 34배가 늘어났다. 이것은 아름다운 재단이 만들어온 정말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나경원 후보측이 하는 짓은 박원순 개인에 대한 비방인 아닌, 기부문화라고 하는 소중한 자산을 망가뜨리는 일이다.

현명한 시민들은 나경원 후보측의 기부와 모금에 대한 폄훼, 아름다운 재단과 박원순 후보를 동일시하며 퍼부어대는 정치적 공격에 놀아나지 않을 것이다. 걱정되는 것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그동안 발전해 온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가 훼손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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