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난방기의 불편한 진실

2007.12.26 | 행사/교육/공지

첫아이를 낳고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했다.
첫아이 사현이는 2월 9일에 태어났는데 병원에 가는 길에도 눈이 많이 내리더니 퇴원하는 길에도 제법 흰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었다.
친정집은 윗 풍이 센 편이어서 산후조리를 하는 두 달 동안 내내 보조 난방을 해야했다.
시골이라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데 한 달 기름 값이 40만원을 훌쩍 넘기는 터라 전기히터를 쓰면 기름 값보다는 싸겠지 싶어 남편이 선풍기처럼 생긴 원적외선 히터를 사왔다. 히터 값은 싸서 5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그래도 전기세가 걱정이라 밤에 주로 틀고 2-3시간 사용 후 방이 좀 훈훈해지면 끄곤했다.
평균 하루에 5-6시간, 많을 땐 7-8시간 정도 사용한 것 같았다.
두달 산후조리를 끝내고 서울로 돌아오고 나서 친정엄마에게 전화 한통을 받았다.
“얘, 전기세가 웬일이라니? 글쎄 한 달분이 30만원이 넘는다! 평소에 3만원 선이었는데 열배가 나오다니 이게 웬일이냐?”
난 깜짝 놀랐다. 분명 히터를 살 때 설명서엔 하루 1시간 사용 시 전기요금은 1만원이 채 안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많이 나와야 10만원 안쪽일텐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우리나라 전기세는 누진세다.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전기요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특히 냉방과 난방에 이용되는 전기제품은 전기사용량이 매우 많다.
텔레비전이 80w, 형광등이 20w인데 전기히터는 1500w다. 20배가 넘는다. 전기를 차갑게, 또는 뜨겁게 만드는 경우에 이렇게 전기사용량이 많은데 드라이기가 800w, 전자레인지도 1000w, 전기밥솥이 밥 할 때는 1000w, 보온할 때 100w가 쓰인다.한 시간 사용량이 그렇다는 말이다. 보일러 연료비를 아낀답시고 전기장판이나 전기히터를 쓰다간 보일러 연료비의 몇 배나 되는 전기요금을 내게 된다.

밤에 히터를 켜놓고 잔다면 전기요금이 얼마나 될까?
1500w×30일×8시간=36000w=360kw
한 달에 평균 300kw를 사용해왔다면 평소 전기요금은 4만원 가량이지만 히터사용량을 더해 660kw라면 24만원에 달한다.
만일 식구가 많아 400kw를 평소 써왔다면 평소 전기요금은 7만원 가량이지만 히터사용량을 더한 760kw는 31만원이 넘는다.
전기난방기구를 판매하는 곳에서 광고하는 하루 한 시간 사용시 얼마…는 누진세를 반영하지 않는 것이니 전기난방기구를 살 생각이라면 한전사이버지점 cyber.kepco.co.kr에서 전기세를 미리 계산해보는 게 좋다.

수십 만 원에 달하는 전기세 때문이 아니더라도 겨울철에 전기난방은 환경과 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서울에서 최대한 먼 곳인 울진, 고리등에서 주로 생산되어 서울까지 수백 킬로를 이동해온다. 중간 중간 변전소에서 변압도 한다. 처음 열로 생산되어 전기에너지로 바뀌고 먼 거리를 이동해오면서 생산된 에너지의 80%는 손실되고 20%만이 가정까지 도착하는데 이걸 다시 열에너지로 바꾸면 그만큼 에너지 손실은 커지게 된다. 위험한 핵, 지구온난화의 주범 화력, 대규모 댐을 짓는 수력 등의 발전소, 전기를 나르는 백두대간 산허리의 고압송전선로, 도시주변의 주택가와 학교근처에 위치하는 변전소, 위험천만한 핵폐기물 처리장까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짓는 시설물들은 곳곳에서 주민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환경을 파괴시키고 있다. 이렇게 많은 댓가를 치루고 생산하는 전기를 가장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전열기구다.



또 전기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몸의 호르몬에 영향을 주고 인체 내에 열을 발생시켜 면역을 떨어뜨리고 숙면을 방해하는 등 몸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되는데 이 전자파는 거리에 비례해 영향을 준다. 가까울수록 나쁘고 멀수록 영향이 적은 것이다. 그래서 텔레비전은 1.5미터 이상 떨어져야하고 모니터는 60cm이상 떨어지기를 권고한다. 머리가까이대고 사용하는 헤어드라이기와 핸드폰은 가급적 짧게 사용하고 되도록 머리에서 멀리 떨어져 사용할 것을 권한다.
전기장판이나 전기히터는 전자파가 핸드폰이나 전자레인지처럼 많은 양은 아니지만 몸에 매우 가깝게 대고 오랫동안 사용하는 전기제품이라서 그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또 잠잘 때 숙면을 취하도록 도와주는 멜라토닌 호르몬은 특히 전자파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전열기구를 잠잘 때 사용하게 되면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방해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게 해 피로가 누적되고 두통이 생기며 면역이 약해지게 된다. 더군다나 멜라토닌 호르몬은 암 발생에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싼값에 난방을 한다는 광고를 믿고 겨울철 난방을 전기제품에 맡기다간 환경과 건강, 경제 모두 잃게 될 수 있다. 내복을 입으면 실내 온도를 5도 낮추어도 같은 체감온도를 느끼게 되고 상점이나 집이라면 단열시공을 하거나 문풍지를 달아 새어 들어오는 찬바람을 막는 게 좋다. 바람이 잘 통하는 펼쳐진 곳이라면 가스나 석유히터를, 밀폐된 공간이라면 내복이나 단열시공으로 찬바람을 막으면 전열기구보다 건강과 환경에 좋다.

꼭 전열기구 사용이 필요하다면 히터보다는 전기장판이나 전기방석을 쓰는 게 좋고 전기장판이나 방석위에 이불을 더 깔아 직접 몸에 닿지 않게 한다. 사용 전 미리 예열한 후 끄고 사용하는 것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50-60도의 저온이더라도 오랜 시간 사용하면 화상을 입게 되므로 사용할 때는 타이머기능으로 2-3시간을 넘지 않도록 조절한다.

글: 신근정 / 시민참여국
그림: 엄정애 / 녹색연합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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