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지 뒤에 숨기지 말고 떳떳하게 마음을 전하세요.

2007.05.14 | 행사/교육/공지

포장은 다양한 기능을 합니다. 예를 들어 커피를 샀을 때 그냥 봉지에만 넣어 둔다면 커피의 향은 그대로 다 빠져나가겠죠? 따라서 커피의 향과 질을 유지시키기 위해 커피는 밀폐용기에 담아 두어야 합니다. 이것은 포장의 일차적인 역할, 물건을 보호하는 기능입니다. 또 슈퍼마켓에서 이것저것 물건을 샀을 때 그 다양한 물건을 편리하게 운반하기 위해서 장바구니에 담아 갑니다. 이것도 물건을 편리하게 이동시키기 위해 고려한 일종의 포장입니다. 그리고 친구나 스승에게 선물을 줄 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선물을 예쁘게 다듬어 주기도 합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기능 바로 디자인 기능입니다. 이처럼 포장은 생산된 물건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포장이 원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작년 자원순환연대는 3번에 걸쳐 시중에서 판매되는 물건의 포장 정도를 조사하였습니다. 발렌타이데이에 조사해 보니 19개 제품 중 14개의 제품이 과대포장이었다고 합니다. 물건의 평균 37~73%가 포장으로 채워져 있었고 아무개 제과점에서 만든 초코렛 제품은 무려 73%가 포장으로 채워져 있었다고 합니다. 또 추석 기간에는 19개 제품 중 15개 제품이 과대포장 하였으며 물건의 평균 39~75%가 포장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화장품은 과대포장이 심하였는데 한 외국계 화장품은 무려 약 75%가 포장이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는 포장비 때문에 그렇게 비싸게 물건을 샀던 것일까요?

포장지에 감춰지는 감사의 마음
과대포장이 나쁜 이유는 무엇보다도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선물을 받을 때 곱게 포장이 되어 있으면 보기에도 좋고 포장을 뜯으며 선물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기쁨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쁨은 금방이며 선물을 확인한 순간 그 포장지들은 모두 쓰레기로 버려집니다. 이렇게 버려지는 쓰레기가 전체 쓰레기의 33%나 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또 최근에는 포장의 재질이 워낙 다양해졌고 포장지에 분리수거 방법이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막상 받고도 그 많은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래서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이지만 무조건 쓰레기통으로 향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과대포장은 우리가 왜 이 물건을 포장 했는지 잊어버리게 합니다. 분명히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선물을 사고 정성껏 포장했을 터인데, 어느 순간 그런 마음들이 포장지 속에 감춰집니다.

우리 스스로 화려한 포장을 원했던 것은 아닐까요?
자원순환연대의 보고서에 따르면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정작 그것이 과대포장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따라서 그 분들이 포장을 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포장은 간단히 해 주세요”라고 말해야겠죠. 또 본인이 사용하는 물건을 산다면 포장지에 넣어도 집에 가면 바로 뜯고 버리지 않나요? 이럴 때는 “봉투는 괜찮다”고 말해 주세요. 이렇게 우리 스스로가 포장의 정도를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쓸데없는 포장지, 즉 쓰레기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스스로도 예쁘고 화려한 포장을 원했던 것은 아닐까요? 부피가 크고 화려해야 상대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요? 이제는 떳떳이 마음을 고백하세요. 포장지 뒤에 숨지 말고.

글 / 시민참여국 배난주
그림 / 엄정애 (녹색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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