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크, 환경 친화적일까?

2012.03.01 | 행사/교육/공지

누구에게나 주어진 똑같은 하루 24시간이지만 사람마다 활용법은 천차만별이다. 현대사회는 옛날처럼 집 앞의 논밭에서 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대부분 출퇴근으로 두 시간 이상을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과 버스에서 보내게 된다. 그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하루 24시간이 훨씬 풍요로워 질 것이다. 그래서 요즘 ‘스마트워크’가 뜨고 있다.

스마트워크는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고 똑똑하게 일할 수 있는 체제’를 말한다. 사무실에 출근해야 ‘일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다. 스마트워크에는 집에서 회사 정보통신망에 접속해 업무를 수행하는 재택근무, 스마트폰을 이용해 이동하면서 정보를 받고 결제를 하는 모바일근무, 집 주변 원격사무실에 출근해 일하는 스마트워크센터 근무가 있다. 재택근무나 모바일근무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업무 방식인데 비해 스마크워크센터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네덜란드 알메르(Almere)는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멀지 않는 신도시이다. 거주민 대부분이 30~40km 떨어진 암스테르담으로 출근하기 때문에 매일 도로가 꽉 막혀 출퇴근 자체가 전쟁이었다. 소중한 시간을 차안에서 보내던 이들은 문득 이런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출근해 하루종이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텐데, 이렇게 매일 왔다 갔다 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생각한 것이 집에서 메일과 전화로 직장과 소통하는 원격근무(telecommuting)였다.  

그런데 회사관리자들로는 재택근무가 영 탐탁지 않았다. 집에서는 일을 방해하는 유혹이 너무 많고, 직원들이 관리가 안 된다는 것. 그래서 알메르와 암스테르담의 지역정치가들과 도시계획전문가들은 재택근무와 직장근무의 장점을 합한 제3의 대안, ‘스마트워크센터’를 만들었다.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 회사와 똑같은 업무환경을 제공하는 센터를 만들어 장거리출퇴근을 없애고, 일의 효율을 높였다. 엘메르의 ‘스마트워크센터’는 창조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지식노동자’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2008년 9월 문을 연 이래 폭발적으로 늘어나 암스테르담을 중심으로 100여 곳으로 확산되었다. 이렇게 ‘스마트워크센터’는 광역도시권 교통문제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 도시민의 일과 삶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탄생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기술이 발달하고 무선인터넷망이 잘 구축되어 있어 스마트워크의 기반이 잘 닦여 있다. 2011년 정부는 ‘스마트 워크 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015년까지 현재 9곳인 스마트워크센터를 50개로 확대하고, 노동인구의 30%(800만 명)가 스마트워크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렇게 적극적인 데에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지방 이전으로 인해 발생할 인재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도 장애인과 여성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비용절감과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알메르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교통량감소로 인한 에너지 절감과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는 탁월하다. 수원에 살고 있는 공무원 K씨가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별관으로 자동차 출퇴근을 하는 대신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수원 스마트워크센터(화서역)에 일주일에 두 번 출퇴근을 할 경우 줄일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을 얼마나 될까?

수원에서 광화문까지 자동차로 출근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네이버 map 활용)
수원 화서에서 광화문까지 편도 총거리 40.29km에 1시간 6분이 소요되고, 비용은 9,223원(주유비6,423원+통행료2,800원)이 든다. 왕복 80.58km를 중형차로 다녀올 경우 17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소나무 6그루를 심어야 흡수할 수 있는 양이다. 1년 52주 중에 50주를 출근한다고 치고, 일주일에 2번씩이면 모두 100회. 스마트워크센터를 이용하면 주유비 128만여 원을 절약하고, 이산화탄소 1,700kg(소나무 566그루)을 줄일 수 있다. 서울시내 교통 혼잡 방지와 대기오염방지 효과도 거둘 수 있고, 교통 혼잡에 시달리던 시간을 업무효율을 높이거나 개인의 발전과 가족을 위해서 쓴다면 행복지수도 높일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사무직 860만 명이 스마트워크에 동참할 경우 연간 111만 톤의 탄소배출량이 감소되고, 1조6,000억 원의 교통비용 절감된다고 한다.

암스테르담시는 시스코, IBM, 네덜란드 최대 은행 ABN암로 등과 협력해 민관 합작회사인 ‘Double U’재단을 구성했다. ‘Double U’ 재단은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저탄소 경제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스마트워크센터를 운영해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기업도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고 건물을 유지하지 않아도 되고, 업무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어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자사 사원들을 위한 스마트워크센터를 구축하는데 비해, ‘Double U’ 개방형으로 모든 기업과 일반사용자들에게 개방한다는 차이가 있다.

미국정부는 연방공무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 워싱턴 D.C.일대에 15개의 원격근무센터를 근무센터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 총무처(GSA)는 민간 기업에도 원격근무센터를 개방할 뿐만 아니라 퇴근 시간 이후에는 지역주민들이 커뮤니티 모임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일본의 NTT 도코모사는 지난 2008년부터 재택근무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후 연간 6.75톤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와 업무창조성 향상(71%), 통근부담 완화(97%), 가족과의 원활한 의사소통 향상(71%) 등의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교통이 차지하는 비중은 13.1%이다. 특히 교통부문의 이산화탄소배출량은 증가일로에 있다.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줄이기에 고심하고 있는 각국 정부에 교통량 자체를 줄이는 스마트워크는 매력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스마트워크는 정보통신과 업무효율 향상이 장점으로 부각되지만 스마트워크센터가 도시교통문제 해결 차원에서 나온 대안이며, 지자체의 의지와 적극적인 정책이 중요했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2012년 6월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에서 RIO+20 회의가 열린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녹색경제이다. OECD도 녹색경제 실현과 기후변화 대안으로 정보통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스마트워크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스마트워크 활성화로 인해 늘어나는 정보통신기기 자체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정보통신기기의 생산에서 폐기까지 녹색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기기 발달이 종이 없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 장담했지만 오히려 프린터기와 복사기 사용으로 종이 사용량이 증가하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홨다. 마찬가지로 스마트워크 개념 자체는 충분히 환경 친화적일 수 있지만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유진<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팀장>

<참고>
네덜란드 스마트워크센터 http://www.w-work.nl/frontoffice/orientation
스마트워크센터 http://www.smartwork.go.kr/swc/SwcMainHome.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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